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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in 택시 - 인생에 잠시 쉬어갈 갓길이 필요할 때
브라이언 헤이콕 지음, 김수진 옮김 / 리더스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큰 욕심을 안내는 일에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한편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도 있긴 있습니다.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한편이 생각납니다. 똑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근무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입니다. 한 사람은 자기의 일터인 통행 요금을 받는 시설물(미안한 표현이지만 그냥 Box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로 들어갈 때 죽을 맛입니다. 근무 시간 내내 그 박스 안에 갇혀 있을 생각을 하면 맥이 빠집니다. 도망가고 싶습니다. 본인 스스로 찾은 직장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일터를 옮기고 싶습니다. 어떤 땐 근무시간 중에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듭니다.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본인의 근무지(같은 박스)를 들어설 때 가슴이 마구 뜁니다. 앞사람처럼 싫어서가 아니라 좋아서 그럽니다. 그는 출근하면서 mp3를 포켓에 넣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춤을 추듯이 걷습니다. 그의 꿈은 래퍼입니다. 그런데 노래와 춤을 연습할 공간이 없던 참에 톨게이트 박스에 근무하면서 너무 신이 났습니다. 차가 들어오면 이어폰도 빼고 정중한 자세로 요금을 받고 인사를 하며 보냅니다. 차가 출발하면 다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춥니다. 그 박스는 그의 개인 스튜디오나 다름없습니다. 아무리 소리를 크게 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의 시선은 늘 앞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저 멀리서 차가 들어오면 다시 원위치합니다. 그는 후에 멋진 래퍼가 되었습니다. 앞서 불만투성이 근무자는 아직도 그 박스에서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그 사람의 직업이 그 사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같이하며 지내다보면 동화가 됩니다. 그의 생각은 일을 안 할 때도 그의 의식을 지배합니다. 그의 직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상이 됩니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헤이콕은 택시 운전기사입니다. 아니 다른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생각하고 살아가며 다른 이들도 무슨 일을 하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기 원하는 헤이콕이라는 사람이 일상에서 맡은 역할은 택시 운전입니다.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삶의 대부분을 지내신 분들에겐 죄송스럽습니다만, 더러는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이 사업에 실패하시거나 실직을 당한 후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시 또는 좀 길게. 미국도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저자인 헤이콕도 운전을 하기 전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비영리환경단체인 ‘이콜로지 액션 오브 오스틴’에서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환경관련 일을 하던 중 안 좋게 끝이 났고 결국 택시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언가 다른 일을 찾는 동안 임시방편으로 시작했지만 그 후에는 택시 운전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할까요?
그저 그의 삶과 생각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차에 탄 승객과 잠시 대화를 나누듯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디로 가시죠?”
친절한 택시를 타면 들을 수 있는 인사말입니다. 보통은 기사님의 인사가 나오기 전 “ooo로 가주세요” 또는 “ooo를 부탁 합니다”로 출발합니다. “어디로 가시죠?”는 사실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수시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고 점검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은 ‘엔진에 시동 걸기’로 시작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택시 운전을 교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의 차에 탄 승객과 독자에게 말입니다. 그렇다고 절대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저 일기를 쓰듯이 그렇게 써 내려간 내용들이 의외로 깊습니다.
저자는 실직과 파산 등 힘든 일을 겪다보니 본인의 삶에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불교에 관한 강좌를 듣고 난 후에 실질적인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 종교와 관련되어 있다니까 좀 불편하신지요? 뭐 책 제목에 이미 템플이 들어가 있으니까 감은 잡으셨겠지요. 저는 크리스쳔입니다. 그렇지만 이 저자는 어떻게 일상 속에서, 그의 택시 안에서 그의 종교를 삶에 실천하고 있는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 점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간혹 저는 어디 가서 제가 크리스쳔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대로 크리스쳔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내 단점을 알고 있으니까 조금씩 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문자는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합니다. 손님이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사실 돈 버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택시업계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삶의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직업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러니 월급 외에도 직업에서 무언가를 얻어내야만 합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정신적 성장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 볼 것입니다. 발전하고 나아가 께우침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삶이 나아가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삶이 보다 순조롭게 나아가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떻게 삶이 어딘가에 이르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려고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감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못 지나갑니다. 제게 부족한 부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에너지를 보충하듯 언더라인을 그어야 합니다. “삶에는 감사해야 할 것이 아주 많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해야합니다. 서로에게 감사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감사해야합니다. 만일 우리가 오롯이 혼자라면 오래 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감사해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원하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가진 것에 대한 감사는 잊고 맙니다. 욕심이고 집착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긴 하지만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감사는 집착의 반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