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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평점 :
『담론(談論)』
신영복
/
돌베개
1. “나는 그동안 책을 여러 권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책을
집필하지 않았다고 강변합니다.
옥중에서 편지를 썼을
뿐이고,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했을 뿐이고,
『강의』와 이 책처럼 강의를 녹취하여 책으로 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특별히 책을
집필하지 않은 이유를 소크라테스나 공자도 책을 내지 않았다는 것에 비유하는 것이 외람되지만,
강의록을 책으로
내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책’이 강의실을 떠나 저 혼자서 무슨 말을 하고
다닐지 걱정이 없지 않습니다.
책은 강의실보다 작고
강의실에는 늘 내가 서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하면 모든
텍스트는 언제나 다시 읽히는 것이 옳습니다.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2. 다소 긴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인용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책이 세상에
나올 때 어떤 마음으로 나오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책 출간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결국 책을 낸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이름을 낸 것이다.
그리고 신영복
교수님의 이 책 『담론(談論)』은 마지막 강의다.
비록 육성으로는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이렇게나마 책으로 만나서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모르겠다.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한다는 지은이의 말이 가슴 한편에 콕
박힌다.
3.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된다.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인간이해와 자기
성찰’이다.
이미 전책
『강의』에서 다룬 동양고전들을 그간 지은이의 삶과
요즘의 주변상황을 찬찬히 둘러보시면서 다시 쓰신 글이다.
텍스트로 등장하는
동양고전은 시경,
주역,
사기,
초사,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지,
한비자
등이다.
고전 공부는 인문학의
한 축인 세계 인식이 핵심이라고 한다.
고전을 읽으면서 잠겨
있는 세계 인식틀을 여는 과정이 과제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다.
고전의 아득한
미래,
꿈꾸는 현실이 어느
세월에 이뤄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에서 길을 물어야 한다.
고전은 내다봄이 길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한 축에
내가 잠시 걸터앉았다 가는 것뿐이다.
4. 2부는 가슴으로 읽는다.
1부의 시야가 세계로
향했다면 2부는 ‘인간’이다.
그동안 지은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을 향한 시선은
안으로도 향하고,
밖으로도
향한다.
20년 수형 생활
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 몇 사람이 소개된다.
20년 동안 몸과
마음이 묶여 있던 감옥을 대학이라고 표현한다.
사회학
교실,
역사학
교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인간학’의 교실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지은이의 마음을 닮고 싶다.
5. 『청구회 추억』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텍스트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글들이 쓰였을
당시의 심경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1심 판결에 이어
2심 고등군법회의에서 다시
‘사형’이라는 선고가 떨어졌을 때 순간 모든 생각이
정지되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청구회
어린이들과의 약속이 생각났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5시 장충체육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어린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
어린이들과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남한산성에서의
1년 6개월은 20년 수형 생활을 미리 짊어진 듯 무겁고
침울한 나날이었다.
수형 생활 중
재소자의 자살을 여러 차례 목도한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나는 왜 자살하지 않고 기약 없는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가?”
묻는다.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
겨울 독방에서 만나는
햇볕은 마룻바닥에 잠시 누워 있다가 신문지만한 햇볕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신문지만한 햇볕을
무릎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절정이었다고 한다.
지은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 ‘햇볕’
때문이라고
한다.
나와 그대의 삶에 이
햇볕이 남아 있기를 소원한다.
동전만큼 줄어든
햇볕이라도 좋다.
그 햇볕이 식어가는
서로의 마음을 데워주고 연결시켜 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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