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지배 - 세계 금융사 이야기
니얼 퍼거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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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의 역사는 화폐의 역사와 호흡을 같이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금융사 이야기지만,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결국 금융이 개인을, 기업을, 나라와 세계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작년에 국내 금융계를 혼란시켰던 몇몇 저축은행의 사례처럼 개인 또는 집단이 있기도 하지만,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각기 다른 개인에게 돌아가는 만큼, 이 역시 금융의 악영향이기도 하다. 


“통화, 화폐, 금전, 주화, 재화, 재물, 자금. 명칭이 무엇이든 중요한 건 모두 돈이란 사실이다.”


저자는 모든 장대한 역사적 현상 이면에는 금융과 관련된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는 예술과 건축에 상당한 붐을 일으켰는데, 메디치 같은 이탈리아 은행가들이 동방의 산술 체계를 화폐에 적용해 재산을 모은 덕분이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공화국이 합스부르크 제국보다 우세했던 이유도 세계 최대의 은광을 얻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의 근대적 주식 시장에서 금융 혜택을 제공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고, 프랑스의 군주 정치는 혁명이라는 처방이 필요했는데, 스코틀랜드 출신의 살인자가 세계 최초로 주식 시장에 거품을 만들고 터뜨리면서 프랑스의 금융 제도를 만신창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880년대 세계 6위 부유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1980년대에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폐인 국가로 전락한 이유도, 채무 불이행과 통화 평가 절하 같은 자기 파괴적인 금융 실책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만약 인간의 사회에서 ‘화폐’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5년 전,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벗어난 콜롬비아의 한 지역에서 누칵마쿠 부족원들이 발견되었다. 전적으로 원숭이 사냥과 열매 채집에 의존해 살아온 이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개념 역시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점이 중요한 것 같다. 화폐가 사라지고, 금융 사회가 없어진다면 미래에 대한 개념 또한  없어진다는 것. 

수렵 채집 생활에 대해 토마스 홉스는 “고독하고 빈곤하며 불결한 데다 야만적이고 수명마저 짧다.”고 했다.

인류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근대 시기까지 살아남은 수렵 채집 부족들 대다수가 평화롭게 살지 않았다고 한다. 일례로, 에콰도르의 지바로 부족은 남성의 60퍼센트가 폭력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브라질의 야노마모 부족의 경우, 부족한 자원(식량과 가임여성)을 놓고 상업적으로 교환을 하기보다 서로 싸울 가능성이 더 높다. 수렵채집인은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급습해 빼앗는다. 그리고 식량을 발견하는 대로 바로 소비할 뿐 저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화폐가 필요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의 도움을 얻는다. 미래는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 업종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성인은 성인대로 그 활동 영역 안에서 많은 불가피한 일이 발생한다. 좀 다른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후 왕따와 학교 폭력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사한 상품이 있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개인적인 생각으론 ‘왕따 보험’ 상품이 개발되면 히트 예감이다. 우리 중 큰 사고 없이 인생을 헤쳐 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넘어지고 깨지며 다시 일어서서 가든가, 주저 않든가 둘중 하나이다. 


2005년 8월 마지막 주 미시시피 삼각주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들이닥쳤다. 처음에 태풍은 시속 225킬로미터로 울부짖으며 지역 일대의 목조 가옥을 날려 버리고는 콘크리트까지 쓸어 버렸다. 2시간 뒤에는 9미터 높이의 해일이,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의 범람을 막고자 쌓은 제방 세 군데를 무너뜨리더니 수백만 갤런에 달하는 물을 도시에 쏟아 부었다. 비운의 장소이자 비운의 날이었다. 

2년 후 세인트 버나드 페리시의 인구는 카트리나가 들이닥치기 전 인구의 3분의 1수준이었다. 대부분 보험이 걸림돌이었다. 현재 세인트버나드나 뉴올리언스의 다른 저지대에 사는 가구는 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부터 현대의 소액 금융에 이르기까지 금융사 전반을 다루면서 저자는 특별히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빈곤은 탐욕스러운 금융업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  두 번째, 평등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전 세계 금융시장 통합이 더욱 진척될수록 금융 지식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어디서든 기회가 보장되며, 금융적으로 무지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낙오될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세 번째, 금융위기의 시기와 강도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만큼 힘겨운 작업도 없다는 것.


“현재 금융세계는 지난 4000년간 이어 온 경제 신화의 산물이다. 화폐, 즉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관계가 구체화된 대상은 은행과 어음 교환소를 탄생시켜 차입과 대출 행위를 전례 없는 규모로 한곳에 모아 놓았다.  13세기부터는 정부 채권이 이자 지급을 증권화 했으며, 한편으로 채권 시장이 등장해 규율에 따라 거래되는 공개시장의 혜택을 누리게 했다. 

17세기부터는 기업 주식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팔았다. 18세기에는 보험 기금에 이어 연기금이 등장하여, 규모의 경제와 평균의 법칙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비한 금융적 보호 수단을 제공하였다. 19세기 이후에는 선물과 옵션이라는 더욱 세분화되고 세련된 형태의 금융증서들이 등장했다. 바로 파생상품의 출현이었다. 20세기부터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하여, 각 가계들이 차입을 높여 부동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부추겼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세계 경제가 정체에서 탐색, 전환 단계로 옮아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는 2012년 1월 4일 발표한 ‘2012년 국외 10대 트렌드(동향)'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침체와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로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각국은 정권 교체를 통해 다양한 경제ㆍ사회적 전환을 탐색하고, 글로벌 기업도 불황 타개를 위한 국면 전환 노력을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세계 60여국에서 굵직한 선거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즉, 각 나라마다 정권의 교체냐 굳히기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볼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의 큰 흐름은 정치의 방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더 악화되지 않고 부의 흐름이 낮은 곳으로도 흘러가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세계 금융사 이야기를 통해 화폐와 금융에 대한 인식과 시야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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