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1. 제목과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독일 태생의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사이코 스릴러물입니다. 작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킹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라고. 그 다음 작가의 말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서로 알지도 못하고 제가 당신의 아름다운 나라에 가본 적도 없는데 이제 곧 당신 머릿속에 영상이 떠오르고 인물들이 살아나 움직이게 되겠지요. 당신에게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종이 위에 태어난 인물들이 말입니다." 자, 그럼 책을 읽어서 잠든 자들을 깨워야하겠지요. 비록 그들의 캐릭터가 맘에 안 들지라도 한 번 만나봐야겠습니다.

 

2. 이런..책이 '맺음말'부터 시작되는군요. 어쩌란 이야긴지. 이런 표현 좀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시작합니다. "듣는 사람의 정신 속에 녹슨 갈고리를 점점 더 깊이 박아 넣는 죽음의 나선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더 읽지 말라~!" 입니다. 작가가 지능적입니다. 읽지 말라고 하면 더 읽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을 터치하는군요.

 

3. 마지막 장, 끝은 다리 위입니다. 마음의 병을 깊이 앓고 있으면서 이미 두 건의 아동 유괴 미수죄가 기록 된 한 여인이 이번에도 다른 사람의 육개월 된 갓난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 생각하고 아슬아슬하게 다리 위에 기대어 있습니다.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운디네 신드롬(Undine's syndrome, or Ondine's curse)이 있습니다. 희귀한 선천성 질환입니다. 중앙 신경계의 교란 증상이 문제로 호흡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수면 중에는 기계로 호흡을 시켜줘야 하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제 정신이 아닌 이 여인이 알턱이 없지요. 엄마 품이 아니라는 것을 안 불안한 아이와 함께 동반 자살 또는 아이를 물에 떨어뜨릴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 어려운 상황에 협상책임자로 선정된 알렉산더 초르바흐. 이 사람이 이 소설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암시를 받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협상이 잘 안 되었군요. 알렉산더 초르바흐는 이 다리 위 사건으로 힘든 일상을 이어가게 됩니다. 다행히 아이는 살았습니다.

 

4. 좀 불편하지만 '눈알수집가' 이야기를 언급해야겠군요. 대단한 사이코패스입니다. 그는 아이들의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에게는 아이를 다시 찾을 시간을 겨우 몇 시간 주며, 그 시간이 넘으면 아이들을 은닉한 장소에서 질식해 죽게 만들고, 게다가 아이 시체마다 왼쪽 눈알을 제거해버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로 그려집니다. 이미 사망자는 여섯 명이나 되는군요, 엄마 셋, 소녀 둘, 소년 하나.

 

5. 소설은 남은 시간 44시간 38분 부터 카운트 다운이 됩니다. 소설 리뷰할 때는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책 내용을 너무 상세하게 적다보면 읽는 이들은 "거저 먹었다"는 표현을 하는 경우도 생기지요. 뭐 굳이 안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기회를 뺏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긴 합니다. 척박한 도서 시장을 향해서도 그렇구요. 특히 이런 사이코 스릴러 소설은 더욱 그러합니다.

 

6. 소설 이야기보다는 작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an_sum&logNo=150171314744
작가는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한답니다.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성장 과정에서 뭔가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지 않나요?" 혹시나 있었을지도 모를 작가의 트라우마를 염려하면서 묻는다는 겁니다. 그럴 때 작가는 "그러는 당신은 뭐가 잘못됐길래 이 책을 읽는 건가요? 제 악몽을 돈을 주고 사다니요" 하며 답변을 피해가곤 했답니다.

 

7. 작가는 그래서 굳이 어렸을 때 기억을 자주 더듬게 되는 모양입니다. "진짜 그랬나?" 어렸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별로 호감이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군요. 그래서 테니스 선수가 되어 명예를 얻고자 하는 마음도 들었답니다. 테니스 선수로 빛을 못 보자 록 스타가 되기로 합니다(고딩때). 드러머로 젊음을 불태우면서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돈이 될 만한 공부를 택하다보니 수의학을 공부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3개월만에 법학으로 갈아탑니다. 그래도 공부는 좀 한 모양입니다. 저작권법으로 박사학위를 땄다고 하네요.

 

8. 작가는 살벌한 스토리 메이커 답지 않게 유머 감각이 뛰어난 듯 합니다. "저는 제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내가 임신했을 때 초음파 사진을 찍다가 제가 뱃속의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딸 수 있을지 물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산부인과 의사 같은 사람 말이죠." 그리고 이런 말도 남기는군요. "우리가 낭독회에서 만나게 된다면 저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에서 다 풀지 못한 궁금증이 있다면 제게 질문하셔도 좋아요. 왜 좀 미친 사람들만 저를 좋아하는지, 또는 왜 제가 딸의 방에 벌레퇴치 기능이 있는 전화기를 놓아줬는지 같은 것들 말이죠. 그때까지 계속해서 제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몸 조심하시고요."

 

9. 소설은 읽을 만 하냐구요? 이런 류의 책이 맥박과 심장의 횟수를 증가시킬까봐 염려 되시는 분들에겐 굳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컬러의 책을 즐겨 보시는 분들에겐 또 하나의 새로운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맛보는 계기가 될 듯 합니다. 한 꼭지당 평균 3장 분량인지라 진도도 잘 나갑니다. 나는 3시간 동안 타고 내려왔습니다. 사이코 스릴러라 이름 붙여진 롤러코스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