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학과 개별화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빌헬름 딜타이 지음, 이기흥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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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딜타이가 이해하는 정신과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모두를 포함한다. 따라서 그의 관심은 언어학, 문학, 문화연구, 종교,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등 거의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


2. 빌헬름 딜타이는 1833년 독일 출생이다. 비스바덴에서 김나지움을 다녔고, 졸업논문으로는 [희랍의 고대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미친 영향 연구]였다. 이후 개신고 캘빈파 목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 세 학기를 다닌 후 다시 베를린 대학교로 옮겨 역사학을 공부함.


3. 딜타이는 1864년에 해석학의 선구자인 슐라이어마허의 윤리학 관련 주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고 1870년 '슐라이어마허의 삶'이라는 책을 필두로 많은 저술을 했다. 딜타이의 저서는 현재까지 그의 글들을 모아 놓은 총서인 딜타이 전집 26권에 집대성되어 있다. 


4. 이 책의 텍스트는 딜타이 전집 제 5권 [정신세계, 삶 철학 입문. 1부 : 정신과학 정초를 위한 논고] 이다.  주요 소제목은 '인간 본성의 동일성과 개별성', '인간의 개별화와 관련한 일반적 시각들', '인간 - 역사적 세계에 대한 최초의 개별성', '표현으로서의 예술' 등이다.


5. 칸트가 자연과학의 철학적 정초에 관심을 가졌다면,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철학적 정초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대상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간, 사회, 국가에 관한 학문인 정신과학을 근본적인 대상의 이해로 간주했다.


6. 딜타이는 인간을 객체로 현현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설정한다. 이는 그에게 있어 인간은 정신적 주체가 아닌 삶의 주체로 현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이 슐라이어마허와 다른 것이다.


7. 딜타이가 학문적 활동을 하던 19세기는 낭만주의와 함께 반이성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대두되었던 시기였다. 이 흐름을 딜타이는 니체와 공유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 19세기는 또한 역사주의적 사고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헤겔에 의해 주도되었던 이 흐름을 딜타이도 이어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사조는 딜타이의 '삶 철학적' 논의가 세부화 될 경우 심리론적, 역사론적 담론들을 허용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 책 속에서


8. "타자의 이해 역시, 타자에 내재해 있는 전체적 연관 관계를 추(追)구성해서 이로부터 타자들이 보여주는 각각의 의재화된 표현들을 설명하는 일에 기초해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추상적 개념들의 연결망 형태로 표현되는 외적 자연의 연관들이 현상의 저 배후에 있는 것인 반면, 정신세계에서의 연관들은 이쪽 심적 세계에서 체험되고, 경험되고, 추(追)이해되는 성질의 것이다."                          (p.54)


9.  "심리학은 각 정신과학 이론들에 대해 일종의 기초학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사실, 심리학이 하는 일은 기술하고, 분석하고, 비교하는 가운데 우리로 하여금 인간 - 역사적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근거 짓는 일을 수행한다. 심리학이 이러한 기능을 완수 할 수 있으려면, 그 자신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개별화 문제를 설명하는 원리들을 발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p. 81)



10. "목하 진행되고 있는 과도한 자연주의 방향의 문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일에만 집착한다. 이러한 경향의 문학에 정당하게 맞서, 문학의 또 다른 측면, 즉 심적 힘들의 총체성을 발판 삼아 현실을 이상화시키고, 심적 연관들을 형상화시키는 문학의 또 다른 측면을 주장한 권리가 요청되고 있다. 이런 권리가 오늘날, 그것이 새로운 상징주의의 형태가 되었든 아니면  더욱 신장되어 새로운 주류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이 방향의 문학은, 그 자신의 생명력을 부지하기 위해, 앞서 기술되었던 바의 문학적 발전들을 자체내에 받아들여 내면화 시켜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발전이 현실 속 깊숙이 뿌리 내리는데는 개별성에 대한 점증적 이해가 필요하다."  

       (p.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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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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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과 행동에 관한 한 두 부류의 사람이 있지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과 생각한 후 몸을 움직이는 사람. 그러나 대부분 우린 중간에 걸쳐 있기도 하지요. 뛰면서 생각하기. 어쨌든 생각은 필요합니다. 그 생각이 너무 지나쳐서 발목을 붙잡지 않는 한 말입니다.


2. 이 책에는 현 시점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행동하는 철학자(일단 생각의 함량이 높습니다) 9명이 소개됩니다.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지그문트 바우만, 가야트리 스피박, 피터 싱어, 사이먼 크리츨리, 그렉 램버트, 알베르토 토스카노, 제이슨 바커 등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름들이라구요? 하긴 나도 몇 사람 말곤 처음 (이름을)보는 사람들입니다.


3. 저자 이택광 교수의 책은 두 번째군요. [마녀 프레임 / 자음과모음]을 통해 중세때 마녀사냥이 이뤄졌던 종교적, 사회적 분위기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철학과 문화이론을 전공한 문화평론가입니다.


4. 이 책은 저자의 궁금점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2008년 이후 너도나도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임박한 파국'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내 모두들 혼란에 빠져 길을 잃게 됩니다. 탈정치와 이데올로기가 최신 유행어처럼 번져가고, 민주주의의 죽음을 이야기하던 정치학자들이 갑자기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복귀시키면서 정치철학의 문제의식에 다시 불이 지펴지기 시작합니다.


5. 이 시기를 겪으며 저자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고민을 짊어져 줄 사람이 이 땅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그래서 저자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들의 책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시간의 흐름이 있었던지라 답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6. 결단을 내립니다. (해외)저자들과 직접 부딪히자.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지 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터뷰는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 또는 이메일로 진행했습니다. 미진한 경우엔 추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군요. 그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7. 저자가 인터뷰한 학자들 중에서 두 사람의 생각을 간략하게 옮겨봅니다. 슬라보예 지젝 : 이름과 나라이름이 비슷하군요. 슬로베니아의 철학자입니다. 지젝의 책을 읽어봤지요. 메시지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더군요. 지젝은 세계에서 영향력있는 지식인으로 매년 순위에 드는 유명인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모두가 '사유를 시작하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호기심에 젖어드는 생각이 아니라, 전 생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보자는 이야깁니다. 사람들은 진정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르고 살고 있다는 뜻으로도 생각듭니다. 그래서 사유를 해야겠지요.


8. 피터 싱어 : 국내에는 '동물 애호가'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싱어는 단호하게 '동물 애호가'는 아니라고 합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가 주장하는 것은 인간에 비해 동물에게 관심을 덜 기울여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종차별주의'입니다.


9.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책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점이 가장 큰 실패지요. 책의 제목은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에서 인용했군요. "All of old. Nothing else ever.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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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섭생 - 5가지 색으로 전하는, 삶을 다스리는 컬러 푸드 이야기
홍영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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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학교 인근에 '청국장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레스토랑이라는 이름값을 하느라 청국장 특유의 포스(냄새)가 안납니다. 지인들과 두어번 간 적이 있지요. 음식값은 좀 비싸지만, 청국장을 주재료로 한 특유의 식단이 코스로 제공되더군요.

 

2.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 책의 저자에게 58세 되던 2001년에 두 가지 암이 동시에 찾아오게 됩니다. 대장암 말기에 신장암까지 합세했습니다. 대장을 30cm를 넘게 잘라내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체중이 15kg까지 빠집니다.

 

3. 암 치료를 이겨내고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누구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듣게되는 말은 "어떻게 건강 관리를 하고 계시길래 이렇게 건강하신가요?"라고 합니다.

 

4.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건들 중 단연 음식이 우선이지요. 그래서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합니다. 의사인 저자조차도 방향 감각을 잃을 지경인 건강음식의 미로에서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음식요법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저자의 진솔한 음식이야깁니다.

 

5. 저자가 심사숙고하여 지표로 삼은 것은 자연 생태의 색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색'입니다. 식품의 색에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는,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이자 천연색소를 만드는 물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 파이토케미컬을 우리 삶에 최대한 적용해보자는 이야기지요.

 

6.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습니다. RED, YELLOW & ORANGE, GREEN, WHITE, PURPLE & BLACK 등입니다.

 

7. 간략하게나마 옮겨 볼까요?  RED. 빨강색은 색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상징성을 지녔다고 합니다. 불과 태양, 심장과 피의 이미지가 신과 생명으로 이어지지만, 한편 죽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는군요. 과거 이집트에서 "빨갛게 만는다"는 말은 '죽이겠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음식이야기로 넘어가지요. 빨강 음식으로는 토마토, 레드와인, 수박, 고추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굳이 그 효능은 옮기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못 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늘은 그냥 색깔 공부 좀 해봅시다.

 

8. YELLOW & ORANGE. 노랑과 주황 이야깁니다. 당근, 호박, 고구마 그리고 저자를 암의 공격에서 살린 청국장입니다. 저자는 청국장을 건강을 위한 황금덩어리라고 표현하는군요. 이 청국장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특별히 더 힘을 주는 듯 합니다. 여러 장 중에서도 청국장은 귀하디 귀한 대접을 받았다지요. 신라시대 왕실 결혼식 예물 품목에 청국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장들과 청국장은 활용도 면에서도 달랐는데 고려시대에는 갑작스런 자연재해 등으로 백성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다 싶으면 왕이 청국장을 구황식품으로 백성들에게 내렸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전쟁 등의 상황에서 청국장을 군량 및 비상식량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 모두 청국장이 훌륭한 영양식품임을 알려주는 반증이라는 것입니다.

 

9. GREEN. 초록이야기로 가볼까요? 자연과 생명의 색, 초록이지요. 브로콜리, 매실, 매생이, 시금치 등이 등장합니다.  WHITE. 하얀색. 마늘, 버섯, 양파, 인삼 등이 무대에 오르구요. 마지막 PURPLE & BLACK 에선 보라, 가지, 블루베리, 오징어먹물, 초콜릿 등이 소개됩니다.

 

10. 북리뷰에 더 상세한 내용을 담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분 음식점 사장님도 겸하실 만 하군요. 어느 관록 있는 요리사가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재밋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건강한 삶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사실 동서남북 둘러보면 반 건강인, 반 환자입니다. 50 : 50 에서 어디로 더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호칭이 달라집니다. 제 아무리 큰 그룹의 회장님이나 초등학생 손주나 병원에 가면 똑같은 호칭인 '환자'로 통일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색감'과 '먹감'공부를 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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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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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제목에 상반된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치열함과 무력감은 서로 이질적이지요. '본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2. 저자는 현대사상과 이론종교학을 전공한 사사키 아타루란 학자입니다. 로자 이현우는 이 저자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가라타니 고진의 [탐구]이후에 그를 가장 놀래킨 일본인 비평가라고 하는군요. 이 책은 내가 아직 못 만나 봤군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말입니다. 제목이 좀 세게 나가는군요. 잘라라~. [치열한 무력을]은 '잘라라'이후의 강연과 대담을 엮었습니다.  '잘라라'도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3.  이렇습니다. 독서 생활이란, 이렇게 책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사람의 말은 제 귀에는 '난 책을 읽을 줄 모르오'로 들립니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진짜 읽을만한 책이 없다면, 내가 사부로 모시지요. 책을 제대로 읽다보면,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에 한 권이라도 더 읽겠다는 욕심이 생겨야 정상이라고 생각듭니다만, 내가 너무 유별난가요? 


4. '말(言)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 잠시 앉아 있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타자의 말과 만나고, 자기 안에 말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군요. 말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언어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지요. 언어의 경계를 긋는 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표현이기도 하지요. 비트겐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양쪽에서 접근할 수 있지 않으면 경계가 아니다."


5. 회화에서의 언어 예술도 언급이 되는군요. 하긴, 꼭 문자로만 기록되어야만 언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실제로 언어로 기록되지 못하는 작은 부족민들의 언어도 있습니다. 그들에겐 추장은 있어도 (세종)대왕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말이 태어나는 곳에 이미지도 태어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6. 책의 부제로 적혀있는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를 봅니다. 소크라테스 시대의 아테네에선 물리적인 부와 번영이 중시되고 '앎'은 멸시 대상이었습니다. 그 당시 시민이라 함은 무기를 소지하고 적과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지칭했지요. 그런 형편이다보니 철학자들에 대한 홀대가 얼마나 심했을 지 이해가 되시지요? 아뭏든 그 악조건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 중에 소크라테스가 단연 돋보입니다. 


7. 저자가 좋은 조언을 해주는군요. '지혜'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세상의 한 부분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또 사랑할 것인가? 이에 대해 항상 용기를 갖되 지배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친구 처럼 잘 지내기를 당부하는군요. 유치원 선생 같군요.


8.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대담자가 사노 요코라는 사람이 쓴 책에 "돈이 있으면 일 따위 그만 두고 싶어"라는 구절이 있어 놀랐다는 말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이런 고민은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좋하하는 일, 즐기면서 하는 일, 나아가서 놀면서 하는 일에 보수가 주어지고 먹고 살만 한 사람은 진정 행복하겠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일에 평생 목을 메고 가기엔 우리 삶은 너무 아름답지요. 


9. 사사키 아타루란 이 저자 매력있군요. 번역을 그리 한 건지 몰라도 어투가 참 편합니다. 아는 것도 많구요. 1973년생 젊군요. 뭐랄까 그의 말은 탄산 음료같이 톡 쏘는 강렬한 뒷맛이 있군요. 무겁고 재미없는 주제들을 가볍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유의 길을 터주고 있군요. 앞으로 학문적으로 많은 성과를 기대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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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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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읽다가 이 詩가 마음에 꽂힙니다. 그래서 우선 옮겨 놓습니다.  이생진 시인의 시라고 합니다.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2. 그럴수 있을까? 딱 한달 만 살고 떠날 수 있을까?  한 달만에 그리움이 사라질 수 있을까? 가는 듯 다시 오는 파도 처럼 그리움도 그렇게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시가 이 책, 소설의 분위기를 한껏 표현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3. 책 제목도 참 잘 지었습니다. [섬, 섬옥수] 짐작하시겠지요. 이 책의 키워드는 '섬'입니다. 섬에 거주하는 섬주민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몰라도 나 같이 뭍에서 나고 뭍에서 자란 사람은 때론 섬에가서 위 시에 나오는 화자처럼 한 한 달쯤 있다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섬주민들에겐 죄송한 마음이지요. '내 삶의 현장이 너에겐 고작 쉼터냐?' 하는 힐문도 들리는 듯 합니다.


4. 섬처럼 자연과 기후에 민감한 곳이 없을 듯 합니다. 젊은 시절 여름 휴가를 섬으로 가게 되면 충분한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으면 웬만해선 섬을 휴가지로 안 잡았습니다. 언제 배가 묶일지 모르는 일이지요. 책의 첫 부분 역시 바람으로 시작하는군요. "목탁 소리가 들려온다. 광풍이다. 미친 바람이 목탁을 친다. 바다가 또 뒤집어졌다."


5. 섬 원주민들과 어찌어찌하다 섬에 흘러 들어온 타지인들의 어우러짐 속 풍경이 그려집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아, 물고기 이야기도 나오구요. 그런데 이 소설의 작가 이나미님, 여류 작가님. 낚시의 고수같이 낚시에 대해 어찌 그리 섬세하고 예리한 표현을 하셨는지 감탄입니다. 


6. 물살이 들고 나듯이 그저 그런 일상이 이어지던 섬나라의 어느 날. 폭풍을 뚫고 섬에 들어온 한 사내가 스토리 중심을 스쳐 지나갑니다. "디지기 전에 전국 팔도 유람이나 해보자 싶어 나섰당께. 다녀봉게 우리나라도 구석구석 안 예쁩디여? 히히히."  맞는 말입니다. 구석구석 예쁘다는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세 달 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들은 그는 전 재산 정리해 절친한 친구에게 택시 한 대랑 전셋집 얻어준 후 여행 삼아 떠돌다 때 되면 아무데서나 죽을 작정으로 나섰다고 합니다.


7. 섬이라는 곳이 그런 곳이었던가? 언제든 시퍼런 바닷물로 뛰어들 수 있는 포인트가 빈틈 없이 널려 있기에 그랬을까?  "직장 날리고 사기 당하고 돈 떼이고 이혼하고 부도 맞고 보증 서서 집 날리고......한 마디로 인생 실패자들이 오갈 데 없으면 섬으로 들어왔다."  섬은 산과 달리 오히려 포근함은 없다. 그저 사선(斜線)으로 내리찍는 바람밖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섬이 종착역이 되는가? 아마도 이런 의문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가 정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8. 책 말미에 문학평론가 최용호는 이 작품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나미의 소설은 세계를 보는 관계적 이해의 지평에서 자신의 신체적 사유로 사고하고, 인간의 생명과 자연 생태에 관여하는 생태적 윤리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땅끝섬. 땅끝이라는 공간 개념의 기점은 어디인가? 서울인가?  나는 너와 다르다는 마음의 표현인가?  원은 시작도 끝도 없지요. 우리의 삶 역시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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