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내 인생 최고의 책 】
 _앤 후드 (지은이) | 권가비 (옮긴이) | 책세상 | 2017-08-10
  | 원제 The Book That Matters Most (2016년)



“오, 이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 한 마디로 족하다. 책이야기로 시작해서 책 이야기로 끝나는 줄만 알았다(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막판에 누선(淚腺)이 자극되었다. 가슴이 촉촉해졌다.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내가 감수성이 더 예민해졌나? 가을바람도 함께 가슴을 비집고 들어왔나? 상처, 상실 그리고 치유와 회복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 소설은 느낌이 다르다. 책을 매개로 한 소설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감동이 함께했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리뷰에 이런 표현조차도 처음이다.



살아가며 누구나 상실감을 느낄 때가 있다. 상처를 받을 때도 많다(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지만). 상실감도 두 가지다. 자존감까지 낮아지는(때로는 분노가 동반된다)상실감이 있는가하면 그냥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 자체인 경우도 있다. 두 가지 모두 길어지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어떻게든 떨구고 일어나야 한다. 살아나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에이바는 어느 날,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남편에게 버림을 받는다. 부부간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 그저 남들 사는 만큼 살아가던 일상의 어느 날 저녁, 우연히 남편의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가 깜박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자기가 그리워요.’ 어느 아내가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칠까? 남편에게 휴대폰을 들이대며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 좀 해보라고 소리치자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그 여자를 사랑해. 뜨겁게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남편은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보따리를 싸서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어렸을 때 동생의 사고사를 목격한 충격과 그 후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공부때문에 멀리 떠나있는 딸은 수시로 일탈된 행동을 일삼는지라 늘 긴장 상태로 있던 차에, 상실감에 휘감겨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에이바는 자칫 알콜중독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곁에서 바라보며 가슴아파하던 에이바의 절친 케이트가 그녀를 북클럽(독서모임)에 초대한다. 마침 회원 한 사람이 멀리 이사를 가는 바람에 자리가 하나 비었단다. 책도 책 나름이지만,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특별한 힘과 위로가 있다(나에겐 전적으로 그렇다). 책을 좀 읽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 맛을 모르는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달래며 살아간다. 탓할 생각은 없다. 단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책을 읽는 방법에도 두 가지가 있다. 자고로 책은 골방에서 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세상사 번잡스러움을 닫아걸고 오롯이 책읽기에 몰입해야 한다. 문학작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카페에서 글을 쓰는 작가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스스로 ‘글감옥’에 갇혀서 책을 쓴다. 읽는 이도 감옥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읽어야한다는 나의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책읽기이다. 에이바가 그런 케이스다. 북클럽 회원 중에 존이라는 사내가 있다. 자기소개를 한다.  “저,,,,그게....그러니까, 작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좀 밖을 다니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일도 해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려구요.” 존의 아내는 생전에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존은 아마도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여보, 나도 책 좀 읽고, 사람도 사귀려고 해. 그러니까 내 걱정은 말고 당신은 평안하게 쉬길...”



에이바는 북클럽에 크리스마스를 막 지낸 12월 끝 무렵에 합류한다. 북클럽은 새해 1월부터 각 회원들의 ‘내게 가장 소중한 책’을 한권 씩 선정해서 매달 회원들이 그 책을 읽는 것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책의 지은이 앤 후드는 처음 이 책(소설)을 구상한 이후 몇 해에 걸쳐 그녀가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책이 제일 소중한 책이었는지를 물어 그 중에서 고르고 골랐다고 한다. 거의 (고전)문학작품들이다. 고전에 대해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남겼다. “고전이란 누구나 다 들어봤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 내가 한 마디 덧붙인다면, ‘읽지는 않았지만,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책들’이 고전이다. 이 책, 북클럽을 통해 읽혀지는 책들 중 아직 못 읽은 책들을 올해 안에 읽어야겠다는 마음의 부담을 갖게 된다. 아무튼 에이바는 이 모임을 통해 다시 일어선다. 아울러 이 책은 현재 북클럽을 운영하는 리더, 참여자들이나 북클럽(모임마다 각기 깔은 다르겠지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내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북클럽에 참여하기 위해선 책 읽는 것 말고 더 중요한 것이 없다.



이외에도 이 소설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지만, 시덥잖은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군 생활 중 건빵 먹는 재미가 솔솔 했다. 지금처럼 PX에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때 군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더욱 그러하다. 건빵 바닥에는 별사탕이 몇 알 깔려 있었다. 때론, 아니 거의 그 별사탕을 먹기 위해 건빵을 부지런히 먹어치웠다. 고참이 되어선 배가 불러, 바닥에 있는 별사탕만 빼먹고 건빵은 후임에게 하사했다. 내가 생각해도 못됐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가. 이 소설은 마지막에 별사탕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에이바와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복선으로 깔려있지만, 근본적으론 북클럽이야기가 메인이다. 이 두 가지가 균형감 있게 펼쳐진다. 북클럽 모임 대목에선 약간 지루할 수 있다. 마치 읽지도 않은 책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나는 내가 아직 못 읽은 책은 대충 지나갔다(나중에 그 책 읽은 다음에 다시 보려고). 완독하기를 바란다. 나처럼 끝부분에서 무언가 느끼게 되었으면 한다. 평생 독서광이었던 이 책의 지은이도 다섯 살짜리 딸을 급성 질환으로 단 며칠 만에 여의고 나서, 그 충격으로 일 년 남짓 글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책을 통해 회복되고, 소설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가장 중량감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가에 ‘중량감 있는 책’들이 늘어나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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