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인드웨어 -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리처드 니스벳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8월
평점 :
【 마인드웨어 】 리처드 니스벳 / 김영사
1.
이 책에서도 언급된 ‘귀인 오류(歸因 誤謬,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를 먼저 정리해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사람의 행동에는 구조적 여건, 절박한 상황, 집단의 규범, 판단 착오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원인 요소들을 무시하고 성격이나 동기 등 행위자의 내적 특성 탓으로만 돌리는 오류를 가리켜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한다. 이 오류를 지적한 심리학자 리 로스(Lee Ross)는 동양인에 비해 개인주의적인 서양인이 이런 오류를 더 많이 범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인 역시 내 문제는 ’세상 탓‘으로 돌리고,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2.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니스벳은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니스벳은 비교문화 연구의 대가로 평가받는 사회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저자의 저서로 『생각의 지도』, 『인텔리전스』,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등이 번역되었고 이 책 『마인드웨어』는 같은 제목 『Mindwear』로 2015년에 출간되었다. 저자의 최근 저서인 셈이다.
3.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에서 저자는 인간의 지능은 추상적 사고, 문제해결 능력,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까지도 포함된다고 했다. 일반적인 지능에는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이 있는데, 이러한 지능은 생애에 걸쳐 서로 다르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유동지능은 20대 초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며, 결정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증가한다는 논지를 펼친다. 연령에 따라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이 지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4.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원어로는 ‘Tools for Smart Thinking’이다. 저자는 ‘논리적 판단은 학습할 수 있는가?’ 묻고 있다. 즉, 효과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학습할 수 있을까? 이다. 2000여 년 전부터 많은 철학자와 교육자가 논리적 판단은 학습할 수 있다고 확신해왔지만, 저자의 답은 “글쎄요”이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거론하면서 저자는 이런 답을 내놓는다. “똑똑해지는 것은 두뇌를 훈련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머리는 근육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많다고 주장한다. 무언가를 많이 들었다 놨다 하면서 근육을 단련할 수도 있겠지만, 낡은 방식으로라도 무언가를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더 똑똑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신의 근력을 키우는 문제라면 학습하고자 하는 개념과 규칙의 유형이 중요하다. 어떤 유형은 두뇌의 근력발달에 무익하고 어떤 유형은 더없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5.
‘생각(Thinking)’이 키워드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는 다양하면서도 깊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생각’에선 생각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망치고, 어떻게 고치고, 또 어떻게 하면 마음의 암흑 물질인 무의식을 더 잘 이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선택’은 어떤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길을 들어선다. 그 선택이 곧 현재와 미래의 나를 이끈다. 저자는 그 수많은 선택의 지뢰밭을 잘 피해가는 방법도 안내해준다. ‘인과관계’ 역시 중요하다. “성격과 관련한 과거의 행동에서 성격과 관련한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할 때,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사례를 관찰하지 않는 한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특정한 종류의 행동을 코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면, 그런 행동을 예측할 때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근본적 귀인오류라는 개념을 기억하면, 우리의 일반화가 지나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6.
니스벳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불완전한 허점에 대한 풍부한 사례를 제공해주고 있다. 아울러 합리적 추론을 이끌어내는 생각의 작동 원리를 심도 있게 펼쳐나간다. 사람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 결정을 하는데 생각이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정리해놓았다. 《마인드웨어》는 저자가 고안한 ‘과학적 추론 규칙’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