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하여 - 자유와 탄생편
김유정 지음 / 자유정신사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면에서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남]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이야기한다고 할 때 듣는 사람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저 내멋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들일 것이라는 착각말입니다.


저자와 함께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사흘의 여정에서 변화된 [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멀리서 한 사람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조용히 오두막 카페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삶의 예지자(叡知者), 붉게빛남으로 불리고 있었다."


여기서 '붉게빛남'은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열심히 달려가고는 있으나, 그 방향이 맞는지 어떤지 확실하게 생각되지 않는 세 사람이 '붉게빛남'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 온 것입니다. 저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들의 표정과 대화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내기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양쪽의 모습을 잘 관찰하고 있습니다. 장기판과 다른 점은 훈수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들으며, 바라보며 조용히 느낄 뿐입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잘 살다 가는 삶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요?  그대 지금 잘 살고 있으신지요?  돈 걱정 없이 산다면 잘 사는 것일까요? 같은 이야기지만, 성공적인 삶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붉게빛남'이 이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은 대부분 부도덕적이고 어리석은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보통 그들을 성공했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부도덕이 통용될 정도로 권력과 재력을 갖추어야 하고 자기 자신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빠야 한다. 그러므로 성공한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적용되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산다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성공가도에 있는 사람 또는 성공했다는 사람(사실 본인은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겠지요. 욕심은 끝이 없기에..)들은 타인의 눈과 마음에 억지로 투영을 시키지요. 그 모습이 본인의 맘에 안들게 비쳐지면 본색이 드러나게 되지요. "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러는거야!"


다른 사람들을 다 속여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속이는 나와 그것을 알아채는 나 중에서 누가 [나]인가.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장소가 옮겨집니다. 멘토 주변에 멘티들이 더욱 많아집니다. 보다 깊은 질문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자인 나는 저자보다 조금 더 떨어진 위치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습니다. 가끔 저자의 표정도 살펴가면서 말입니다. 고등학생 때 철학의 내음을 풍기기 위해 "군중속의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뜻도 깊이 생각안하고 입으로 떠든 적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진정한 '고독'의 의미도 모른 채 말입니다. 감옥에서 독방에 가둘 때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지요. 겁에 질려 있다가 결국 미치던가 또는 깊은 사색의 즐거움에 잠기던가 둘 중 하나라지요. 요즘 스맛폰 덕분에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그것을 그 손에서 뺏고 아무것도 없이 혼자 며칠씩 가둬놓으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그래도 혼자서 잘 놀 자신이 있으신지요? 


'붉게빛남'은 우리 삶의 고귀함을 유지하기 위해 "현 시대에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쓸모없는 말들에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이제 우리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잘못된 지식으로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도록 하는 것이다. 사유의 시간을 주기 위해, 중요한 것, 고귀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기 위해." 내 입부터 막아야겠습니다. 


'붉게빛남'은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그 스스로는 쓸모 있는 말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때 귀를 막아야하는지(또는 눈을 감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러 진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캘때 다이아보다 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책을 보면서 다이아를 발견하는 심정으로 봅니다. 


"친구들이여! 인간 일반이 즐거움을 느끼는 원인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함에 기원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보다 자신의 존재를 표출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러나, 자기 표출을 통한 만족은 지속성이 결여된 순간적 자기 만족임을 잊지 말라. 자기 표출을 통한 자기 만족(즐거움)은 타자(표출대상)로부터의 도움 없이는 성취 불가하다는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얼떨결에 따라나선 '나'를 찾는 여행. 참 버겁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다보니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우아함, 예술, 의지, 창조적 힘, 교육, 통합 세계, 지식, 학문, 권력, 미(美),이상, 음악과 감성, 철학, 시, 시인, 인식 등등 단어 하나만 갖고 씨름 하기에도 힘이 딸립니다. 이틀 째쯤은  그만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저자와 함께 또 다른 청자가 되어 자리를 지켰지요. 끝까지 자리 하기를 잘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회복력''항상성'입니다. 나의 마음, 우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없이 무너져 내렸다가 일어서곤 합니다. 단지 내색을 안 하고 지낼 뿐이지요. 무너져 내린 마음은 때로 맥없음으로, 때로는 짜증으로 주위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지요. 다시 일어서지 못하면 정말 힘든 상황, 어둠의 골짜기로 스스로 걸어갈 수도 있기에 꼭 일어나야만 합니다. 회복되어져야만 합니다. 여인의 곱고 아름다운 가슴을 잘 감싸주고 있는 그 무엇처럼 형상을 기억하는 합금이 내 마음에도 자리를 잘 잡고 있어야 합니다. 원래부터 그렇게 힘든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지를 잘 해야겠지요. 지금까진 순전히 나의 생각이었고..'붉게빛남'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 보시겠습니까.


"나의 벗이여! 우리 인간에게는 두 가지 고귀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회복력과 항상성이다. 인간은 자신의 자아가 파괴되는 듯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더라도 자아는 자기 회복력에 의해 다시 복원된다. 이 회복력에 대한 근원적  힘은 모계로부터 물려받은 자기 보존의 본능이다. 자아 파괴의 순간, 인간은 이 생존 본능에 의해 자기 자신을 복원시켜, 그 파괴의 소용돌이로부터 출구를 스스로 찾아낸다.(.....) 인간의 독특한 개성과 성상 유지의 근원은 바로 회복력과 항상성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다녀왔습니다만, '나' 를 찾았다고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이 여정은 이 땅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동안 계속 가야할 길입니다. '불게빛남'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나에게 던져주는 숙제입니다. 그대도 한 번 떠나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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