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 오늘의 세계를 빚어낸 발명의 연금술
아이니사 라미레즈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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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리뷰

 

【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 - 오늘의 세계를 빚어낸 발명의 연금술

_아이니사 라미레즈 / 김영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시간을 파는(배달하는)직업이 있었다.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제공해주는?것이 아니라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직업이다. 20세기 초에 세계는 ‘지금이 몇 시인지’ 알기 위해 애를 썼다. 정확한 몇 시 몇 분을 알기 위해서 천문 관측과 세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영국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 관측소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많은 업종(기차역, 은행, 신문사 외에 선술집, 주점, 호프집 등)이 시간을 알아야 했다. 개인사업자들은 (시간에 관한)법을 위반하면 면허와 생계수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런던의 다양한 사업자들이 천문대의 정확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그것을 알기 위해 십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찾아갈 여유는 없었다. 1908년, 루스 벨빌이라는 여인이 회중시계로 시간을 파는 특이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그녀는 메이든헤드에 있는 자신의 작은 집에서 50킬로미터 동쪽인 런던까지 세 시간을 여행했고, 거기서 그리니치 천문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가 갖고 있던 회중시계에 천문대 표준시간을 맞춘 다음 정확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런던의 고객들을 향해 출발했다. (루스는 시간배달사업을 가업으로 이어받았다. 1892년 38세 때부터 평생 동안 100명의 고객들에게 시간을 팔았다).

 

물질(物質)은 물체를 형성하는 재료를 의미한다. 이 책의 원제는 ‘Alchemy of Us : How Humans and Matter Transformed One Another’ 이다. 직역하면 ‘우리의 연금술 : 어떻게 인간과 물질은 서로를 변화시켰는가’이다. 마치 논문제목 같다. 그러나 그리 딱딱한 내용이 아니다. 이 책의 지은이 아이니사 라미레즈는 재료 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소개된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물질과 인간이 서로의 형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토대로, 역사 속에서 물질 재료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켜주는지’를 이야기한다. 앞서 예를 든 ‘시간을 파는 직업’등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우리말 제목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은 잘 지은 듯하다.

 

물질은 발견되는 것보다 만들어지는 것이 더 많다. 시계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시계는 정밀한 부품이 생명이다. 초기에 제작된 시계들은 내부 스프링의 조성이 불안정해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스프링에 불순물이 섞이면 쉽게 부러지는 것도 다반사였다. 벤저민 헌츠먼이라는 유능한 시계공이 오랜 작업 끝에 ‘고품질 도가니강’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더 훌륭한 시계가 만들어졌다. 그 뒤를 이어 과학자 워런 매리슨이 시계에 수정(쿼츠)을 사용함으로 공공 시계(문자판의 직경이 1미터 가까이 되는)를 만들게 된다. 이 시계를 미국전신전화회사 본사 쇼윈도에 설치해서 보행자들이 자신의 시계를 맞추는 계기가 된다.

 

지은이는 물질의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교류, 연결, 전달, 포착, 보는 것, 공유하는 것, 발견하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 등으로 나누어 풀어준다. 시계는 넓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교류하게 하였고, 강철은 철도 레일을 통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구리로 된 전신선은 빠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사진 재료는 순간의 장면들을 포착할 수 있게 했다. 데이터가 담긴 자석은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했다. 인간이 만든 물질들이 인간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쓰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노벨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 덕분이라고 한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쓰이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것을 써야 한다.” 토니 모리슨이 한 이 말이 집필 할 때, 북엔드처럼 시작과 끝을 지탱해주었다고 한다. 앞으로 책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자극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다른 특징은 책 뒷부분 ‘주(註)’와 별도로 ‘참고문헌’이 있는데 다른 책들은 책 이름만 잔뜩 적혀있지만, 지은이는 ‘참고문헌’을 책속의 책으로 편집했다. 31쪽의 내용들 그 자체가 충분한 읽을거리다. 과학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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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 오늘의 세계를 빚어낸 발명의 연금술
아이니사 라미레즈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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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다른 특징은 책 뒷부분 ‘주(註)’와 별도로 ‘참고문헌’이 있는데 다른 책들은 책 이름만 잔뜩 적혀있지만, 지은이는 ‘참고문헌’을 책속의 책으로 편집했다. 31쪽의 내용들 그 자체가 충분한 읽을거리다. 과학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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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세권 입지지도 - 부의 레벨을 올리는 역세권 투자
표찬(밴더빌트)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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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선 철도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현재의 역세권은 물론 계획노선 예정지 정보와 부동산 시장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역세권의 가치도 각 지역마다 다르다. 역세권이 형성되는 지역 주변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 오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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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김영옥 외 지음,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기획 / 봄날의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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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보통은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다. 이 시간에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몸과 마음들은 어떤가? 이 책의 키워드는 질병, 나이 듦, 돌봄이다. 지은이들은 이 세 가지 의제에서 사회적 맥락과 구성을 인지한다. 지금 마주한 나날들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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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로레인 대스턴 지음, 이지혜.홍성욱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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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리뷰

 

【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_로레인 대스턴 / 김영사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연적으로’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인간이 자연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 있다고, 자연을 들먹이는가? 이때 자연은 무슨 의미로 적용이 되는가?

 

이 책의 지은이 로레인 대스턴은 미국의 과학사학자이다. 토머스 쿤 이후 과학사학계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학자로 소개된다. 어찌 생각하면 이 책은 지은이의 전공과 다소 벗어나는 주제를 논하는 듯하지만, 이 책 외에도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책들을 여러 권 출간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글을 연다. “왜 사람들은 수많은 문화와 시대를 막론하고, 널리 그리고 끈질기게 자연을 인간의 행위에 대한 규범의 원천으로 보는가?” 사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자연적 질서와 도덕적 질서를, 그리고 자연적 무질서와 도덕적 무질서를 연관지어왔다. 따라서 여러 지역의 다양한 전통에서 자연은 선(善), 진리(眞理), 아름다움(美)과 같은 모든 가치의 모범으로서 떠받들어졌다.

 

지은이는 ‘자연주의적 오류’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이 오류는 문화적 가치가 자연으로 이전되고, 이 가치를 지지하도록 다시 자연의 권위를 소환하는 일종의 은밀한 밀수(密輸)작전과 같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가치 밀수는 종종 정치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마치 중세 통치자들이 ‘정치체(政治體)’의 손과 발이 머리와 심장을 충실하게 섬기는 것에 근거해서, 인민 대다수를 귀족과 성직자에 종속시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옹호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서구의 지적 전통 내에서, 학문적 성찰과 대중의 직관에 모두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자연’에 관한 세 가지를 주목한다. 이는 특정 자연, 지역적 자연, 보편 자연법칙이다. 특정 자연은 예술이나 교육에 의해 부가된 것에 반하는, 타고나거나 자발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아울러 특정 자연은 사물의 질서를 보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가 단지 우연에 의한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상대편 철학자들과 싸울 때마다 특정 자연을 무기처럼 휘둘렀다.

 

지역적 자연은 장소의 힘에 관한 것이다. 지역적 자연은 경관에 특색을 부여하는 동식물, 기후, 지질의 특징적인 조합을 말한다. 사막의 오아시스, 열대 우림, 지중해 연안, 스위스 알프스 등이 그 예다. 보편적 자연법칙은 지역적 자연의 관습과 대조적으로(적어도 인간에 의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연법칙은 엄격한 규칙성을 과시하면서, 어디서나 항상 일정하고 불가침한 질서를 규정한다. 특정 자연의 과학이 분류학이고 지역적 자연의 과학이 생태학이라면, 보편적 자연법칙의 과학은 천체역학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도덕이나 법의 기초를 끌어내려던 많은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는 여성의 열등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연을 소환했다는 잘못을 지적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규범은 자연이나 신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 기반한 이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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