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진화할까?
김대호 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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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개개인의 주관적인 생각 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를 공유하고 재가공하는 등 '참여, 소통, 공유'를 키워드로 하는 뉴미디어를 의미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언론이 국가주도하에 통제되고 운행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이 책은 소셜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다양한 사회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여 지난 1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주제로 연구하였고 그 결과로 이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등장 의미를 살펴보고 그 영향과 발전을 논의합니다.  소셜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 소셜미디어와 사회 연결망의 문제, 소셜미디어와 사회심리학 문제, 댓글 문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메트릭스, 소셜미디어와 K-Pop의 컨버전스, 소셜미디어의 저항문제, 소셜미디어 기반의 바이럴 마케팅, 소셜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나타납니다. 2011년 초 중동에서 일어난 일련의 시민혁명에서부터 국내에선 2011년 후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 판도가 바뀌고 정치 지형이 변하는 양상을 초래합니다. '소셜(social)'이라는 단어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와 결합하면서 단순히 '사회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참여, 개방, 공유, 협업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존재하듯, 소셜미디어가 의외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라이버시 침해와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이지요. 여기에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인포데믹스(Infodemics)입니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입니다.




사용자들은 이미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SNS 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교하며 페이스북은 '결속 연결망'에 가까우며 트위터는 '교량 연결망'과 유사하다는 표현을 합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로서 느낀 점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친구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상대의 페이스북을 전혀 볼 수 없었으나, 최근에는 '좋아요'는 못해도 게시물을 공유하는 데까지 갔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설정을 해놓기 나름입니다. 트위터는 계정을 만들어놓고 잠시 사용하다가 요즘은 접은 상태입니다. 페북 하나만 제대로 관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트위터는 많은 경우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관계가 맺어집니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경우라도(페북도 마찬가지긴 합니다만 트위터와 달리 친구맺기 과정이 필요하지요)팔로 관계가 맺어지곤 합니다. 따라서 트위터에서는 보다 많은 양의 정보가 유통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트위터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페북은 사용자 환경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책의 필진 중 한 사람인 나은영 교수의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와 사회심리학'을 흥미롭게 읽습니다. 사회심리학은 "타인의 실제적, 상상적, 암묵적 존재가 개인의 사고(생각), 감정(느낌)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Allport, 1968).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상 형성과 신뢰 형성에서 '글에 의한 인상 형성' 그리고 '자기 제시와 자기 감시에 근거한 인상 관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기감시'라는 부분이 생소합니다. 자기감시는 자기제시 과정에서 '현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개인의 머릿속에서 감시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자기 감시 수준이 낮은 사람은 상황에 관계없이 비교적 속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인 반면, 자기감시 수준이 높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솔직하게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거나 일부만 내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가 인간과 독립되어 따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미디어는 이미 인간과 하나가 되어 인간과 함께 움직이는 사회적인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미디어는 매스미디어에서 개인 미디어로, 그리고 결국 소셜미디어로 계속 발전해 가며 인간과 그 흥망성쇠를 같이할 수 밖에 없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미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문제이며 인간 사회의 문제다. 따라서 그 해결책도 미디어 자체에서 찾기보다는 인간과 인간 사회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소셜미디어의 큰 숙제로 남겨져 있는 '댓글문제'에선 '건전한 댓글 문화를 위한 국가 정책에 사회적 익명성을 고려한 규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소셜미디어의 열풍에 빠져 있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러나 확신 요인 못지않게 저항 요인도 그 만큼 힘이 키워지고 있습니다. 새의 양날개처럼 이 두 부분이 상호작용이 되어 진행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미 사회적인 흐름은 소셜미디어와 함께 날아가고 있습니다. 동승하고 안 하고는 전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양상,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리라고 생각듭니다. 10명의 전문가들이 상당히 공을 들여서 쓴 글들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소셜미디어와 관련해서 사회, 경제, 문화적 함의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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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
로버트 허스트 지음, 박종성 옮김 / 섬앤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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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키워드는 '자전거'입니다. 책도 가볍고, 내용도 그러한지라..모처럼 좀 가볍게 가보렵니다.

책 제목이 사뭇 도전적입니다. '자전거를 탑시다~'도 아니고, [우리가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보다..'내가 당신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라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지 않던가요?  그런 분위기입니다.    책 표지가...므흣합니다 ~^^

 



 


 

이 정도 책을 쓰려면 웬만한 자전거 매니아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지요.

누군가 좀 알아볼까요? 



8만 건이 넘는 배달이라. 택배맨? 배달 품목이 궁금하시지요?  책에는 안 나오더군요.

하늘을 나는 기계, 비행기 하면 떠오르는 이름. 라이트 형제가 자전거 가게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자전거가 비행기의 개발에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깁니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리 근육을 많이 쓰면서 나이와 체력, 적성, 경험 등에 적합하기만 하면 다 좋다."    _ 폴 더들리 화이트 박사

 

두말 할 나위없이 건강은 건각(健脚)에서 옵니다.

자전거는 효과적인 운송수단이자 운동수단이라는 것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전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동차는 참으로 불쌍한 존재가 됩니다. 에너지 이야기가 뒤따릅니다.

역자가 우리 정서에 맞게 번역하기도 했겠지만..저자는 이런 말을 하는군요.

"에너지와 관련된 책을 쓰기에는 정말이지 아주 개떡같은 시기임에 틀림없다."

지구의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는 것이지요. 

저자는 인류에게 자동차가 발명된 것을 '괴물의 탄생'이라고 표현합니다. 



1890년대 스포츠 잡지인 [아우팅(Outing)]에 이런 글이 실렸다고 합니다. 

"해가 갈수록 여성들의 자전거를 다루는 자신감이 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전거 위에 올라앉은 여성의 모습은 여권과 자유의 도발적인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상품들이 대체적으로 그러하지만, 자전거 탄생 초기엔 그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에도 나오는 단어지만, 그 당시엔 자전거 타는 사람을 Wheelmen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자연적으로 Wheelwoman이 등장합니다. 사진의 저 여인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엔 너무 우아한 복장인 듯 합니다만..






저자의 통계자료지만, 1973년은 성인용 자전거가 역대 최고로 많이 팔린 해였다고 합니다. 더불어 자전거 탈때의 옷이 개발되고, 헬멧을 쓰고, 신발까지 갖춰입는 라이더 복장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예상 했던 부분이지만, 저자는 우리가 자전거를 타야하는 당위성을 에너지 고갈과 환경에 촛점을 맞추고 있네요. 후반 1/3은 이 이야기가 주테마입니다. "주유펌프는 고통을 주입한다.", "주유노즐만 보다가 노곤해진 신경", "기름탱크 옆에서 눈물로 기도하리" 등등은 고유가 시대에도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지요.

 

 

그러나,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각 자치기구마다 소위 자전거 도로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전시행정의 극치인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시내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끊기는 것은 예사이고, 주차장이나 인근 점포의 야적장으로 변신되어 있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서 조직의 쓴맛을 보여준다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예, 자전거를 아직 못 배우셨다구요?

 

저자가 쓴 책 중에 '자전거 타기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지만, 글쎄요..자동차 운전을 책으로 배웠다는 사람을 못 만나본지라, 썩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군요. 그냥 몸으로 부딪히며 넘어지며 엉덩이도 아파가면서 배우셔야 하지 않을까요?  책 내용에도 자전거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책 말미엔 부록으로 "자전거의 역사와 종류"가 실려 있습니다. 가히 자전거에 관한한 작은 백과사전이라고 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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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루소가 죽기 직전까지 집필했던 미완성 유고작으로, <고백>, <루소, 장 자크를 심판하다>와 함께 자전적 3부작으로 불린다. "자연은 인간을 행복하고 선하게 만들었지만 사회가 인간을 타락시키고 비참하게 만든다"는 자기 사상의 대원칙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그는 세속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은거했고, 그곳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과 대면해 그 결과물로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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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래부터 이기적인 존재인가? 우리는 과연 ‘우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독일의 저명한 뇌과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베르너 지퍼는 이렇게 주장한다. “인간은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타인을 통해 비로소 인간으로 재탄생하며, 결국 우리의 지속적 행복은 ‘우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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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 로버트 서먼, 조지 레이코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피터 싱어, 코넬 웨스트, 반다나 시바 등 세계의 석학 7명이 말하는 한국 그리고 희망의 연대. 이 책은 '오마이뉴스' 기획연재 [깨어나자 2012: 석학을 만나다]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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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거장 제프 다이어의 사진 비평집. 1800년대 초기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42명의 사진작가들을 다루는 흥미로운 지적 탐험은 여러 주제와 형식, 시대를 자유롭게 종횡무진한다. 알랭 드 보통은 “사진 그리고 삶에 대한 경이로운 명상”이라 극찬했으며, 저명한 비평가이자 예술가인 존 버거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이 더 크게 보인다”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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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언제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블랙홀과 암흑 물질은 무엇일까?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까? 우주의 역사와 더불어 우주론이 담고 있는 여러 주제들 속에 인류의 출현과 외계의 지적 생명 탐사, 타임머신 등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주제까지 우주가 숨겨 놓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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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내기, 노름의 유혹 - 도박의 이해와 치료
이흥표 외 지음 / 학지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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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약 2년 전. 40대 중반의 회사원이 교통사고로 입원했습니다. 많이 다쳤습니다.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커브길에서 추월하다가 중앙가로대를 들이받으며 차가 전복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수석에 탔던 사람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운전기사도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저에게로 온 환자도 여러 곳에 골절상을 입고, 사고 지역 인근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집근처로 옮기게 되었지요. 


처음엔 출장 갔다 오던 길이라고 했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날, 제 방에서 차를 마시며 속마음을 털어놓더군요. 도박에 '빠졌었다'고 했습니다. 사고가 나던 날도 태백 카지노에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강원랜드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그 곳. 주말도 아닌 평일에 사무실 퇴근후 그곳에서 밤을 새우고 이른 아침에 출근을 위해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2~3번, 어떤 때는 거의 매일 가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잠은 언제? 집에는 뭐라하고? 오며 가며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리곤 출근을 해서 감쪽같이 근무를 해야했으니 얼마나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까요. 더 놀라운 사실은 본인처럼 퇴근후에 그곳(태백)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강변역에 가면 택시가 카풀을 해서 그곳으로 날아간답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본인의 의지로 도박을 끊을수가 없다보니, 교통사고를 통해서 정신을 차리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겠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내게 쏟아낸 것이 오히려 고마워서 제 진료실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 중 문학, 인문학 서적 몇 권을 꺼내 선물로 주었습니다. 퇴원후에는 등산을 다니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다른 취미 생활을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퇴원후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만,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서 평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으리라 염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만난 위의 사례자와 같은 습관성 도박(도박중독)의 이해와 치료에 대한 책입니다. 필진은 여섯 사람의 심리학 전공자, 임상심리와 정신과학 전문가들입니다. 도박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도박은 모순되고 이해하기 힘든, 자기파멸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도박자의 심리는 자신의 이성을 불신하지 않는 또 다른 모순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도박자는 자신의 이성이 오히려 전능하거나, 자기 자신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믿거나, 자신은 이득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크게 3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개인, 사회, 역사 측면에서 본 도박과 현재 한국 사회의 도박 문제를 통시적, 횡단적으로 고찰. 그리고 습관성 도박의 이해 즉, 습관성 도박의 증상과 파생되는 문제점, 도박에 빠지는 이유, 대처방법 등. 마지막으로 도박중독자의 의학적, 심리학적 접근 및 치료재활을 통한 재기가 실려 있습니다. 


도박의 역사가 퍽 오래 되었군요. 고대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복구 자금을 마련하려고 연회에서 복권을 팔았고, 네로는 불 탄 로마를 재건설하기 위해 복권을 판매하여 상품으로 노예를 주었다고 합니다. 도박의 결과가 우연(chance)이나 확률(probability)에 좌우 된다는 것을 인간이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17세기 철학자이자 도박자이기도 했던 드 메레는 게임이 한창 진행되다가 중단되면(가령 세 판을 먼저 이기는 자가 판돈을 갖게 되는 게임에서 누구도 세 판을 먼저 이기지 못한 상태에서 중단된 경우)어떻게 판돈을 나눠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들은 그때까지 진행된 결과와 앞으로의 미래에 진행될 결과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학자 파스칼은 "중단된 게임 이후의 결과란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게임과 같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미래의 게임은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17세기 유럽의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가들이 외국과 무역을 할 때 예상되는 손실과 이익을 확률을 이용해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위험을 다루는 보험회사가 등장합니다.


 도박의 문제점

1) 도박은 사람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강박적 충동에 의한 참여를 고무시킴으로써 중독된 

   도박꾼을 만들어 낸다

2) 도박은 특히 도박을 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을 끌어 들인다.

3) 도박은 노동윤리를 무너뜨려 절약이나 근면 같은 것보다 운이나 우연에 의한 이익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게 한다.

4) 도박은 자본의 사전 축적 없이도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위협한다.

5) 도박은 불가피하게 범죄 행동과 연결된다.

6) 도박은 비합리적인 힘에 대한 복종을 수반하며, 개인 특성과 공적 도덕은 물론 가족과 

  공동체도 파괴한다.


위의 문제점처럼 도박자는 흔히 금전 상실이나 부채, 직업 문제, 그리고 가족의 비판과 냉대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도움 받는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당사자는 물론 가족들까지도)들은 도박 문제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중독을 뜻하는 'addiction'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 'addicere'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개인이 어떤 물건에 구속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긴 합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하면 '물건'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내가 언제든지 내칠수 있는 물건.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알콜중독자들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아시는지요? 바로 '중독'이란 단어입니다. 내가 좋아서 마시는 술을 왜 중독이라고 하느냐입니다. 그래서 좀 덜 거부감을 갖으라고 요즘은 '알콜의존성 환자'라고 부릅니다. 앞서 제가 만났던 회사원도 자기 입으로 도박중독이라는 표현을 안 했습니다. 그저 도박에 '빠졌다'고 하더군요.


도박중독자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관여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입니다. 뇌파 연구에서는 도박 집단의 반응패턴이 주의력결핍장애(ADD)를 진단받은 아동들의 패턴과 유사하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습관성 도박자와 알코올 중독자가 공통적인 생리학적 소인을 갖고 있다는 결론도 도출됩니다.


더욱 발전된 진단 영상 분야인 fMRI 연구에선 습관성 도박자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보고됩니다. 이 영역은 "하지마!"라고 외치는 영역, 즉 충동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영역입니다.


습관성 도박의 치료와 재활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일차적으로는 개인 심리치료, 약물치료, 함께 상처를 받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가족치료 및 사후관리, 재발 예방등은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큰 과제입니다.


리뷰 초기에 언급했던 40대 중반의 회사원이 남긴 말을 기억의 샘에서 담아 올립니다.

"내가요..그날 교통사고가 안 났으면 벌써 죽었을겁니다. 교통사고가 저를 살려준 셈이지요. 막다른 상황까지 갔었지요. 직장에선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다보니, 짤릴 위기까지 갔구요. 야근이다, 출장이다 거짓말을 했던 아내에게 얼마 전에 탄로가 났지요. 내가 딴짓하고 다닌다는 것을요. 회사 경리과에도 거짓말을 하고 퇴직금을 가불해서 다 빼서 날려버렸지요. 전 그날 교통사고 안났으면 벌써 죽었어요. 그 날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요. 그 사람도 태백에서 합승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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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인의 편지 - 발췌 지만지 고전선집 441
프랑수아즈 드 그라피니 지음, 이봉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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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잉카 제국은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이었습니다. 잉카 제국의 행정, 정치, 군사의 중심은 지금의 페루인 쿠스코입니다. 안데스 문명은 BC 약 1,000년 경 현재 푸나라고 불리는 페루의 고원지대에서 싹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초기의 잉카족들은 유목민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1년 페루의 새 대통령 알레한드로 톨레도가 마추픽추 산정에서 두 팔을 펼쳐 취임의식을 치뤘습니다. 원주민 출신 첫 대통령으로서 잉카제국의 영광을 기리는 사진이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마추픽추는 '하늘의 정원', '공중 도시'로 불리는 수수께끼의 유적입니다. 해발 2,280 m 산 꼭대기에 세워진 계단식 성곽과 터, 누가 언제 왜 이런 신비스러운 건축물을 어떻게 세운 것인지, 어찌하여 사람이 절멸하고 폐허만 남았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1535년 소수의 스페인 군대가 정복해버린 잉카. 잉카 제국이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왕권 다툼과 내분이 거대 제국의 멸망을 재촉했다고 합니다. 



           from  "National Geographic"

           


잉카 제국과 마추픽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이 소설의 배경이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747년에 출간된 이 책 [페루 여인의 편지]는 프랑수아즈 드 그라피니의 18세기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영어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그 인기에 영합해 다른 작가들에 의해 속편까지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대학의 프랑스문학 교과과정에 필수적인 작품으로 포함되기도 했답니다.


18세기 이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당시 세인들의 관심을 끌던 두 가지의 문학적 전통인 애정소설이국취미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질리아는 페루 잉카제국의 방계공주로 태양신을 섬기는 처녀들의 수장이며 또한 페루의 왕위 계승자 아자와 정혼한 사이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식 날 아침, 그녀가 살고 있던 태양 사원에 난입한 스페인 군인들에게 포로로 잡혀 유럽으로 끌려갑니다. 이 소설의 첫머리에서 그녀는 약혼자 아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그들의 행복을 회고하며, 그녀의 사랑과 그리운 마음을 토로합니다.  


"아자! 사랑하는 아자! 당신의 연인 질리아의 외침은 당신에게 닿기 전에 아침 안개처럼 흩어지고 맙니다. 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내게 달려와 사슬을 부숴주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될 뿐입니다. 아! 어쩌면 내가 모르는 끔찍한 불행이 닥쳤는지도 모르겠군요. 만일 당신에게 더 큰 불행이 닥쳤다면..."


주인공 질리아는 그녀의 불안하고 암담한 마음을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될 연인 아자를 생각하며 치유와 인내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편지가 엄밀한 의미에선 편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종이에 쓴 것이 아니고, 페루의 전통적 수단인 퀴푸를 사용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루인들은 예로부터 색색의 끈 같은 것으로 매듭을 만들어 문자 대신 사용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내용을 기록(표현)하기 위해선 엄청난 매듭이 필요했겠지요? 과연 인질로 잡혀간 처지에서 매듭의 재료인 색끈이 얼마나 제대로 공급이 되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듭니다만..소설이니까. 이해해야겠지요. 이 소설은 또한 몇몇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 뒤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역사 소설도 아닌데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 합니다. 출간 초기 당시에 독자들은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설의 내적인 진실이라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에서 소설을 읽어나갑니다. 


첫 편지는 스페인 군인들이 학살을 자행하고, 신전을 더럽히고, 신전 곳곳에 있는 귀한 장식물들 중 특히 금으로 된 것들을 탈취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벽에 입힌 황금 판까지 모두 벗겨내는군요. 질리아는 신전에 숨어 있다가 그  혼돈의 와중에 틈을 내어 도망치려 던 중에 잡히고 맙니다. 왕비의 복장으로 넘었어야 할 문을 질리아의 눈엔 야만인으로 보이는 그 무리들에 의해 질질 끌려나오게 됩니다. 그 때 질리아는 퀴푸(매듭)를 소지하고 있었군요.  "아, 사랑하는 아자! 내 마음 속에는 사랑하는 영혼이 느끼는 온갖 고통이 다 모여 있어요. 당신을 보면 그런 것은 깨끗이 사라지련만! 그럴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바치겠어요."


이 소설엔 연애 편지를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인용문들이 많습니다. 정서적으로도 그러합니다. 아, 다행히 질리아의 편지(키푸)가 감옥의 창문을 통해 밖에 던져 놓은 것을 그것을 아는 누군가가 주워 아자에게 전하고 '온갖 지혜와 방법'을 동원한 아자의 답장이 질리아에게 전해집니다. 아자의 답글은 간단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매듭 짓는 솜씨가 서투른 듯 합니다. 질리아의 글이 계속 이어집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당신 덕택이라는 것을 나는 결코 잊지 않습니다. 사실 당신이 좋아하는 나의 장점은 모두 당신의 작품입니다. 장미의 화려한 빛깔이 햇빛 덕택이듯이 당신이 좋게 생각하시는 나의 정신과 감정의 매력은 모두 당신의 예지(叡智)덕택입니다. 내게 고유한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내 삶의 빛이여, 죽어가는 나를 살린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만일 죽음이 당신과 나를 한 번에 거둬 갈 것을 확신할 수만 있다면 나는 결코 삶을 보존하려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질리아는 프랑스로 끌려갑니다. 그녀의 편지 글이 프랑스 사회에 대한 관찰과 비판으로 넘어갑니다. 이국취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로 연결됩니다. 이 소설의 역자인 이봉지 교수의 해설에 의하면 프랑스 문학사에서 이국취미에 대한 관심은 크게 외부적인 것과 내부적인 적으로 나뉘어진다고 합니다. 즉, 유럽 외부 세계의 문물소개와 비유럽인에 의해 관찰된 유럽 사회 묘사입니다. 이 [페루 여인의 편지] 이전에 출간된 이 경향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1731년 출간된 아베 프레보의 [마농 레스코]가 있습니다. 그 후에 나온 작품들 중엔 볼테르의 [캉디드]가 있고, 외부인에 의한 유럽 사회 관찰의 범주에 속하는 소설 중엔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 편지]가 거론됩니다. 


주인공 질리아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이는 그 당시 프랑스는 그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 폄하 현상입니다. 불합리한 여성 교육 그리고  여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 여성에게 불공정한 결혼 제도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성인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다고 합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이 소설이 18세기의, 그리고 프랑스 문학사를 통틀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소설의 하나로  인정받게 된 것은 여성 문제에 대한 이러한 심층분석에 기인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랑수와즈 드 그라피니는 1695년 당시 독립국이었던 로렌 공국(현재 프랑스 사북부 로렌 지방)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같은 지방의 귀족인 프랑수와 위게 드 그라피니와 결혼했으나 금전 문제와 남편의 폭력 문제로 불화. 이들 부부 사이에 세 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모두 유아기에 죽었다고 합니다. 냠편 역시 7년간의 별거 생활 끝에 사망합니다. 볼테르의 도움을 받으나 불편한 관계가 발생되어 파리로 이주하게 됩니다. 편치 못한 파리 생활 중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고, 이 [페루 여인의 편지]는 그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습니다. 이 작품은 초판 이후 30년 동안 46판이 출간 되었다고 합니다.  


"존재의 즐거움, 많은 눈먼 인간들이 잊어버린, 심지어는 아예 모르고 지내는 이 즐거움, 내가 있다, 살아 있다, 그리고 나는 존재한다, 우리가 이 감미로운 생각, 이 순수한 행복을 기억한다면, 그것을 즐길 줄 알고, 그 가치를 안다면,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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