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논어]는 공자의 어록이다. [노자]에는 노자(老子)라는 인간이 잘 안 보이지만, [논어]에는 공자의 인간적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있다. 이것이 [노자]와 [논어]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공자의 시대는 기원전 500년 춘추전국시대이다. 5천 년 중국 역사에서 꼭 중간에 위치한다.


2.  이 시기는 사회에 관한 근본적 담론이 가장 활발하게 개진된 시기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철기의 발명으로 특징지어지는 기원전 5세기 제2의 '농업혁명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이 시기는 철기시대 특유의 광범하고도 혁명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3. 또한 춘추전국시대는 사회 경제적 토대의 변화와 함께 구(舊)사회질서가 붕괴되는 사회 변동기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기라고 한다. 백화제방은 온갖 꽃이 일제히 핀다는 뜻으로 각종 학문과 예술이 촉진되고 융성해진다는 뜻을 지닌다. 백화제방은 현대에 들어서(1956년) 소련의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을 공공연히 비난하면서 공산당의 엄격한 통제정책을 완화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모택동이 백화제방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는 구호와 함께 반공 지식인들에게 공산당의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하라고 권유하는 자극으로 활용했다. 백화제방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것이고, 백가쟁명은 학술과 과학에 관한 것이었다.


4. 이 책은 제1편 학이(學而)편에서 시작해 제20편 요왈(堯曰)까지이다. 지금까지 [논어]와 관련된 책은 3천여 권이나 발간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논어]라는 책이 지닌 특성과도 관계가 있다. 원전은 하나인데, 해석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5.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누구나 어디에서든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 원한다. 그래서 툭하면 나오는 말이 "내가 누구인데"이다. 내가 누구인데를 강조하기 전에 나는 상대방을 잘 알고 그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마음을 쓰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어찌 나의 존재만 귀하게 여기는지 심각하게 반성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 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세계관을 확립했으며, 마흔 살에는 미혹됨이 없게 되었고 쉰 살에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으며, 예순 살에는 무슨 일이든 듣는 대로 순조롭게 이해했고, 일흔 살에는 마음 가는 대로 따라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이 말을 내 나이에 적용시켜보면 심히 부끄럽다. 아직도 미혹된 삶, 이해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마음 가는 대로 따라 해도 어긋남이 없는 삶이 되기엔 한 없이 부족함을 느낄 뿐이다.


7.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에 대해서는 모자르는 듯이 하려 하고, 행동에 대해서는 민첩하려고 한다."  말만 앞서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도 너무 많다보면 행동이 느려진다. 우물쭈물하다가 날이 새버린다. 생각은 복잡할지라도 행동으로 옮길 때는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 좋다.


8. 자공이 여쭈었다. "저는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그릇이다." "무슨 그릇입니까?"  "제사에서 곡식을 담는 옥그릇이다."  성경에도 그릇 이야기가 나온다. 옥으로 만들었던, 금으로 만들었던, 흙으로 빚었던 간에 중요한 것은 깨끗한 그릇이다. 제 아무리 귀한 재료로 만든 그릇이라 할지라도 깨끗하지 못한 그릇에 무엇을 새로 담으리.


9.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함께 도(道)로 나아갈 수는 없고, 함께 도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입장을 같이 할 수는 없으며, 입장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함께 할 수는 없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아도 받아들임이 틀린다. 나아가는 길이 다르다. 결국엔 같은 상황에 처해도 다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는 이미 판별이 나 있는 듯 하면서도 서로 그 앞길은 못 보고 있을 수 있다. 옳바른 스승을 만나는 것도 살아가며 큰 복이지만, 마음 밭에 뿌려진 씨앗을 잘 키워서 거목이 되거나 허접한 잡초가 될 수 있기에 늘 마음 밭을 갈아서 옥토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10. 신영복 선생은 [논어]는 인간관계론의 보고(寶庫)라는 표현을 한다. 춘추전국시대에 백가(白家)들이 벌였던 토론(爭鳴)은 고대국가 건설이라는 사회학 중심의 담론이었다고 한다. 그 숱한 사회학적 담론 중에서 사회의 본질을 인간관계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살아가며 부딪는 모든 문제들이 바로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그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평온하게 나가는 삶의 지혜가 [논어]에 담겨 있기에 자주 들여다보며 마음에 채찍을 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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