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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
야스다 유키 지음, 곽지현 옮김 / 에이지21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학교 폭력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그 주제들이 학교 담을 넘어 책으로, 영화로 제작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해결해보자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관계의 훈련과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으로, 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나 자신을 훈련시키는 것, 직장이나 사회에서 적응하는 법을 강조하지만, 정작 친구와 동료간의 관계 형성에 대한 지혜를 전해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야스다 유키는 사람이나 조직의 연결 방식을 고찰하는 '사회 네트워크 분석'이 전문입니다. 네트워크의 형태가 사람이나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을 대학과 기업, NPO등과 연계하여 연구중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모델 케이스는 일본의 국민 만화인 [One Piece]입니다. 1997년부터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가 된 국민 만화라고 합니다. 2011년 8월 현재 63권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63권은 초판으로 390만부가 발행되었고, 이는 만화책뿐만 아니라 일본의 모든 서적 부분에서 신기록이라는군요. 63권까지의 누계 발행부수가 2억 4천만 부라고 하니, 실로 대단합니다.
저자는 이 만화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분석해본 결과 '원피스'의 중심 테마가 '동료'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합니다. "내 아들도 루피 같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자가 NHK방송에서 진행한 "만화 [원피스] 대박의 비밀" 프로그램중 어느 주부의 말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루피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선장이라는군요.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동료'란 그저 무리지어 움직이는 피동적 상황이 아니라, '꿈을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꿈의 공감대가 커질수록 동료가 많이 늘어나겠지요. '동료 파워'라는 표현을 씁니다. '동료를 모으는 방법', '동료와 서로 돕는 방법', '동료와 신뢰를 쌓는 방법', 동료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최근 SNS 덕분에 온라인 친구가 수백, 수천 또는 그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찬, 반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온라인 친구가 살아가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반대하지도 못합니다. 긍정적인 면도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동료의 숫자가 아닌 동료의 질'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는 오프 라인 친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지요. 그러나 온라인 친구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듯 합니다. 페북을 열심히하다 어느 계기를 통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상처받은 마음, 우선 문을 닫아 걸고 생각해보자는 이야기가 됩니다.
살아가면서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복(福)입니다. 단지 물질적인 도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지요.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벼랑 끝에 서 있는 절박한 마음뿐일 때, 내가 손을 내밀어 붙잡고 싶은 마음의 손. 그리고 그 손을 붙잡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때로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이 담긴 생각이나 절망적인 말, 위기 상황에서 구원을 요청한 동료에게는 반드시 대응한다."
살아오면서 위기 상황 때마다 뜻밖의 사람들을 통해 도움을 받은 적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찬찬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나는 누구에게 절실한 도움을 준 적이 있었던가. 내가 받은 도움을 꼭 그 사람에게 갚을 상황이 못 된다면, 다른 사람이 힘들어할 때 나 역시 그 사람에게 힘이 되어줘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랑의 빚'을 갚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 합당한 말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고 싶은 존재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사실 '동료'라는 존재는 야누스적인 상황입니다. 서로 도와주는 협력 관계이자, 경쟁 상대입니다. 입사 동기가 승승장구 앞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 편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지 내색을 안하고, 혼자 삭히며 칼을 갈던 무대를 옮기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료들과(그리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 선, 후배들과도) 함께 나아갈 때 좀 덜 힘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비록 상사에게 받는 비난과 불이익은 뒷 담화로 풀지언정 동료간의 불협화음은 힘들지라도 서로 마음을 의지하며 견뎌낸다면 시간이 지난 다음엔 '그땐 그랬었지" 하는 시간이 마련되겠지요.
책에 언급된 '코카 콜라' 광고를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유투브에서 조회수가 꽤 많았었지요. "The Coca Cola Friendship Machine."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구요. 이 광고에 등장하는 코카콜라 자동판매기는 일반 자동판매기의 2배 이상 되는 높이였습니다. 혼자서는 돈을 넣는 투입구에 절대로 손이 닿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협력해야만 합니다. 목마를 타거나 기마전 할 때처럼 여러 명이 한 명을 들어올려서 콜라를 구매합니다. 넘어지고 쓰러지면서도 친구들은 그저 즐겁습니다. 어렵사리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1캔 가격에 2캔의 콜라가 나옵니다. 그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환한 미소와 동료애를 느끼게 하는 CF 였습니다.
국민 만화로 불리우는 인기 만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인기의 비밀을 분석하는 것. 이를 일상에 끌어들여 교훈으로 삼자는 저자의 의도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문득 이 만화 [원피스]의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집니다. 만화가는 창작과 그림 그리기의 두 가지 재능을 가진 사람인데, 이 만화가는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화두인 '소통'과 '나눔'에 깊은 관심을 지닌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