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임사체험(죽었다 깨어난 사람들의 경험)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은 부분입니다. 크게 있다! 와 없다!로 분류됩니다. 임사체험에 관한 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지목되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세계 각국에 있는 수만 명의 임사체험 사례를 수집해서 사람이 삶을 마치고도 생명은 계속되며 의식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로즈 박사는 사람에게는 3단계 사망과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첫 단계는 의식이 신체를 떠나는 것인데 이때 뇌파가 사라지고 심전도 역시 사망상태로 나타납니다. 그 다음 2단계는 시공(時空)의 제한이 없이 가고 싶은 곳으로 순식간에 가게 되는데 시각장애인은 이때 앞을 볼 수 있고, 언어장애인은 말을 할 수 있으며 청각장애인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제 3단계는 시공을 초월해 일생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몇 초 내지 몇 분 시간에 많은 의식들이 겹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후 많은 의사들이 사망과 임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모두 로즈 박사와 비슷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 편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를 이끌어 온 셀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사람이 죽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길 원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인간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혼이란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가?" 를 스스로 묻고 답하길 원합니다.


셀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에 대한 강의자에 걸맞게 그 역시 '임사체험'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이 계속되는가'에 대립되는 두 그룹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뤄진 인간이라는 '이원론'과 인간은 육체만으로 이뤄진 인간이라는 '물리주의'가 그것입니다. 그의 관점에 의하면 이원론자들이 받아 들이는 임사체험은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설명하는 반면, 물리주의자들의 주장은 다만 생물학적 과정의 관점에서 약속어음의 상태로 내버려두고 있다고 합니다. 


물리주의자들이 생물학적인 설명을 한 부분을 더 언급해보며 이렇습니다. "생물학적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육체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엔도르핀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이 때문에 희열의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 것" 또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시신경이 특별한 방식으로 반응함으로서 터널과 눈부신 빛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잠시, 이런 논란을 접어놓고..임사체험의 당사자를 만나보렵니다. '이븐 알렉선더'. 미국의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그의 연구분야는 '뇌기능 매핑'(Human Brain Mapping)입니다. 최근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뇌기능 매핑을 위한 획기적 영상도구들이 개발되어 실용화되고 있습니다. 즉, 뇌의 전기 혹은 자기신호를 측정하는 EEG 혹은 MEG를 이용한 매핑과 뇌의 대사적 혹은 혈역학적 활성도를 측정하는 SPECT, PET, fMRI등을이용한 매핑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더하여MRS,DTI,OCT,TMS 등 새로운 영상도구들의 발전으로 해부학적, 생리생화학적 매핑도 가능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뇌기능 매핑'(Human Brain Mapping)을 이렇게 장황하게 추가 설명드리는 이유는 저자는 이렇게 과학적, 분석적, 실증적 학문의 연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인 이븐 알렉산더에게 일생 일대의 큰 사건이 닥칩니다. 바로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지요. 희귀한 뇌손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동료 의사들은 그에게 생물학적 사망 판정을 내리려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7일째 되는 날에 그의 영혼이 그의 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공개적인 가장 최근의 임사체험자로 기록 될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독자들은 곧 바로 궁금점과 의문점이 들게 될 것입니다. 그는 7일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을 느꼈을까? 


이 책에 그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이 천천히 돌면서 새하얀 가는 빛줄기들을 발함에 따라 내 주위의 어둠은 점점 부서지면서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 그런 후 빛의 한 중앙에서 다른 무언가가 나타났다. 나는 최대한 깨어 있는 의식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했다. 열려 있는 구멍이었다. 나는 더 이상 천천히 회전하는 빛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었다."


그는 그 곳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꿈의 세상.."을 보게 됩니다. 아니, 그 안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사랑'을 느낍니다. 그곳에 가기 전에 마음 속에 담고 있던 '사랑'의 의미와는 또 다른 차원의 '사랑'을 느낍니다. 그가 천국에서 그의 영혼이 다시 그의 몸으로 돌아 올 때 그는 크나 큰 심적 고통을 느낍니다. 그곳이 그 만큼 평안하고 좋았다는 이야기겠지요. 지은이의 표현을 빌리면, 천국문이 닫히고 그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온 상황을 모든 입체적이었던 경험들이 전반적으로 평평해졌다(저는 밋밋해졌다는 표현으로 바꿔보렵니다)고 합니다. 천국의 문이 닫혔을 때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기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커다란 벽 같은 구름들을 통과하며 나는 아래로 이동했다. 주위에서 온통 속삭이는 소리들이 들렸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어둠 저편에서 내 위와 내 아래에 쫙 깔린, 보일듯 말듯, 느껴질 듯 말 듯한 여러 층위의 존재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가 눈을 떴습니다. 그가 누워있던 중환자실에선 주위의 있던 사람들이 거의 기절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7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성인이 깨어나는 모습이 아니라, 갓 태어난 아기의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 세상에 막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그런 눈빛으로 위, 아래, 이쪽, 저쪽을 찬찬히...


천국을 다녀와서 현실 생활에 적응되는 과정 중에 어려운 상황이 좀 있었군요. 중환자실 증후군이라고도 하는 망상증 단계가 걷히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잠도 안 자고 그들(가족들)에게 인터넷, 우주정거장, 러시아의 이중 첩자 등과 같은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기도 했답니다. 어쨌든 그는 결국 회복이 되었습니다.


"신경과학자로서의 지식은 하나 둘씩 아주 천천히 돌아온 반면에, 몸에서 벗어나 있던 일주일 동안의 기억들은 내 의식 속에 아주 선명하게 불쑥 등장했다. 지상의 세계를 넘어선 영역에서 일어났던 일들 때문에 나는 순수하게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깨어 날 수 있었고, 그 행복감은 아직까지도 내 안에 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무척이나 행복했다. 하지만 내가 행복했던 또 다른 이유는(최대한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처음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떤 종류의 세상인지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이 책의 지은이처럼 임사체험을 겪지 않고도 보다 영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삶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것을 느낍니다. 신경과학자로서 이런 글을 써서 책으로 펴내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들려주는 말은 내 몸에서 영혼이 떠나가는 날까지 힘을 줄 것입니다. 살아가며 무엇이 소중하고, 덜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고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의 영혼이 일주일 간의 여정에 머물렀던 기억이 신(神)을 믿는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못했으나 신을 알고, 이해했다고 합니다.  삶 뒤에 죽음만을 생각하고 살 것인가, 죽음 뒤에 이어지는 또 다른 삶을 염원하고 믿을 것인가는 각 개인의 몫입니다. 저는 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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