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 피로를 푸는 습관 -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한 피로 관리법
니시다 마사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부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증상이 있습니다. 겨울에 특히 그 증상이 많이 나타나지요. 일조량과 관계가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가 많이 나는 요즈음도 예외가 아닙니다.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일상의 연속. 이 증상이 한 달 넘게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피로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고, 면역기능을 저하시킵니다. 모든 병이 찾아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는 상황이 됩니다. 사막을 힘들게 한 발 한 발 내딛던 낙타 등에 마침 그 위를 지나던 새가 깃털 하나를 떨구자 그 무게를 감당 못해 무릎을 꿇듯, 어느 날 갑자기 몸과 마음이 다운되는 경우가 발생됩니다.

 

한국에서 독일로 날아간 철학자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급류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일상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삶을 표현해 준 [피로사회]에서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칭합니다. 피로가 지닌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피로'란 개인의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니시다 마사키는 도코의대를 졸업 후 미국에서 수면과학을 연구, 현재는 우울증과 수면장애 전문 정신과 의사로 진료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보다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많이 느꼈던 저자가 피로와 피로회복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했던 사실을 토대로 쓴 책입니다.

우선 큰 제목만 옮겨 볼까요? '피로, 그냥 두면 병이 된다' , '주말 내내 자도 피곤한 이유는?',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은 따로 있다', '식습관으로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라', '생각을 바꿔야 몸이 바뀐다' 등입니다.

지은이는 내 몸이 보내는 사인에 민감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피로도 체크리스트를 옮겨 봅니다.

 

@ 거의 모든 일에 흥미가 없거나 즐겁지 않다.    
@ 침울하거나 우울하고 절망적인 기분이다.
@ 기력이 없고 피로감이 지속된다.
@ 깊은 잠을 못자거나 자는 도중에 깬다. 또는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잔다.
@ 식욕이 없거나 과식을 한다.
@ 독서나 TV 시청, 인터넷을 할 때 집중하기 어렵다.
@ 자신을 한심한 인간이라 생각한다. 가족이나 회사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말이나 동작이 느려졌다.

    또는 초조함에 허둥거리는 일이 잦다.

 

열거된 증상을 보니까, 모 아니면 도군요. 이 체크리시트에서 체크 되는 항목이 5개 이상이고 그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신경정신과, 심리상담 전문 클리닉을 찾기를 권유하고 있군요.

예? 모두 포함 된다구요? 이런.. 

사실 위 항목은 '피로'의 영역을 넘어선 그 무엇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짐작됩니다.

 

임상에서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어깨나 등, 허리 주위 근육의 뭉침 현상(굳어있다는 표현도 합니다만..)을 일상의 다반사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드리고 싶습니다. "뭐, 다들 이렇게 사는데.."하고 방심하지 말자는 이야기지요. 이 책의 지은이 역시 어깨 결림이나 요통을 방치하지 말라고 권유합니다. 병을 키우고 싶어 키우는 사람은 없겠지만, 몸이 굳어 있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자세가 더욱 나빠지지요. 바른 자세를 잡고 싶지만, 이젠 몸이 협조를 안해주는 단계까지 갑니다.

 

지은이는 '우울증'까지 생각을 이어갑니다. 우울증 증상 중에 심기증이라는 신경증이 있습니다. 심기증은 건강에 대한 공포로, 지나치게 건강에 대해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가 단 15분이라도 걷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15분만 걷자고 나왔던 길이 발동이 걸려 30분도 되고, 1시간도 될 수 있지요.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서 걷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적으로, 걷다보면 복잡하던 생각도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더군요.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몸을 병들게 한다'는 부분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증후군입니다. 1984년 미국의 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가 명명한 용어입니다. 컴퓨터 조작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컴퓨터에 의존하여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회사를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간단하면서도 우리 일상에 중요한 건강에 대한 팁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15분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기, 15분 산책, 일광욕, 낮잠, 편안한 티타임, 스트레칭, 명상 등 딱히 새로울 것은 없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행을 못하는 부분들이지요. 지은이가 권유하는 여러 제안 중 단 몇 가지 만이라도 습관을 들인다면,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 [현상학] 책을 보다가 덮고 잠시 뒤로 밀어놨습니다만, 독일의 현상학자 에드문트 후설은 철학적 사색과 학문에서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칠 수 없다.' 어쩌면 우둔할 정도의 '지나침'을 강조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후설을 소개합니다. "괄호로 묶는다" 는 후설의 말을 인용하고 있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계속 읽을 걸 공연히 책을 덮었나봅니다.

 

지은이는 "괄호로 묶는다"는 말을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항상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받아 들이고 있군요. 즉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인다. 복잡한 문제는 일단 괄호로 묶어 놓는 것이지요. 우리의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쌓일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즉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일단 '괄호로 묶으면' 어떨까요? 일을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다 보면 나만 힘들어지지요. '강박증'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는 내가 일을 그렇게 처리하는 만큼 남도 그리해주길 원하다보니,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이지요. 남의 이야기하듯 하는 나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stressless or stress less 한 삶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우리 모두의 공통사항이겠습니다만..)에게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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