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 관계 맺기 심리학
옌스 코르센.크리스티아네 트라미츠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관계 맺기 심리학

      _옌스 코르센, 크리스티아네 트라미츠 공저/이지혜 역 | 와이즈베리

 


1.

나는 개인적으로 TV시청을 즐겨하지 않는 편이다. 책은 몇 시간을 봐도 이상이 없는데, 텔레비전은 30분 이상만 봐도 슬슬 두통이 오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뉴스나 불후의 명곡’, ‘복면 가왕정도는 시간이 되면 보는 편이다. 드라마는 더더욱 안 보는 편인데, 우연히 어떤 드라마의 딱 한 장면(시간상으로는 몇 분 정도)을 보게 되었다. 여성 연기자가 아마도 옛 남친이 준 선물, 제법 큰 곰 인형 등을 대문 밖 쓰레기더미 속에 갖다놓더니, 무심히 쳐다보다가 덥석 곰 인형을 다시 집어 든다. 그리곤 이 한마디를 남기며 곰 인형과 함께 대문 안으로 사라진다. “하긴, 네가 무슨 죄가 있니..” .

 

2.

TV 드라마 외 다른 이야기 하나 더, 요즘 헤어진 옛 연인을 다시 엮어주는 컨설턴트가 인기라고 한다. 궁금증이 일어나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면, 공교롭게 이 에피소드의 의뢰인도 여성이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뿐, 오해 금지) 헤어진 남친을 다시 만나고 싶은데, 자존심이 목에 걸린다. 나중에라도 네가 다시 만나자고 해놓고 왜 또 그래?” 하면 할 말이 없다. 컨설턴트의 힘을 빌린다. 시키는 대로 핸드폰을 하나 새로 개통한다. 그리고 그 폰으로 옛 남친에게 문자를 날린다(카톡은 친구등록이 안되어 있을테니까). 남자인 것처럼 문자를 날린다. 의뢰인의 이름이 선영이라고 하자. “나는 선영이 새 남친 인데, 이젠 더 이상 선영이를 귀찮게 하지 마시오. 부탁합니다.” 이와 같은 문자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날린다. 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옛 남친은 선영이에게 계속 전화를 하고, 톡을 날리고 연락을 시도하지만, 안 받는다. 문자의 토씨 하나까지도 컨설팅 해주는 컨설턴트가 선영씨에게 이젠 전화를 하라고 한다. 옛 남친에게.. “별일 없어? 요즘 좀 힘들었다며?” 옛 남자가 일단 한번 만나자고 한다. 못 이기는 척 나간다. 그리고 다시 잘 엮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혹시라도 그 후에 그 남친이 속았다느니, 당했다느니 하는 말을 선영씨에게 한다고 치자. 아마도 그 컨설턴트는 그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미리 처방을 주었을 것이다.

 

3.

조금만 쓰려고 했던 내용인데, 좀 길어졌다. 사실 1, 2번의 내용은 책을 읽기 전 책의 제목만 보고 떠오른 단상을 먼저 옮겼다. (종종 그런다). 이렇게 먼저 써놓고 나면, 더욱 책 내용이 궁금해진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어쩌란 이야길까? 놓쳐버린 버스나 내 손을 떠난 볼펜처럼 깨끗이 잊으라는 이야길까? 아니면 컨설턴트의 힘을 빌려서라도 다시 찾으라는 조언을 해주려나?

 

4.

잘 만나고, 잘 어울리고, 잘 이별하는 것이 힘든 현대인을 위한 관계 맺기 심리학이라고 소개된다. 이 책의 저자 옌스 코르센은 심리학 석사, 행동치료사, 상담가 및 작가로 소개된다. 한 매니지먼트 관련 전문지는 그를 독일 톱 매니저들의 구루라 칭한다고 한다. 공저자 크리스티아네 트라미츠는 행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5.

책은 관계’, ‘그 복잡한 그물망’, ‘다가서기’, ‘어울리기’, ‘갈등’, ‘이별하기등이 주요 내용이다. 후반부엔 관계 맺기를 위한 15계명(..많기도 하다)이 실려 있다. “관계를 망치는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의 기분이라는 챕터 제목만 봐도 씁쓸하다. “또 내 탓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본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존과 온기와 이해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타인에게 베푸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베풂을 받고자 합니다. 그러나 조화를 망치는 것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기분입니다. 그래서 자아계발자는 인간관계를 맺는 데 불리한 갈등모드나 회피모드로부터 최대한 빨리 벗어나 유리한 호의모드로 전환하려 노력합니다.” 이어서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6.

1, 2에서 언급했던 이별하기챕터에선 무슨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가 들어본다. “인생에서 이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살펴본 인간관계의 결말도 바로 이별이지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내면의 동반자들이 물러간 뒤, 언젠가는 그 연결선을 파괴하는 동반자들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끝내는 그들이 나타나 모든 것을 망쳐버립니다. 상대방의 첫 인상과 상대방에게 첫 마디를 건네기 전의 두려움과 떨림은 깨끗하게 잊힙니다. 가슴 깊이 일렁이던 설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엔도르핀 분비가 멈추고, 신뢰는 끝이 나며, 감정이입도,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기분 좋은 느낌도 사라집니다.”

 

7.

남녀가 이별을 하면, 한때는 아름답고 열정적이었던 느낌이 절망과 분노, 나아가서 증오로 바뀐다. 급기야 폭력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엉뚱하게 다른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겪는 경우도 생긴다. “이별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는 개인적 성숙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8.

이별하는 과정에 있는 자아계발자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호의모드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한다. 이를 여섯 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 감정 표출하기 ; 당신을 뒤흔드는 감정이 분노든, 슬픔이든, 절망감이든, 무력감이든 그것을 마음껏 표출하세요! (당연히 복수심이나 폭력을 행사하라는 이야기는 없다).

2단계, 배경에 대해 성찰하기 ; 당신의 강렬한 감정이 정확히 어떤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고민해보세요.

3단계, 이별을 개인적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기 ; 대부분의 이별의 경우는 남겨진 사람의 인간성이 나쁘다거나 어딘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하필이면 그 시점에 상대방이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니면 그가 지쳐버린 것 일수도 있습니다.

4단계, 자기 생각에 대해 주도권 갖기 ; 매일 아침 눈뜨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상대방을 떠올리고 저녁마다 다른 누군가의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상상하는 일은 마음을 한없이 병들게 만듭니다.

5단계, 현실과 주관적인 평가를 구별하라 ;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날 것 그대로의 삶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평가하고 각색하느냐에 따라 아름답거나 혐오스럽거나, 정의롭거나 부당하거나, 슬프거나 재미있는 삶으로 변합니다.

6단계, 놓아주기 ; 놓아주기는 사랑과 유쾌한 기분의 가장 중요한 형태입니다. 놓아주세요! 오로지 놓아주기만이 새로운 시작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9.

책의 서두에는 이 책을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은 은밀한 동반자 목록이 카툰과 함께 소개된다. 평가자, 경고자, 신호전달자, 연결자, 공감자, 비교자, 보호자, 자극자, 의지관철자, 권력자, 통제자 등이다. 이 모두가 실체가 있는 존재감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내면에 공동 생활하는 존재감들이라는 것이다. (놀랍다. 내 안에 이렇게 대식구가 살고 있었다니..) 이 은밀한 동반자중 어떤 동반자가 우세한지 들여다보고, 그 동반자가 자신의 내면에서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힘이 발휘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0.

저자는 남녀의 만남과 이별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간관계의 개선과 회복을 위해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직장을 그만 두는 것도 이별의 영역에 속한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언급을 해주고 있다. 남녀 관계에만 국한시킨다면, 이런 나의 처방은 어떨지?
“‘한 만남, ‘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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