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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결정의 조건 - 세상 모든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단순한 규칙
도널드 설.캐슬린 M. 아이젠하트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평점 :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6-065
【 심플, 결정의 조건 】 도널드 설 외 / 와이즈베리
일을 하다보면, 쉬운 일을 복잡하게 하는 사람과 복잡한 일을 의외로 쉽게 풀어나가는 사람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과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일을 어렵게 잡아 늘리기만 하는 사람은 아마도 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자니 마음이 안 편하고, 막상 일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러다 시간만 죽인다.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다.
복잡성에 이유가 붙는다면, 단순함에는 규칙이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책 제목에도 나타나있듯이, ‘단순함’이다. ‘단순한 규칙’이다. 왜 단순한 규칙이 효과적일까? “단순한 규칙은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정보 처리 방식을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지름길 전략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규칙이 모든 상황에 적응될 수는 없다. 규칙을 사용할 특정한 상황과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맞춰 결정되어야 한다. ‘결정 장애 증후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미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단순한 규칙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개인은 물론, 기업 나아가서는 국가의 큰일을 행사하는데도 ‘단순함’이 ‘복잡성’을 앞선다는 논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규칙의 힘을 잘 활용하기 위한 가이드북이다. 예를 들어본다. 2014년 2월, 재닛 옐런은 전 세계적으로 힘들기로 손꼽히는 직책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임무는 미국 경제를 순조롭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옐런이 취임할 당시 미국 경제는 세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불황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시기적으로 조금 앞선 2013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장기 실업은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큰 손실을 줍니다. 이에 따른 비용은 노동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 결혼생활, 자녀에게 끔찍한 부담이 됩니다.” 말뿐인(이런 염려의 말조차도 들어본 기억도 없는 듯하다) 국내 관료들과 달리, 옐런은 취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본 틀을 만들어냈다. 이 틀의 본질은 ‘경제가 고용 및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경제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너무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아무도 적용을 하지 않았거나,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단순한 규칙이 주는 유익함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새로운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융통성을 주는 동시에, 규칙이 지나치게 많을 때 발생하는 경직성이나 아무 규칙도 없을 때 생기는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다. 둘째,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관련 자료가 제한적이며, 인과관계가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경우, 단순한 규칙을 활용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규칙을 쓰면 개인의 지적 능력에 한계가 있고 전체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는 구성원이 아무도 없을 때도 효과적인 집단행동을 끌어 낼 수 있다.
‘병목 현상’에 주목하게 된다. 단순한 규칙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판단이나 행동을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가정하면 이미 반은 갔다고 생각하지만, 이 과정에서 ‘병목’이 잠복근무 중이다. 원래 병목은 전체 체계의 성과를 제한하는 부분을 가리키는 공학용어다. 자동차 조립 공정에 비유하면, 가장 속도가 느린 단계가 바로 전체 생산 절차의 속도를 결정하는 병목이다. 지은이는 이 병목의 특성 세 가지를 든다. 첫째, 가치 창출에 직접적이고 현저한 영향을 끼친다. 계기판을 움직이는 요소가 회사마다 다르듯, 병목도 회사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둘째, 선택된 병목은(일회성 판단이 아니라) 반복되는 판단이어야만 관련 규칙을 여러 번 시험하고 조정하고 활용할 수 있다. 셋째, 병목은 활용 가능한 자원보다 기회가 많을 때 생긴다. 인수합병, 신제품개발, 예산 수립, 신규 시장 진입 등이 그 예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수직적인 관계가 일상화된 기업 분위기에선 ‘헛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지은이도 이 점을 염려하고 있다. “(단순한) 규칙을 만들 때 상의하달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실수다. 자기 직관에만 의지하는 지도자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개인적 편견에 쉽게 빠지며, 선입견과 일치하지 않는 자료를 무시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인원이 4~8명 정도 되는 팀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구성원들의 다양한 통찰과 시각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조언한다. 지은이는 조직이나 기업에 적용하는 전략규칙만 내세우지 않고, 개인 상황에 적용하기 위한 단순한 규칙, 친구를 사귀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규칙에 대해서도 한 챕터를 할애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규칙이란 자신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규칙은 제한 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 규칙이 ‘자유함’을 준다고 한다. 이 책이 그 장벽을 넘어 ‘단순함’의 땅을 밟기 위한 안내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