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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은 카페 마실을 떠나볼까요? 동네 마실이 아니라, 좀 멀리 갑니다. 비행기타고 갑니다. 우선 마음으로 떠나봅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맛과 향으로 마시고, 누군가는 분위기를 마십니다. 아마 이 책에선 둘 다 마실 것 같습니다.

 

지은이는 하늘을 나는 바리스타입니다. 전문 바리스타 자격으로 기내에서 커피를 서비스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해서 현재 바리스타팀 그룹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합니다. 이 책 [카페 마실]은 그가 직접 다닌 전 세계 카페 기행과 커피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책은 4파트로 나뉩니다.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일본 등입니다. 본문에 소개되는 카페는 지은이가 그곳의 주소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구글 맵정보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외국 여행길에 들러 보실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군요.

 

지은이는 그 자신 바리스타답게 카페를 소개하면서 단순히 커피의 맛과 향, 분위기만 전하는것이 아니라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각 카페의 특성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스페셜티 시장이 가장 큰 나라가 미국이지만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미국인 수상자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점이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장인 정신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2009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본선을 애틀란타에서 개최하면서 홈그라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우승을 노렸지만, 영국 런던의 귈림 데이비스라는 바리스타가 우승을 합니다. 이미 샴페인까지 준비했던 미국은 매우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그 바리스타. 귈림 데이비스의 커피맛을 보러 갑니다. 귈림 데이비스는 런던에 커피 하우스 겸 바리스타 트레이닝 센터 프루프록 커피를 오픈하고 있군요. "향기가 좋았다. 케냐 특유의 강한 바디감이 느껴지지만 향기는 약간 에티오피아 커피가 연상되는 부드러운 과일향이었다." 지은이는 카페문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남깁니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프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그곳 바리스타의 장인 정신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파리는 독특한 카페 문화의 역사가 꽤 오래 되었군요. 20세기 문학과 지성의 산실인 '레 뒤 마고'가 그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 카페는 아직도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하겠지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카페 벽에 걸린 사진 속 인물(단골이었던)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생텍쥐 페리, 파블로 피카소,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등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음료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하니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여러 커피 하우스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인테리어에 대한 개념이다. 많은 카페 주인이 돈만 있으면 카페 특유의 분위기와 그 카페만이 가진 가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고객들의 감성이나 취향 같은 것들은 배제하기도 한다.(.....) 고객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커피 하우스의 분위기들은 대부분 빈티지하면서도 펑키하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기능적이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미국에선 최근 서울에도 매장을 연 맨해튼 씽크 커피(Think Coffee)를 방문하는군요. MBC [무한도전]에 소개된 뒤로 유명세를 탔다고 하지요? 지은이는 처음에 그 유명세가 단순히 방송 협찬으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찾아보니 환경을 생각하고 생산지 농부의 생계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 의식 있는 변호사의 창업에서 시작된 커피 하우스였다고 합니다.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착한 커피군요.

 

이웃나라 일본을 방문해선 긴자의 명소인 '카페 드 람부르'를 소개합니다. '커피만을 위하여'라는 간판에서 주인의 마음을 엿봅니다. 1948년 문을 열었군요. 그런데 지은이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10년 이상 오래된 커피'라는 이름의 메뉴를 보고 놀라는군요. 와인은 오래 될 수록 좋다지만, 커피는 글쎄요? 이 커피점의 장점은 독특한 생두 보관으로 인한 숙성 개념 때문이라는군요. 기왕에 간 길에 1974년 쿠바 커피와 그해에 생산된 블렌딩 커피를 주문합니다. 염려심으로 마신 커피는 의외로 산미가 살아 있고 깔끔한 맛이었다는 평이 붙습니다.

 

커피 매니아나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 드릴만한 책입니다. 책에는 바리스타들만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그윽하고 진한 커피향을 느낍니다.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지만, 그 분위기를 한껏 전하지 못하는 텍스트 일변도의 리뷰에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갖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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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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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내다보는 책들을 보느라면, 장밋빛보다 회색 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춘 세계에서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고민합니다. 심지어는 개인을 위한 20가지 조언은 참으로 재미 없습니다.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사라질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마라. 군중이 망치기 전에 세계적인 관광지를 방문하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이주하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지속 불가능성을 파악하라.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 마라.  미래는 물리적 한계에 지배당할 것임을 잊지 마라 등등"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이 책의 지은이 재레드 다이아몬드. 움베르토 에코만큼이나 수식어가 많습니다. 문화인류학자, 문명연구가, 생리학 교수,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는 조류학자,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12개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 새, 언어, 뉴기니, 음악, 역사, 지리, 사회에 끼친 환경의 영향, 유전학, 생리학등에 관심사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시추기를 지닌 사람.

 

지은이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 균, 쇠] 그리고 문명 붕괴 과정을 통해 본 지구 문명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격인 [문명의 붕괴]에 이어 문명대연구 3부작 완결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책 [어제까지의 세계]를 통해 그의 이름대로 다이아몬드같은 성찰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 거의 모두가 앞만 내다보기 바쁜 판국에 다이아몬드는 "최첨단의 문명사회를 구할 강력한 비책은 어제의 세계에 있다!"고 역설합니다. 이 책에도 주 무대는 뉴기니입니다. "1964년 뉴기니 땅을 처음 밟았을 땐 새 연구가 목적이었다. 거긴 600종의 새가 산다. 뉴기니는 내게 처음부터 이국적이고 궁금하고 신비했다. 한편으론 겁도 났지. 뉴기니에는 1000개의 부족, 1000가지 언어가 있다. 그들은 상당 부분 당신과 날 닮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몹시 다르다. 전통 사회와 현대사회 사이의 닮음과 차이가 바로 이 책이다."

 

'뉴기니'가 어드메쯤 붙어있냐구요? '뉴기니'는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위쪽으로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왜 '전통'사회를 연구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전통사회에 대한 호기심'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척 유사해서 충분히 이해되고, 또 어떤 점에서는 우리와 무척 달라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전통사회', '소규모 사회'는 수십 명에서 수천 명까지 소규모 집단을 구성하며 낮은 인구밀도에서 수렵채집, 농업이나 목축으로 살아가고, 서구화된 산업 사회들과 접촉함으로써 제한적으로 변한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뜻합니다.

 

지은이는 '전통사회'에 대립되는 이미지로 WEIRD "서양의(Western) 교양 있고(Educated) 산업화됐고(Industrialized) 부유하며(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로 봅니다.(이니셜) 이 부분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몰개성화입니다. 뭔가 좀 튀는 행동을 하면 '화성인'으로 분류되는 사회.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개성을..(이런 표현에 양해를 구합니다) '개같은 성질'이라고 한다던가. 개의 어떤 성질을 보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마음 단속도 신경쓰고 있습니다만, 아뭏든 WEIRD라는 단어 속엔 획일화된 어떤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지요. 나는 도미노가 그려집니다. 후~ 호흡 한 번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도미노성. 참..weird 라는 단어는 '이상한, 수상한, 기묘한, 괴상한, 무시무시한, 불가사의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관습을 받아들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합니다. 어떤 점에서 우리 현대인은 부적응자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우리 몸과 관습이 진화를 겪으면서 적응한 환경과 다른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점 깊이 공감합니다. 이미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남이 바라는 삶, 남이 바라보는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조직의 쓴맛을 안 보기 위해서 애쓰다 보니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지요. 그렇다고 지은이는 무조건 전통사회를 예찬하진 않습니다. "전통 사회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당연시하는 지금 사회의 이점에 고맙게 생각할 기회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5부 11장으로 구성되고 에필로그가 붙여집니다. 1부는 1장으로만 되어 있고, 전통사회가 어떻게 공간을 분할하는지 설명함으로써 뒤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의 기초적인 발판을 놓습니다. 2부는 2~4장으로 구성되며 분쟁해결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5장과 6장에선 인간의 생명주기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어린시절과 노년이 그려있습니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고령화 사회를 의식해서 부분적으로나마 전통 사회의 교훈을 받아들이면 현재의 상황을 개선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부는 7장과 8장으로 이뤄지는데, 위험과 그에 대한 반응을 다룹니다. 전통사회에서는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능한 이유를 찾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전통 사회에선 '안전 불감증'이 없던가 적던가 입니다. 9~11장에선 종교, 언어의 다양성, 건강을 다룹니다. 지은이는 특히 '종교'를 놓고 미래엔 종교가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은이와의 인터뷰 기사 중에 이런 부분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덜 읽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메르 문자의 발명 이후) 5400년 동안 문명이 쌓아온 지혜를 내다버리는 것과 같다. 역사의 지혜, 문학과 예술을 걷어차는 일이다. 난 컴퓨터, 이메일, 스마트폰, 타자기도 쓰지 않는다. (펜을 들며) 이걸로 책을 쓴다. 게다가 내가 컴퓨터를 만지면 꼭 망가지더라. 하하."
지은이는 끝까지 컴퓨터를 배울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올해(2013년) 76세입니다. 이미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다 합니다. 키워드는 '변화(Change)'입니다. ―언제 읽을 수 있나?  "2020년. 내 책은 최소 8년 걸린다. 역시 펜으로.."

 

Diamond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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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피로를 푸는 습관 -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한 피로 관리법
니시다 마사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부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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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증상이 있습니다. 겨울에 특히 그 증상이 많이 나타나지요. 일조량과 관계가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가 많이 나는 요즈음도 예외가 아닙니다.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일상의 연속. 이 증상이 한 달 넘게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피로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고, 면역기능을 저하시킵니다. 모든 병이 찾아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는 상황이 됩니다. 사막을 힘들게 한 발 한 발 내딛던 낙타 등에 마침 그 위를 지나던 새가 깃털 하나를 떨구자 그 무게를 감당 못해 무릎을 꿇듯, 어느 날 갑자기 몸과 마음이 다운되는 경우가 발생됩니다.

 

한국에서 독일로 날아간 철학자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급류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일상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삶을 표현해 준 [피로사회]에서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칭합니다. 피로가 지닌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피로'란 개인의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니시다 마사키는 도코의대를 졸업 후 미국에서 수면과학을 연구, 현재는 우울증과 수면장애 전문 정신과 의사로 진료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보다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많이 느꼈던 저자가 피로와 피로회복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했던 사실을 토대로 쓴 책입니다.

우선 큰 제목만 옮겨 볼까요? '피로, 그냥 두면 병이 된다' , '주말 내내 자도 피곤한 이유는?',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은 따로 있다', '식습관으로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라', '생각을 바꿔야 몸이 바뀐다' 등입니다.

지은이는 내 몸이 보내는 사인에 민감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피로도 체크리스트를 옮겨 봅니다.

 

@ 거의 모든 일에 흥미가 없거나 즐겁지 않다.    
@ 침울하거나 우울하고 절망적인 기분이다.
@ 기력이 없고 피로감이 지속된다.
@ 깊은 잠을 못자거나 자는 도중에 깬다. 또는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잔다.
@ 식욕이 없거나 과식을 한다.
@ 독서나 TV 시청, 인터넷을 할 때 집중하기 어렵다.
@ 자신을 한심한 인간이라 생각한다. 가족이나 회사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말이나 동작이 느려졌다.

    또는 초조함에 허둥거리는 일이 잦다.

 

열거된 증상을 보니까, 모 아니면 도군요. 이 체크리시트에서 체크 되는 항목이 5개 이상이고 그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신경정신과, 심리상담 전문 클리닉을 찾기를 권유하고 있군요.

예? 모두 포함 된다구요? 이런.. 

사실 위 항목은 '피로'의 영역을 넘어선 그 무엇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짐작됩니다.

 

임상에서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어깨나 등, 허리 주위 근육의 뭉침 현상(굳어있다는 표현도 합니다만..)을 일상의 다반사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드리고 싶습니다. "뭐, 다들 이렇게 사는데.."하고 방심하지 말자는 이야기지요. 이 책의 지은이 역시 어깨 결림이나 요통을 방치하지 말라고 권유합니다. 병을 키우고 싶어 키우는 사람은 없겠지만, 몸이 굳어 있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자세가 더욱 나빠지지요. 바른 자세를 잡고 싶지만, 이젠 몸이 협조를 안해주는 단계까지 갑니다.

 

지은이는 '우울증'까지 생각을 이어갑니다. 우울증 증상 중에 심기증이라는 신경증이 있습니다. 심기증은 건강에 대한 공포로, 지나치게 건강에 대해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가 단 15분이라도 걷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15분만 걷자고 나왔던 길이 발동이 걸려 30분도 되고, 1시간도 될 수 있지요.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서 걷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적으로, 걷다보면 복잡하던 생각도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더군요.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몸을 병들게 한다'는 부분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증후군입니다. 1984년 미국의 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가 명명한 용어입니다. 컴퓨터 조작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컴퓨터에 의존하여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회사를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간단하면서도 우리 일상에 중요한 건강에 대한 팁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15분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기, 15분 산책, 일광욕, 낮잠, 편안한 티타임, 스트레칭, 명상 등 딱히 새로울 것은 없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행을 못하는 부분들이지요. 지은이가 권유하는 여러 제안 중 단 몇 가지 만이라도 습관을 들인다면,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 [현상학] 책을 보다가 덮고 잠시 뒤로 밀어놨습니다만, 독일의 현상학자 에드문트 후설은 철학적 사색과 학문에서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칠 수 없다.' 어쩌면 우둔할 정도의 '지나침'을 강조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후설을 소개합니다. "괄호로 묶는다" 는 후설의 말을 인용하고 있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계속 읽을 걸 공연히 책을 덮었나봅니다.

 

지은이는 "괄호로 묶는다"는 말을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항상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받아 들이고 있군요. 즉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인다. 복잡한 문제는 일단 괄호로 묶어 놓는 것이지요. 우리의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쌓일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즉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일단 '괄호로 묶으면' 어떨까요? 일을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다 보면 나만 힘들어지지요. '강박증'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는 내가 일을 그렇게 처리하는 만큼 남도 그리해주길 원하다보니,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이지요. 남의 이야기하듯 하는 나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stressless or stress less 한 삶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우리 모두의 공통사항이겠습니다만..)에게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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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축적 2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로자 룩셈부르크 지음, 황선길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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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국민경제학에서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 문제에 대한 입장은 마르크스 불후의 공헌 중 하나다."  1,2권으로 출간된 [자본의 축적]의 첫 문장입니다. 


책 내용보다도 지은이를 먼저 소개해야겠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이하 룩셈부르크)는 1871년 3월 러시아가 지배하던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유대인 상인가정에서 유복한 성장을 하며, 고등학교 시절부터 혁명에 헌신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정치적 압제에서 벗어나고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스위스로 건너가 법학과 경제학을 연구합니다. 학위를 받은 후 당시 국제 사회주의 운동이론의 중심지였던 독일로 이주하게 됩니다. 


1913년 간행된 [자본의 축적]의 서문을 통해 이 책을 쓰는 목적을 '제국주의의 현실 정치와 그 경제적 뿌리를 설명하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1, 2권 합해서 3부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1) 재생산문제, 2) 문제의 역사적 서술,  3) 축적의 역사적 조건들  그리고 2권 말미에는 [자본의 축적] 또는 아류들이 마르크스 이론으로 무엇을 만들었는가? 를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비판입니다. 


룩셈부르크는 국민경제학의 역사에서 단 두 명의 학자만이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 문제를 정확하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 두 사람은 프랑스의 중농주의 경제학자 프랑수아 케네, 그리고 카를 마르크스입니다.  '재생산'은 룩셈부르크의 표현을 빌리면 문자 그대로 '생산 과정의 반복과 갱신'입니다. 생산의 규칙적인 반복은 인간사회에서 문화의 존재, 인간사회의 역사적 구성체(Form)의 전제 조건이라고 합니다. 


룩셈부르크는 앞서 언급한 케네와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집중 분석하고 있습니다. 비록 케네의 설명이 불충분하고 한편 유치한 면까지 보이지만, 마르크스 이전 경제학의 역사에서 중농학파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케네만이 유일하게 마르크스와 같이 사회적 총자본의 재상산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시도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중농주의학파의 대략적인 윤곽을 통한 명확한 설명과 비교하면 혼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스미스는 자신 이후 오랫동안 부르주아지 경제학을 지배한 이론, 즉 상품의 가치는 상품의 생산에 소모된 노동의 양으로 표현되지만 동시에 가격은 단지 노동 임금, 자본 이윤, 그리고 지대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는 잘못된 가격 분석을 내놓음으로써 자본주의 총과정을 과학적으로 논증하기 위한 토대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이야깁니다. 따라서 스미스의 후계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발전된 총자본의 재생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 어려움의 뿌리를 스미스의 가격 이론에 두고 있군요.


마르크스는 고정자본의 형태와 단순 재생산 사이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았지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속적인 '과잉 생산'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마르크스는, 단순 재생산이 엄격하게 유지된다면 주기적으로 재생산에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해에는 더 크고 다른 해에는 더 작은 고정자본의 불규칙한 마모율과의 관계에서 확대 재생산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확대 재생산을 고정자본의 생산 자체가 아니라 고정자본을 위한 예비 기금의 관점에서 주시한 것입니다.


부르주아지 국민경제학에서 자본주의적 질서의 거룩함에 대한 첫 번째 강력한 의혹은 1815년과 1818~1819년 영국에서 있었던 첫 번째 공황의 직접적인 충격에서 싹틉니다. 룩셈부르크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영국을 인위적으로 유럽 판매 시장으로부터 얼마 동안 차단하고, 짧은 기간에 대륙 국가 몇몇 지역에서 산업의 의미심장한 발전을 유리하게 한 나폴레옹의 대륙 봉쇄가 이러한 영국의 공황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었다고 표현합니다.


영국에서 노동자들의 신음 소리가 점점 커질 무렵, 영국의 오언과 프랑스의 시스몽드는 자본주의적 질서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성난 소리를 높입니다. 오언은 효과가 큰 실천적 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프롤레타리아트에 주의를 돌린 반면에, 시스몽드는 바로 이러한 폭넓은 비난을 통해 부르주아지 경제학에 더욱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유럽에서 자본 지배의 무분별한 확산에 대한 시스몽드의 불길한 예언은, 세 가지 방향에서 그에 첨예하게 대항하는 반대파를 출현시킵니다. 영국에서의 리카도학파, 프랑스에서 스미스와 장 바티스트 세의 추종자들 그리고 생시몽주의자들이 그들입니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새로 고용된 노동자들이 새로운 생산 수단을 가지고 일하게 하려면 이전에 이미 자본주의적인 생산의 확대를 위한 목표, 즉 새로운 생산물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생산에서 현물 형태로 존재하는 잉여가치가 실현되어 순수한 가치 형태인 화폐 형태를 취하지 않는 한, 축적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룩셈부르크는 고전학파의 재생산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마르크스의 재생산 공식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에 빠져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합니다. 


방대하면서도 깊은 내용이기에 리뷰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군요.  이 책의 엮은이 황선길님의 글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룩셈부르크는 이 책에서 팽창해야 축적이 가능한 자본의 본질을 경제적으로 분석하고, 자본 팽창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이를 증명하면서, 그 종착지가 전 세계 차원의 사회주의라고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고전학파의 조화론과 마르크스의 경제학 이론이 집대성된 자본론, 특히 폐쇄된 일정한 지역에서 축적의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한 마르크스의 확대 재생산 공식에 대한 비판적 극복을 통해 가능하며, 이는 마르크스 경제학 이론을 교조적으로 수용해 '일국 차원'이나 '지역적 차원'에서 자본주의 이후 사회를 완성하려고 한 소위 구사회주의 체제 이론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마르크스가 시도만 하고 분석하지 않은 '자본주의 세계 시장'의 형성을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통해 분석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판하고 보완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자본론] 4권으로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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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귀환 -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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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생각해봅니다. 좀 더 욕심을 내어 희망을 가슴에 품어 봅니다.  

"아무리 눈앞이 칠흙이어도, 희망은 기어코 귀환한다. [희망의 귀환]은 철석같은 약속이다." 로 시작합니다.  ‘철석(鐵石)’은 ‘쇠(鐵)와 돌(石)’을 아울러 일컫는 말입니다. ‘철석같다’는 표현은 쇠와 돌처럼 마음 · 의지 · 약속 따위가 매우 굳고 단단함을 이르는 형용사이지요.


지은이 차동엽 신부님은 [잊혀진 질문], [무지개 원리]를 통해 대중과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섰지요. 지은이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독일의 사상가인 에른스트 블로흐의 말을 인용합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희망을 품는 존재다."

희망이 인간 고유의 원초적 생명력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라틴어 격언도 덧붙입니다. 

"나도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 (스페로 스페라 : Spero, spera)


책의 4 파트의 제목만 마음에 두어도 좋을 듯 합니다.

"포옹하라, 춤추라, 심기일전하라, 즐겨라."


"포옹하라"

지은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놀이는 생존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희망 + 놀이입니다.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의 말을 인용합니다. "교도소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보도가 안 될 뿐이지요. 20년 감옥 생활에서, 추운 독방에서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빛'때문이었습니다. 독방안으로 하루 2시간 정도 햇빛이 들어오는데, 가장 햇빛이 클 때가 신문지 펼쳤을 때 정도구요. 좀 시간이 지나 햇빛을 무릎에 올려 놓고 앉아 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내일 햇빛을 기다리고 싶어 안 죽었어요"


망 3형제가 있습니다. 희망이 떠나면 절망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한 구석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또 하나의 '망'이 있습니다. '관망'입니다. 지은이는 이 셋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관망은 딱 중간입니다. 관망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만으로도, 기회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절망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희망은 최선의 선택입니다."


"춤추라"

'희망'과 '꿈'을 이야기해봅시다. 같은 말 같지만, 좀 다르지요. 지은이는 이 둘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희망'은 미래에 대한 긍정. 추상적이고 막연한 낙관론. 확신어린 기대라고 합니다. 반면에 '꿈'은 보다 구체적인 바람을 가리킵니다. 현실적인 희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꿈'을 극대화하고 실현 시키기 위해 시각화(Visualization)을 권유합니다. 


자주 바라보라!  선명하게 바라보라!  계속 바라보라!


'춤추라'는 타이틀은 내 안의 에너지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심기일전하라"

지은이가 대학 재학 시절을 돌아보며 독서에 대해 코멘트한 부분은 나와 같은 마음입니다. 

"나의 경우, 소설에서는 인간 존재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풍부한 문제의식을 접했고, 철학 서적에서는 빈틈없이 사유하는 법을 배웠고, 시에서는 인간 본질의 핵심 인자들을 건졌다." 내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나 역시 좋아하는 에리히 프롬의 글을 인용하고 있군요.

"사람의 한 생애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며, 뜻있는 도전이다. 따라서 그것은 다른 무엇으로도 측정 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다."


"즐겨라"

우보만리(牛步萬里). '소 걸음으로 만 리 간다'. 

황소걸음은 인내심과 추진력입니다. 느리더라도 뚜벅뚜벅 자신의 걸음을 걸은 한편 '바보스런' 사람들이 결국은 승자가 됩니다. 지은이는 희망을 품은 사람에겐 우보만리의 뚝심이 있다고 합니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라는 조언도 붙입니다. 약삭빠름이 당장은 성과를 내는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속에서는 바보걸음이 더 큰 결실을 가져오는 법이지요. 

내가 좋아하는 말을 덧 붙입니다.  '항심(恒心)이 있는 곳에 항산(恒産)'이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많은 예화와 시(詩) 인용해서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스스로를 관망하고, 때로는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는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희망은 분명히 있군요. 이 책을 통해 희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희망을 외면하고 살아오고 피해다닌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듭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詩를 인용하면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오, 인간이여. 그대가 약하든 강하든 쉬지마라.

혼자만의 고투를 멈추지 마라. 계속 하라, 쉬지 말고.

세상은 어두워질 것이고 그대는 불을 밝혀야 하리라.

그대는 어둠을 몰아내야 하리라.

오, 인간이여. 생이 그대를 저버려도 멈추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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