하디 시선 지만지 고전선집 606
토머스 하디 지음, 윤명옥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 2015-102

 

하디 시선(詩選)토머스 하디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햇빛이 어찌나 화창하던지,/ 우리가 플린트쿰애시를 떠나/ 웃음 터져 나오는 목초지에서, 예순 마리의 젖소와 함께/ 그리고 양동이와 노래와 사랑 - 너무나 무모한 사랑과 함께다시 한 번 목장 일을 하고 있었을 때/ 햇빛이 어찌나 화창하던지!”    _‘우리는 밭일하는 여자들일부

 

눈이 부시게 푸르른 오월의 하늘 밑에서 이 시를 읽다보니 더 생동감이 있다.

 

2. 토머스 하디는 생전에 1,000편이 넘는 시를 썼지만 하디 생존 당시엔 시인으로서는 과소평가되었다. 최근에 와서 시인으로서의 위상을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하디의 시에도 그의 소설에서처럼 다분히 염세적이고 절망적, 비극적인 느낌이 잠겨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디의 시는 서정적인 향취가 느껴지는 시들도 제법 있다.

 

3. 겨울철이 다가오네/ 그러나 내 사별의 고통을/ 겨울이 다시 가져올 수는 없으리/ 어느 누구도 두 번 죽지는 않으니// 꽃잎이 날리네/ 그러나 그것은 한 번 겪은 일이기에/ 그 떨어지는 광경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는 없으리// 새들이 무서워 약해지네/ 컴컴할 정도의 외로운 서릿발 속에서/ 나는 늙은 힘을 잃지 않으리/ 힘은 떠난 지 오래 되었지만// 나뭇잎이 암갈색으로 얼어붙네/ 그러나 친구들은 차갑게 변할 수 없으리/ 이 계절에 그에게는/ 옛 시절의 친구들이 아무도 없으니// 폭풍은 해를 끼칠지 모르네/ 그러나 사랑은 상처를 줄 수 없으리/ 심장이 없는 그의 가슴이/ 올해 다시 상처를 입을 리 없으니// 밤이 검은 외투를 입고 있네/ 그러나 죽음은, 모든 의구심을 접고서/ 희망 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겁줄 수 없으리. _‘어둠 속에서전문. 하디보다 앞서간 첫 번째 부인 엠마(Emma)를 회상하며 쓴 시다. 삶과 죽음 사이에 창조 공간이 존재한다. 꽃잎이 날리고, 나뭇잎이 암갈색으로 얼어붙는다. 생전에는 별로 살갑지 않은 대상이었던 부인 엠마가 죽고 난 후 시 창작의 에너지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녀에게 미처 담아주지 못한 사랑이 시로 바뀌었으리라. 하디는 그녀가 죽은 후 10년간에 걸쳐 가장 많은 시를 썼다. ‘그러나 죽음은, 모든 의구심을 접고서/ 희망 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겁줄 수 없으리하디에게 죽음은 불행한 삶에서 해방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고통이 불가피한 세상에서 고통을 중단시키는 유일한 행복이다. 삶 속에서 죽음을 보고 죽음 속에서 삶을 보길 원한다. 그리고 그는 궁극적으로 이 땅의 호흡을 멈추고 그분 앞에 다다르길 소망한다. 시 제목 밑엔 구약 성서 시편 1024절 말씀이 적혀 있다.

저는 마른 풀잎처럼 생기를 잃고 제 가슴은 메말랐사옵니다.”

 

 

4. “내 인생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꽤 만족하며 신뢰하는 삶을 살았다/ 삶이, ‘이것을 받아하고 말하기에, 그것을 받았고/ 삶이 떠나하고 말하기에, 삶을 버렸다/ 만일 내가 아예 삶을 살지 않았더라도/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이렇게 말하고 말았을 텐데/ ‘그 사람이 삶을 거부했군, 삶을 적당히 썼을지도 모를 텐데’.” _’평온한 사람의 묘비명전문

 

스스로 꽤 만족하며 신뢰하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삶은 그런대로 괜찮다. 받으라고 하기에 받고, 떠나라고 하기에 떠나는 삶. 대안은 없다. 그러나 우린 받으면 영원히 갖고 싶고, 그 가짐의 행복이 클수록 떠나는 것은 참 싫다.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삶을 생각하는 것은 곧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다.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이나 마찬가지다.

 

 

5. 하디는 처음엔 시()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만 써서는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 한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가난과 절친인 이 땅의 시인들이여~)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러나 몇 편의 소설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날린다. 돈도 제법 벌었다. 런던에 저택을 마련하고 시골에 별장도 짓고, 런던 사교계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배에 기름기가 많아져서 그런가? 전원생활로 모든 것을 옮긴 후 발표한 소설들이 세상 사람들의 신랄한 비평을 받자 그는 크게 낙담한다. 악평에 유난히 민감했던 하디는 비평가들이 자신의 문학작품을 보는 시야가 좁다고 반박도 해봤지만, 결국 그는 소설 쓰기를 접고 다시 시 쓰기로 돌아간다. 다행스러운 것은 처음 시를 쓸 때처럼 배가 고프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에서 경영전략을 배우다 - 전쟁 사례에서 찾은 경영전략의 성공 공식 13
김경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 2015-101

 

전쟁에서 경영전략을 배우다김경원 / 21세기북스

 

1. 전쟁과 경영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보통 우리는 어떤 일을 좀 치열하게 치렀다는 말을 하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비록 전쟁터에는 안 나가봤지만 전쟁을 하듯 그렇게 했다는 뜻이다. ‘전쟁을 치르듯했다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무척 어수선한 속에서 목숨이 오가듯 절박한 마음도 함께 했다는 뜻이다. 경영의 규모가 크건 작건 떠나서 대충 운에 맡겨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실제 전쟁터에서 살아남듯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

 

 

2. ‘전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대를 움직이는 방법을 포함한 계책들을 망라한 것이다. ‘전략은 영어로 ‘Strategy’. ‘장군을 뜻하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전쟁터에서 장군이 어떤 지혜나 책략을 갖고 전쟁에 임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라진다. 한 두 사람의 생명이 걸린 것이 아니다. 수천, 수만 명의 목숨이 장군의 생각에 매달려있다.

 

 

3. ‘전략의 영어 어원은 그리스에서 나왔으나 가장 오래된 전략이론서는 중국의 손자병법이다. 기원전 5~6세기에 활약했던 전략가 손무(孫武)손자병법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여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명한 서양의 전략서 들도 많다. 경영학에서 경영전략이론이 대두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62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였던 알프레드 D. 챈들러가 미국 기업의 흥망사를 다룬 책에서 경영학자로는 처음으로 전략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챈들러는 경영전략을 기업의 기본적인 장기 목표와 목적들을 결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경로들을 선정하며, 이에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4. 이 책의 지은이 김경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필드 이코노미스트로 소개된다. 여러 캐리어를 거쳐 현재 복합시설인 디큐브시티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전쟁 및 경영의 사례와 교훈을 통한 전략 수립 단계’, ‘전략 실행 및 실행 후 단계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전쟁사례와 경영사례를 비교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5. 많은 전쟁 사례 중 아무래도 ‘6. 25전쟁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 민족이 고,,신 삼국 통일이후 처음 겪는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지은이는 스피드가 만능이 아니다는 사례로 6. 25 전쟁 당시 작전 스타일의 차이가 상반된 전과로 기록된 미국 해병대 스미스 소장과 알몬드 중장의 예를 든다. 스피드를 내세운 알몬드 중장은 결국 잠복하며 기다리던 중공군에게 참패를 당하고, 좀 늦더라도 후방을 최대한 든든히 다지면서 사단을 이끌고 가던 스미스 소장이 이끄는 병력은 손실이 적었다. 이 사례와 국내의 대우그룹을 연결시킨다. 19908, 한때 재계 랭킹 1, 2위를 다투던 대우그룹이 70여 조원의 부채를 남기고 도산했다. 대우그룹의 몰락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손 치더라도 김우중 회장의 스피드 경영(단기간에 광범위한 해외 현지공장설립 등)이 브레이크 파열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스피드의 DNA에 기반을 두다보니 품질경쟁력, 기술경쟁력 등 핵심 역량이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만약 김우중 회장이 속도를 조금 희생시키더라도 기술과 품질 역량을 다져가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면 그 결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는 평가를 덧붙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야기 2015-096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조윤제 / 흐름출판

 

1. 정조가 즉위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시독관 이재학과 선전관 이유경과 경연(經筵)을 하던 중 이렇게 물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무슨 말인가?”하니 이유경이 옛글을 익혀 새 글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조가 다시 말했다. “그렇지 않다. 초학자(初學者)는 이렇게 보는 수가 많은데, 대개 옛글을 익히면 그 가운데서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어 자기가 몰랐던 새로운 것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고전을 공부하는 의미와 목적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은 없다고 생각한다.

 

 

2. 이 책의 지은이 조윤제는 지금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인문학 전도사이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고전과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자칭 지식인이니까 최소한 논어정도는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해설서를 읽었고, 원전을 읽을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도 읽어보고 저렇게도 읽어봤지만 크게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없었다.

 

 

3. “최근 들어 인문학이나 고전과 관련한 수많은 책들이 나오고, 경영 혁신의 기반이자 수단으로 인문고전이 각광받고, 또 많은 기업에서 인문학적인 지식기반을 갖춘 인재들을 찾고 있다.” 지은이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삶의 변화가 이뤄진다. 변화의 시대에 뒤처져선 안 되겠다는 초조한 마음도 들었다.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쌓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인문고전 읽기를 실행했다. 상대적으로 멀리했던 중국고전을 우선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절감했다. 고전 속에 있는 지혜들이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지혜라는 것이다.

 

 

4. 지은이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고전이 고전(古典)인 것은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생명력의 원천은 사람()에 있다. 요즘처럼 물질을 사람보다 위에 두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우선으로 한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한다. ()을 지향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깊이, 매우 깊이 생각하며 후세대를 지극히 염려하는 마음에서 쓴 글들이 많다. 자신의 이름을 오래 남기고 싶다고 그 이름이나 그 글들이 오래 남는 것이 아니다. 차분하게 전해지는 그 뜻이 이 마음 저 마음으로 전해지다 보니 오랫동안 숨을 쉬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되고 삶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져도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기초와 양식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 자양분이 고전에서 나오고 있다.

 

 

5. 책은 5챕터로 구성된다. ‘나를 바로 세운다’, ‘세상의 변화를 읽는다’, ‘사람을 경영한다’, ‘일하는 원리를 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등이다. ‘창조적 파괴전략으로 유명한 요제프 슘페트는 혁신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원의 결합 방식을 바꾸거나 새롭게 결합해 가치를 높여주는 활동이라고 했다. 학문의 융합을 연상시켜주는 말이지만, 현 시대와 앞날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가 고전(古典)’고전(苦戰)’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로드맵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의 말로 전환시켜 들어도 무리가 없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언스 칵테일 강석기의 과학카페 4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 2015-100

 

사이언스 칵테일강석기 / MiD(엠아이디)

 

1. ‘피의 백작부인으로 불린 헝가리의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처녀를 희생시켜 피를 마시고 심지어 피로 목욕을 하기까지 했다. 50세인 1610년 체포될 때까지 바토리 에르제베트가 희생시킨 처녀는 1,568명이 넘는다고 한다! 도무지 상상이 안가는 일이다. 이렇게 어마아마한 일을 저지르기 위해선 혼자 힘으로 못 했을 텐데 동조자들은 또 무슨 정신으로 그리했는지 모르겠다. 1610년 체포돼 재판을 받은 뒤 한 성의 골방에 갇힌 채 161454세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 갔으면 더 오래 살지 않았을까? 이 책엔 이와 같은 에피소드가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진다.

 

 

2. 과학 전문기자에서 과학 전문작가로 변신한 이 책의 지은이 강석기는 2012년 처음으로 펴낸 과학카페에 독자들이 대단한 호응을 보내자 매해 한 권씩 과학 에세이집을 출간하고 있다. 지은이는 2권부터는 1년 동안 과학계에서 있었던 발견과 사건을 기록하는 일종의 비망록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치 사초(史草)를 쓰는 사관(史官)이 된 듯한 마음가짐이 들기도 한다고 한다. 독자의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과학 전공자나 깊은 관심을 가져야 만날 수 있는 정보들을 모듬으로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맙다.

 

 

3. 지은이의 과학카페 시리즈 4권인 이 책은 2014년 한 해와 2015년 초에 걸친 다양한 과학이슈를 다룬 에세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에세이 40편은 주제에 따라 여덟 파트로 나눠 본문이 구성된다. 첫 번째 파트 핫이슈에는 대중의 관심이 높았거나 과학계에서 비중 있게 다룬 주제 다섯 편이 들어 있다. 2파트는 건강/의학, 3파트는 문학/영화, 7파트는 물리학/생물학, 8파트는 생명과학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2014년 타계한 저명한 과학자 18인의 삶과 업적을 다룬다.

 

 

4. 인문에 가까운 과학이야기도 있으니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책 속에서 읽을 책한 권을 뽑게 된다. 투명사회베를린예술대학 한병철 교수의 저서다. 지은이의 코멘트다. “한 교수는 굉장히 세련된 담론으로 악과 대립하는 것이 선이라는 것이 아님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과거 군사독재 같은 규율사회에서 지금은 개인이 능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성과사회가 됐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인들의 삶이 결코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인의 성패는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요구에 부응하려고 애쓰다가 지쳐 소진되는 피로사회가 우리의 맨얼굴이라는 것.” 여기까지는 한교수의 전작 피로사회이야기고, ‘투명사회역시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된다는 것. 오늘날 우리는 모든 사회 시스템에서 투명성을 강조하지만 결국 투명사회포르노사회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가 책에서 오늘날 투명사회 도래의 주범으로 꼽는 기업이 둘 있는데 하나가 구글이고 다른 하나가 페이스북이다. 즉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과다와 SNS를 통한 집단 노출증이 투명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5. 수영장에서 하지 마세요~ ; 수영장에서 우선멈춤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짐짓 도인 같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은 십중팔구는 볼일을 보는 중이다. 수영장 물에 비하면 미미한 양인데 뭘 그러냐구? 학술지 환경과학과 환경기술2014318일자에 실린 논문이 소개된다. 실내 수영장에선 소변을 화장실에서 보는 에티켓을 지켜주길 당부하고 있다. 오줌 속 성분이 소독약인 염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해한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염화시안(CNCI), 삼염화아민(NCl)같은 휘발성 분자가 만들어진다. 흡입할 경우 몸에 해롭다. 즉 염화시안은 폐와 심장, 중추신경계를 포함한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삼염화아민도 급성폐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수영을 하기 위해선 소변은 화장실에서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이야기 2015-098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장석주 / 21세기북스

 

1. 나와 그대가 살아가는 삶에 정답이 있을까? 누구나 정답을 쓰며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시험지는 누가 체크할까? 신앙인이라면 자신이 믿는 신 앞에 가서 성적표를 받을 것이다. 이 땅을 떠나면서 마지막 긴 호흡을 들이마시며 자신이 쓴 삶의 답안지를 들여다볼 수도 있겠다. 쓰인 답은 사실 살아온 흔적들이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보고 느꼈던 단상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이들에게 준 상처들, 내가 받은 상처들, 넘어졌던 기억들, 아팠던 기억들 등이 빨리 보기로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

 

 

2.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가 더욱 좋아진다. 나의 삶의 20대 때 시를 참 좋아했다. 많이 읽고 많이 썼다. 시를 썼다기보다는 시 비슷한 것을 쓰긴 했다. 지금도 가끔 시 비슷한 것을 긁적이곤 한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아온 것 같아 자책감이 들 때는 시를 쓴다. 함축의 언어로 내 마음을 그린다. 스쳐가는 느낌을 붙잡아놓는다. 때로는 한 권의 묵직한 책보다 한 편의 시가 가슴에 콕 박힐 때가 있다. 그 느낌이 나의 느낌이기도 할 때 더욱 그렇다.

 

 

3. 이 책의 지은이 장석주는 어떤 사람인가? 스무 살에 등단해서 여전히 시 쓰는 사람. 읽을 수 있는 것에서 읽을 수 없는 것까지 읽어내는 독서광. 읽고 쓰는 것에 모든 것을 건 문장노동자. 경기도 안성 호숫가의 수졸재주민으로 소개된다. ‘스무 살에 등단해서 여전히 시 쓰는 사람이라는 것과 사는 곳만 다를 뿐 나와 흡사하다. 이 책의 타이틀은 인생을 아는 나이 비로소 시를 읽다.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이다.

 

 

4. 지은이 장석주 시인이 소개하는 30편의 시()들은 대체적으로 쓰다. 달콤한 것만 찾던 입맛에는 더욱 쓸 것이다. 그러나 달디 단 약은 아이들에게나 먹일 일이다. 어차피 인생은 쓰다. 그리고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 아이들이 아프면 평소 아이가 좋아하던 음식을 먹일 것이 아니라 잘 안 먹던 음식을 먹이라는 처방전도 있다. 몸의 균형을 맞추듯 영혼의 균형도 맞추며 살아야 한다. 쓰디쓴 약은 나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5.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_황인숙 전문

 

당신만 아픈 척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이고 당신은 피해자라는 생각도 말일이다. 따지고 보면 피차 가해자고, 피해자다. 쉽게 쓰는 말로 쌍방과실이다. 퉁 쳐야 할 일들 뿐이다. 이건 내 생각이다. 지은이는 이 시를 이렇게 풀어준다. “지금 이 시의 서정적 주체를 지배하는 것은 권태, 피로, 무기력이다. 이 시의 문면 뒤에 숨은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당신의 말함을 허락할 수가 없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다. 제발 나를 건드리지 말고 내게 아무런 응답도 요구하지 말고, 나를 응답 할 수 없음’, 즉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익명성에 그냥 머물게 놓아다오.”

 

 

6. “나 떠난 후에도 저 술들은 남아/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겠지//

나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술에 취해/ 몸은 땅에 가장 가까지 닿고/ 마음은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아/ 허공 속을 몽롱하게 출렁이겠지// 혀끝에 타오르는 불로/ 아무렇게나 사랑을 고백하고/ 술 깨고 난 후의 쓸쓸함으로/ 시를 쓰겠지// 나 떠난 후에도/ 꿀 같은 죄와 악마들은 남아/ 거리를 비틀거리며/ 오늘 나처럼 슬프게 돌아다니겠지/ 누군가 또 떠나겠지.”

_문정희 나 떠난 후에도전문

 

이 시를 읽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아파트 창을 통해 밖을,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가슴이 더 무너졌다. 내 아이는 죽어 없는데 해는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떠오르고, 아빠의 출근길을 배웅하는 엄마 품 아가의 손짓은 여전하고, 등굣길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활기 넘치는 번잡스러움은 여전하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고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었단다. 그래서 두꺼운 커튼으로 창을 닫은 후 상당히 오랫동안 두문불출 했단다. 세월호 건져 올리는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라고, 아직 못 올라온 아이들을 가슴에 묻으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마라. 네 새끼 아니라고. 그저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시적 화자가 상상적 죽음에 이른 이런 순간들은 존재의 고갈이면서 고갈이 아니고 덧없음이면서 덧없음이 아니다. 죽음은 운명의 견고함을 마침내 완성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적 화자의 죽음은 미래의 것 즉, 아직 오지 않은 죽음이다. 여기서 기묘한 안도감과 함께 살아 있음에 쏟아지는 신적인 시선과 빛으로 우리를 이끈다.”

 

 

7. 내가 시()를 읽는 법 ; ‘단 숨에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한 번에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는 결코 쉽게 쓰이는 법이 없다. 때로 A4 용지에 시를 그대로 옮겨본다. 워드로 두드려보기도 한다. 연의 구분, 끊김과 이어짐, 숨표 하나도 임의로 하지 않고 그대로 그린다.

그 부분들도 시의 일부분이다. 시인의 호흡을 따라 시를 읽고 마음에 담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