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은 카페 마실을 떠나볼까요? 동네 마실이 아니라, 좀 멀리 갑니다. 비행기타고 갑니다. 우선 마음으로 떠나봅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맛과 향으로 마시고, 누군가는 분위기를 마십니다. 아마 이 책에선 둘 다 마실 것 같습니다.

 

지은이는 하늘을 나는 바리스타입니다. 전문 바리스타 자격으로 기내에서 커피를 서비스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해서 현재 바리스타팀 그룹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합니다. 이 책 [카페 마실]은 그가 직접 다닌 전 세계 카페 기행과 커피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책은 4파트로 나뉩니다.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일본 등입니다. 본문에 소개되는 카페는 지은이가 그곳의 주소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구글 맵정보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외국 여행길에 들러 보실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군요.

 

지은이는 그 자신 바리스타답게 카페를 소개하면서 단순히 커피의 맛과 향, 분위기만 전하는것이 아니라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각 카페의 특성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스페셜티 시장이 가장 큰 나라가 미국이지만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미국인 수상자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점이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장인 정신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2009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본선을 애틀란타에서 개최하면서 홈그라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우승을 노렸지만, 영국 런던의 귈림 데이비스라는 바리스타가 우승을 합니다. 이미 샴페인까지 준비했던 미국은 매우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그 바리스타. 귈림 데이비스의 커피맛을 보러 갑니다. 귈림 데이비스는 런던에 커피 하우스 겸 바리스타 트레이닝 센터 프루프록 커피를 오픈하고 있군요. "향기가 좋았다. 케냐 특유의 강한 바디감이 느껴지지만 향기는 약간 에티오피아 커피가 연상되는 부드러운 과일향이었다." 지은이는 카페문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남깁니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프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그곳 바리스타의 장인 정신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파리는 독특한 카페 문화의 역사가 꽤 오래 되었군요. 20세기 문학과 지성의 산실인 '레 뒤 마고'가 그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 카페는 아직도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하겠지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카페 벽에 걸린 사진 속 인물(단골이었던)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생텍쥐 페리, 파블로 피카소,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등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음료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하니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여러 커피 하우스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인테리어에 대한 개념이다. 많은 카페 주인이 돈만 있으면 카페 특유의 분위기와 그 카페만이 가진 가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고객들의 감성이나 취향 같은 것들은 배제하기도 한다.(.....) 고객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커피 하우스의 분위기들은 대부분 빈티지하면서도 펑키하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기능적이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미국에선 최근 서울에도 매장을 연 맨해튼 씽크 커피(Think Coffee)를 방문하는군요. MBC [무한도전]에 소개된 뒤로 유명세를 탔다고 하지요? 지은이는 처음에 그 유명세가 단순히 방송 협찬으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찾아보니 환경을 생각하고 생산지 농부의 생계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 의식 있는 변호사의 창업에서 시작된 커피 하우스였다고 합니다.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착한 커피군요.

 

이웃나라 일본을 방문해선 긴자의 명소인 '카페 드 람부르'를 소개합니다. '커피만을 위하여'라는 간판에서 주인의 마음을 엿봅니다. 1948년 문을 열었군요. 그런데 지은이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10년 이상 오래된 커피'라는 이름의 메뉴를 보고 놀라는군요. 와인은 오래 될 수록 좋다지만, 커피는 글쎄요? 이 커피점의 장점은 독특한 생두 보관으로 인한 숙성 개념 때문이라는군요. 기왕에 간 길에 1974년 쿠바 커피와 그해에 생산된 블렌딩 커피를 주문합니다. 염려심으로 마신 커피는 의외로 산미가 살아 있고 깔끔한 맛이었다는 평이 붙습니다.

 

커피 매니아나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 드릴만한 책입니다. 책에는 바리스타들만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그윽하고 진한 커피향을 느낍니다.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지만, 그 분위기를 한껏 전하지 못하는 텍스트 일변도의 리뷰에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갖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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