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 -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자연과학선집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장헌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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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인슈타인의 일화 한 편을 소개 해드리고 싶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 미국에서 전비 충원 운동이 벌어지고 나서 몇몇 민간 위원들이 아인슈타인을 찾아왔습니다. 1905년에 처음 발표된 그의 상대성이론 논문의 원고 초본을 기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돈 많은 이에게 팔아 자금 조달에 보태겠다는 것인데, 다만 팔리더라도 이를 공개된 장소에 보관케 하여 역사적 기념물로 남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인슈타인의 육필 원고는 이미 분실되고 없었지요. 그래서 그(아인슈타인)는 한 가지 역제안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자기가 그 원고를 직접 손으로 써줄 테니 가져가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실망스럽긴 했으나 그들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아인슈타인은 비서에게 출간된 자기 논문을 읽으라고 하고 직접 받아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쓰기를) 중단하고는 자기 논문에 정말 그렇게 쓰여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비서가 그렇다고 확인해주니, “아, 지금이라면 내가 그렇게 안 썼을 텐데”하고 그가 몹시 안타까워했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 제레미 번스타인)

 

이 예화에서 느낀 점 두 가지는 노학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 끝없는 탐구력과 어떻게든 의로운 일에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참고로, 이렇게 만들어진 아인슈타인의 육필원고는 그 후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잘 보관이 되고 있겠지요.

 

아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 이론을 단 몇 줄의 리뷰로 소개할 능력이 제겐 없습니다. 대신에 장회익 교수님의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새로운 자연법칙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기존의 법칙들을 서술할 기본 변수들인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해 간단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즉 기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통해 자연법칙들을 서술하는데 무리가 있으니 수정된 새 개념, 즉 ‘4차원시간-공간’ 개념을 통해 자연법칙을 서술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만일 시간, 공간에 대한 이 새 개념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상대성 이론은 지극히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 되지만, 만일 이 새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는 영영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게 되는 것이다.”

- “과학과 메타과학” / 장회익 / 현암사 / 2012

 

사실 상대성 이론에 대한 책과 해설서가 퍽 많습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성 이론을 확립한 사람만큼 상대성 이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이론이 심오하기 때문이고, 또 이 이론 바닥에 깔려있는 철학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상대성 이론 자체에 대한 설명이나 수학적 복잡함을 설명하는 대신 상대성 이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논리적 사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상대성 이론이 가장 보편적인 자연법칙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특별히 생각이 머문 곳은 「상대성 이론과 공간의 문제」부분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공간 개념에 대한 심리적 기원 또는 이것에 대한 필요성의 심리적 기원은 일상적인 사고 습관에 근거했을 때처럼 분명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전의 기하학자들은 점, 직선, 표면 같은 개념적인 객체들을 다루었지요. 그렇지만 분석기하학자들이 후에 다루었던 공간 같은 개념은 다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간이라는 개념은 기본적인 경험을 만든다고 합니다.

상자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상자 하나가 만들어졌다고 상상해보자. 상자가 가득 차도록 상자 안에 물건들을 배열할 수 있다. 이렇게 배치할 수 있는 것은 물질 객체인 ‘상자’의 특성이다. 이 특성은 상자에 부여된 것, 즉 상자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이다. 이것은 상자에 따라 다른 어떤 것이다. 이것은 또한 그 상자 안에 물건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상자 안에 물체가 없을 때 이 공간은 ‘비어 있는’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간이라는 개념은 상자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상자의 공간을 만드는 그 가능성은 상자 벽의 두께와 관계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이 없어지지 않게 하면서 이 두께를 0으로 줄일 수 없을까? 이런 극한 값을 취하는 과정은 분명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상자가 없는 공간을 상상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잊는다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물질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어떤 존재로서 공간을 물질과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데카르트와 모순된다는 것을 누구든지 알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공간을 분석기하학에서 근본적인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데카르트 학파는 수은 기압계에 있는 진공을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초적인 단계에서조차 공간 개념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독립적이고 실제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 개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상대성 이론은 단순한 자연법칙이 아니고 사고(思考)의 체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17세기 갈릴레이가 오염되지 않은 감각으로 인지되는 것들만 자연과학으로 인정하던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에게 실험과 수학을 이용한 자연과학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철학을 증명한 이후, 상대성 이론은 인식에 대한 대변혁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론이 필요해서 상대성 이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대한 깊은 사색과 논리적 유추에 따라 결론적으로 이 이론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서문에서 언급한 부분을 소개해드리면 혹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일어나시려나요?

“과학으로서뿐 아니라 철학적인 관점에서 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 나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론물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학을 모르는 독자들이 상대성 이론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이 책은 의도되었다.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은 독자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두껍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위해 독자들은 인내심과 의지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상대성 이론의 주요 개념을 가장 수수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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