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대니 로드릭 지음, 제현주 옮김 / 북돋움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모티브를 머리말에 실었다.

“몇 년 전 라틴아메리카의 작은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재정부 장관을 만났는데, 그는 상세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여주면서 최근 경제 동향을 설명했다. (...)

그 나라와 재정부 장관은 국제 경제기구와 북미의 학계에서 말하는 개발 정책의 교훈을 잘 따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주 착실한 학생이었다. 경제에도 소위 ‘정의’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이 나라의 착실한 노력은 빠른 경제성장과 빈곤 퇴치라는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경제성장은 미미했고, 민간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저자 대니 로드릭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최우등으로 졸업했다는 소개 글은 좀 생뚱맞다.)프린스턴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사회과학연구회가 제정한 앨버트 하시먼 상의 첫 번째 수상자다. 세계화와 국제경제, 경제개발 및 정치경제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좋은 경제정책’과 이를 실행 할 수 있는 ‘좋은 정부’의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세계화는 너무 멀리 간 것인가?』『새로운 세계경제와 개발도상국』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성장과 제도 그리고 세계화라는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따르겠다고 한다.

첫째, 신고전주의(neoclassical) 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함.

둘째, 경험적 증거를 신중히 해석

셋째, 정부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넷째, 최적의 성장정책이란 대부분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다섯째, 우선순위와 정책의 순서를 정하고, 가장 크게 제약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선택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겸손해야한다.

경제학자가 국가정책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업적보다 개발도상국가에 끼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윈스턴 처칠이 경쟁자이자 그의 뒤를 이어 1945년 총리가 된 클레멘트 애틀리에게 “겸손한 사람, 하지만 겸손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은 사람”이라고 조롱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조롱을 뒤집어 말하자면, 경제학자들은 거만할 것도 별로 없으면서 거만한 인물들이란 것이다.


여러 나라의 경제성장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 대한 코멘트에 관심이 간다. “한국과 대만의 산업정책을 본다. 이들 국가의 정부는 기업과 상호 독립적 관계를 유지하라는 통상적인 권고를 거부하고 중점 산업분야의 민간투자를 적극적으로 조율하는 정책을 펼쳤다. 여기에서도 이러한 정책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경제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나는 과거에 1)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게 작용하여, 일정 규모에 도달해야만 수익을 거둘 수 있고, 2) 전후방 산업이 함께 발달 해야만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활동의 경우, 사적 투자수익이 사회적 수익 수준 아래로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필요한 초기투자가 매우 크기 때문에, 산업 육성을 통해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처음 투자한 기업가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작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정책은 사회적 수익성이 높은 투자를 촉진하는 조정기구로 여겨질 수 있다.” (1970년대 중반의 상황이다)


“경제성장을 위한 문제 진단 프레임워크는 모든 종류의 주요 개발전략을 포괄하며, 동시에 각각의 전략이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를 보여준다. 해이자금 조달 및 국내저축 증대로 자원의 유동화에 집중하는 전략은 투자수익률과 수익의 전유성이 높을 때에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시장자율화와 경제개방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은 투자의 사회적 수익률이 높고, 정부의 과도한 세금과 규제가 전유성을 제한하는 심각한 걸림돌일 때, 가장 효과가 크다. 산업정책을 강조하는 전략은 사적 수익이 정부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할 일 을 하지 않아서 문제일 때에만 유용한 전략이다.”


저자는 우리시대 경제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은 ‘개발’은 이루어지지만 ‘개발정책’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5년간, 일부 몹시 가난한 나라들에서 수억 명이 물질적 조건의 엄청난 진보를 맛보았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영향력 있는 다국적 기구 및 원조기관, 북미의 학자들과 북미에서 훈련받은 기술관료(technocrat)들이 이해하고 옹호하는 방식의 개발정책은 대체로 약속한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우리는 겉보기에 상충하는 두 가지 조류가 합류하는 지점에 서 있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정책에 얼마나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정부의 강력한 개입 없이는 빈곤 국가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오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개입해서 실패하면 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가 경제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느 쪽에도 친절하지 않았다. 수출대체, 기획경제, 국영기업 등의 정책이 일부 성공을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오랜 시간 뿌리를 내려 굳어져버리면, 실패와 위기를 불러왔다. 경제자율화와 시장개방은 수출산업 및 금융 산업, 숙련노동자에게 혜택을 선물했지만, 경제 전반의 성장률(노동생산성 및 총 요소 생산성의 측면에서)은 과거에 ‘나쁜’ 정책을 펼칠 때보다 오히려 낮은 경우가 많았다.


저자가 제안하는 10가지 산업정책 설계

1. 인센티브는 반드시 ‘새로운’ 활동에만 주어져야 한다.

2. 뚜렷한 기준점, 성공과 실패를 측정하는 척도가 있어야한다.

3. 지원책은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포함해야한다.

4. 공공지원은 특정 ‘산업’이 아니라, 특정 ‘활동’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5. 파급효과 및 전시효과를 낳을 만한, 잠재력 있는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6. 검증된 역량을 갖춘 기관이 산업정책의 실행권한을 가져야한다.

7. 실행기관은 결과의 최종 책임을 지는 최고위 정치지도자의 긴밀한 감독을 받으며 움직여야 한다.

8. 지원책을 실행하는 기관은 민간부문과 대화 창구를 열어두어야 한다.

9. ‘패자를 선택하는’ 실수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10. 산업정책 활동은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발견의 과정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인 ‘더 나은 세계화’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화의 규칙이 빈곤국에게 더 친화적이게 만드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지도자들은 자국의 특별 이익단체가 옹호하는 정책이 마치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을 위한 것인 양 꾸며대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선진국 자신이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지 기억한다면, 빈곤국에게 자율성을 허락하여 그들 고유의 전략을 통해 제도를 수립해가고 경제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개발도상국은 더 이상 금융시장과 다자간 기구가 경제성장의 해법을 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과제를 꼽자면, 경제학자들은 더 겸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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