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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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내다보는 책들을 보느라면, 장밋빛보다 회색 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춘 세계에서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고민합니다. 심지어는 개인을 위한 20가지 조언은 참으로 재미 없습니다.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사라질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마라. 군중이 망치기 전에 세계적인 관광지를 방문하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이주하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지속 불가능성을 파악하라.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 마라.  미래는 물리적 한계에 지배당할 것임을 잊지 마라 등등"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이 책의 지은이 재레드 다이아몬드. 움베르토 에코만큼이나 수식어가 많습니다. 문화인류학자, 문명연구가, 생리학 교수,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는 조류학자,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12개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 새, 언어, 뉴기니, 음악, 역사, 지리, 사회에 끼친 환경의 영향, 유전학, 생리학등에 관심사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시추기를 지닌 사람.

 

지은이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 균, 쇠] 그리고 문명 붕괴 과정을 통해 본 지구 문명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격인 [문명의 붕괴]에 이어 문명대연구 3부작 완결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책 [어제까지의 세계]를 통해 그의 이름대로 다이아몬드같은 성찰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 거의 모두가 앞만 내다보기 바쁜 판국에 다이아몬드는 "최첨단의 문명사회를 구할 강력한 비책은 어제의 세계에 있다!"고 역설합니다. 이 책에도 주 무대는 뉴기니입니다. "1964년 뉴기니 땅을 처음 밟았을 땐 새 연구가 목적이었다. 거긴 600종의 새가 산다. 뉴기니는 내게 처음부터 이국적이고 궁금하고 신비했다. 한편으론 겁도 났지. 뉴기니에는 1000개의 부족, 1000가지 언어가 있다. 그들은 상당 부분 당신과 날 닮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몹시 다르다. 전통 사회와 현대사회 사이의 닮음과 차이가 바로 이 책이다."

 

'뉴기니'가 어드메쯤 붙어있냐구요? '뉴기니'는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위쪽으로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왜 '전통'사회를 연구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전통사회에 대한 호기심'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척 유사해서 충분히 이해되고, 또 어떤 점에서는 우리와 무척 달라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전통사회', '소규모 사회'는 수십 명에서 수천 명까지 소규모 집단을 구성하며 낮은 인구밀도에서 수렵채집, 농업이나 목축으로 살아가고, 서구화된 산업 사회들과 접촉함으로써 제한적으로 변한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뜻합니다.

 

지은이는 '전통사회'에 대립되는 이미지로 WEIRD "서양의(Western) 교양 있고(Educated) 산업화됐고(Industrialized) 부유하며(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로 봅니다.(이니셜) 이 부분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몰개성화입니다. 뭔가 좀 튀는 행동을 하면 '화성인'으로 분류되는 사회.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개성을..(이런 표현에 양해를 구합니다) '개같은 성질'이라고 한다던가. 개의 어떤 성질을 보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마음 단속도 신경쓰고 있습니다만, 아뭏든 WEIRD라는 단어 속엔 획일화된 어떤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지요. 나는 도미노가 그려집니다. 후~ 호흡 한 번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도미노성. 참..weird 라는 단어는 '이상한, 수상한, 기묘한, 괴상한, 무시무시한, 불가사의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관습을 받아들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합니다. 어떤 점에서 우리 현대인은 부적응자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우리 몸과 관습이 진화를 겪으면서 적응한 환경과 다른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점 깊이 공감합니다. 이미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남이 바라는 삶, 남이 바라보는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조직의 쓴맛을 안 보기 위해서 애쓰다 보니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지요. 그렇다고 지은이는 무조건 전통사회를 예찬하진 않습니다. "전통 사회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당연시하는 지금 사회의 이점에 고맙게 생각할 기회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5부 11장으로 구성되고 에필로그가 붙여집니다. 1부는 1장으로만 되어 있고, 전통사회가 어떻게 공간을 분할하는지 설명함으로써 뒤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의 기초적인 발판을 놓습니다. 2부는 2~4장으로 구성되며 분쟁해결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5장과 6장에선 인간의 생명주기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어린시절과 노년이 그려있습니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고령화 사회를 의식해서 부분적으로나마 전통 사회의 교훈을 받아들이면 현재의 상황을 개선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부는 7장과 8장으로 이뤄지는데, 위험과 그에 대한 반응을 다룹니다. 전통사회에서는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능한 이유를 찾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전통 사회에선 '안전 불감증'이 없던가 적던가 입니다. 9~11장에선 종교, 언어의 다양성, 건강을 다룹니다. 지은이는 특히 '종교'를 놓고 미래엔 종교가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은이와의 인터뷰 기사 중에 이런 부분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덜 읽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메르 문자의 발명 이후) 5400년 동안 문명이 쌓아온 지혜를 내다버리는 것과 같다. 역사의 지혜, 문학과 예술을 걷어차는 일이다. 난 컴퓨터, 이메일, 스마트폰, 타자기도 쓰지 않는다. (펜을 들며) 이걸로 책을 쓴다. 게다가 내가 컴퓨터를 만지면 꼭 망가지더라. 하하."
지은이는 끝까지 컴퓨터를 배울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올해(2013년) 76세입니다. 이미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다 합니다. 키워드는 '변화(Change)'입니다. ―언제 읽을 수 있나?  "2020년. 내 책은 최소 8년 걸린다. 역시 펜으로.."

 

Diamond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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