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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바보들 -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지음, 이지연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어느결엔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야만 하는 부담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 그러면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잡을 수 있는가 봅니다. 과학과 정치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 있는 증거들은 과학 논문으로 발표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를 비교할 때 각기 그들은 심리적 요구. 도덕적 직관을 포함한 여러 특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 차이점들이 지구온난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출생 여부에 관한 이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진실인가에 관한 정치적 싸움 뒤에 도사리고 있다고 합니다.
책의 많은 부분이 보수, 보수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면보다는 다소 비판적인 내용일색입니다. 예를 들면 오바마의 출생문제를 놓고 보수주의자들은 그가 케냐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출생증명서는 속임수나 위조라고 까지 합니다. 경제분야에서 많은 보수주의자들의 잘못된 관점 중 하나는 감세가 정부 세입을 증가시킨다는 생각이랍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이 관점을 공공연히 옹호했다는군요. 그럼 과학분야에선 어떨까요. 저자가 가장 깊이 염려하는 영역이라고 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해 유발되었다는 과학계의 일치된 의견을 수용하는 사람은 단 18%이고, 인간의 진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각각 45%와 43%라고 합니다.
보수주의자들은 현대 과학 지식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저자는 이 같은 오류와 오해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우리의 삶, 경제, 국가, 지구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전쟁과 평화, 건강과 안전, 역사와 돈, 과학과 정부에 대한 진실을 거부하는 사람을 살펴보면 진보주의자보다는 보수주의자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우선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 이것은 지능에 관한 주장이 아니다. 나는 보수주의자가 일정방식으로 진보주의자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두 집단은 그냥 다르다. 진보주의자들 역시 심리에 뿌리를 둔 자신들만의 약점이 있으며 보수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똑똑한 바보들]은 5부로 되어있습니다. 뇌부터 다른 보수와 진보, 보수주의자의 심리 코드,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 보수에 관한 불편한 진실, 정치실험실에서 온 놀라운 보고서 등입니다. 보수와 진보. 이 둘을 양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꼭 그렇게 나누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정치에선 이 양극의 논리가 나라 전체 나아가선 세계정세를 좌지우지 할 수 있기에 무관심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003년도에 미국심리학회에서 발간된 [심리학 회보]에 실린 내용이 자못 흥미롭습니다. 내용은 지난 50년간 정치적 보수주의를 주제로 실시한 연구들에서 나온 88개의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이 연구들은 12개국에서 실시되었으며 거의 23,000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당연히 보수주의자들은 이 리뷰를 맹렬하게 공격했지요. 이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명망있는 학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정치적으로 보수 관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다양한 심리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심리 특성들 중에는 좋게 들리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독단적임,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을 못 참음, 죽음을 두려워 함(공통 사항이겠습니다만), 새로운 경험에 대해 덜 개방적임, 사고 과정에 통합적 복합성이 적음, 종결에 대한 욕구가 큼 등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연구에 참여한 저자들은 보수주의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보수주의는 변화에 대한 저항 및 불평등에 대한 수용과 불합리를 강조해 핵심적인 심리 필요를 만족시키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 뒤에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해결하고 싶은 인간의 깊은 욕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뭔가 확실하고 안정적인 것을 믿고 있는 것을 바꾸지 않고 고수해 불확실과 두려움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심리학자들은 빅 파이브(big five)라는 널리 인정되는 척도를 고안해냈습니다. 빅 파이브 특성은 사람의 성격을 5가지로 나누는데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 등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니셜을 따서 OCEAN 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 다섯 가지 특성 모두를 크고 작게 갖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빅 파이브 특성 중에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성향이 갈라진다고 합니다. 그것은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성실성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일관되게 개방성 부분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고 합니다. 이를 심리학자 로버트 맥크레이가 간단히 표현했습니다. "개방적인 사람들은 어디서나 진보적인 가치관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방성은 지적 유연성과 호기심에서부터 예술을 즐기고 창의적인 기질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폭넓은 성격의 특성입니다. 개방성은 실험적이고, 생활 방식과 선택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인생에서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특성이기도 합니다.
침실을 들여다보고 보수냐 진보냐를 가름하는 대목이 있군요. 그대는 어느 쪽이신지요?
"보수주의자들의 침실에는 생활을 더 계획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인 달력이나 스탬프 같은 것들이 있었고, 잘 정돈되어 있고 청소도구들이 가득했다. 방에 빨래통, 다리미, 다리미판, 줄, 실이 있었다. 실내 장식도 평범한 경우가 많았으며 스포츠 용품, 여러 깃발, 성조기 같은 것이었다. 보수주의자의 공간은 더 성실함을 반영했지만 덜 개방적이기도 했다.
진보주의자들의 아파트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더 엉망(덜 성실)이었지만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보여주는 물건들이 넘쳐났다. 다양하고 많은 책들. 여행, 민족적 이슈, 페미니즘, 음악에 관한 책. 다양하고 많은 음악 CD, 월드 뮤직, 포크, 클래식, 록, 옛날 노래 등. 특히 여행과 관련된 물건들이 많았다. 세계 지도, 여행 관련 서류, 여행 책자, 다양한 문화의 수집품 등.'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는 중립인가? 그렇진 않아보이는군요. 약간 진보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입니다.하긴 이러한 주제를 갖고 이만큼 책을 쓸 정도면 진보주의 성향이 아니면 힘들지요. 보수니 진보니 양극화를 달리고 있는 모습은 그리 지혜롭지 않습니다. 어쩌다보니 어느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한 목소리를 보태고 있는 것 뿐이지요. 50 : 50 이 아닌 49 : 51은 이미 2이나 차이가 나지요? 어느 쪽이 더 우세하느냐에 따라 그 성향이 구분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보수적인 것과 진보적인 마인드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균형감이지요. 사회도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보수도 필요하고 진보도 필요합니다. 서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나가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보수와 진보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론으로 설명해나간 부분에 있습니다. 계속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재료로만 쓰여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