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겨울 강가에서         _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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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2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풍경과 하나되어 강으로 의인화된 시적 주체가 어린 눈발을 안타까이 받아 살얼음을 까는 이미지로 시인이 절창을 노래하고 있네요. 특히 육필 시는 운치가 있어서 더욱 좋네요.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필하세요. *^

쎄인트saint 2016-02-22 16:20   좋아요 0 | URL
예...역시 깊은 혜안으로 시를 품으시는군요..
가만히보면 .. 글씨도 매일 매시간...다른듯 합니다.
간혹..제가 보는 제 글씨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