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
린 맥타가트 지음, 진선미 옮김 / 허원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결론부터 이야기한다.  의사들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몰라서 못해주는 부분보다 역설적으로 너무 많이 알아서 못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진짜 모르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자존심 강한 의사라는 부류는 몰라도 모른다고 인정을 잘 안 한다. 그래서 스스로도 모르는 것이 없는 줄 착각한다.


이 책은 의사들이 별로 읽고 싶지 않다거나, 폄하서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기술이 아닌 인술(仁術)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일독(一讀)을 권하고 싶은 내용이다. 저자 린 맥타가트는 현대의학의 신념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한 저널리스트이다. 영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독자층을 확보한 건강전문잡지 〈What Doctors Don't Tell You〉의 편집인이며 발행인이다. 저자는 제도권 의학이나 대체의학이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좋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 의료인이 의학 관계 서적을 집필한다는 자체가 모험이다. 그 수많은 전문용어와 의학적 지식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하게 언급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내용은 의료인이 집필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내용의 깊이가 상당하다.


책은 전체적으로 6파트로 구분된다. 1)의료속의 거짓과학 - 현대의학의 비과학성을 고발한다. 2)인간에서 기계로 옮겨간 진단의학. 3)예방의학의 오류. 4)과잉치료의 진실 5)수술 만능주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6)자기조절을 통한 건강관리에서는 자가 치유의 신비를 소개한다.


이 책이 씌어진 것은 저자의 실제적인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한 때 좀 더 건강해져야겠다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 저자는 살아가면서 몇 차례의 걸쳐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살아가며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 상당히 오랫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주위 사람들의 죽음, 본인의 결혼, 이혼, 실직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머리칼도 자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날로 쇠잔해져갔다. 수 없이 많은 질병들(가히 종합병원이라는 말을 붙일법한)을 치료하기 위해 기본의학은 물론 “급기야 영양사, 동종요법사와 같은 주변의료를 거쳐 결국에는 호흡전문가에서 기전문가와 같은 의료의 가장자리까지 다녀보았다”


“처음 발병한 후 몇 해가 흐른 1987년 여름에는 절망이 나를 덮쳤다. 정확한 진단을 모른 채 오랫동안 몸이 아플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지 않거나 내가 호소하는 증상이 꾸며낸 것이며, 애들처럼 관심을 끌어보려는 태도라는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내심이 필요한 나라에서는 암이나 한센병처럼 어려운 병이 아니라면 병을 안고 살아갈 방법을 배우거나 문제가 있어도 불평하지 말고 조용히 사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저자는 본인의 병이 불치병이 아니라, 치료의 방법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장기간의 스트레스가 축적되면서 면역체계가 무너져서 온 병.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물질들이 매일 내 몸을 오염시키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식습관도 엉망이었고 여러 가지 영양소가 부족했었다.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한동안 잘 견딜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약과 특별히 엄선한 식품보조제 한 보따리를 먹고 나서야 나는 신선하고 가공하지 않은 치료용 식사를 조금씩 하게 되었다. 치료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세탁소 주인이 내게 피부 관리를 받았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나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후에도 상당한 시간을 몸을 회복시키는데 보내야했다. “치료 기간 동안에 나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으며 과학과 치유의 기술은 물론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내가 알게 된 사실은 환자가 자신의 치료와 관련된 결정을 할 때 스스로하고 환자 스스로 책임감을 가질 때 더 잘 회복되는 것 같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되고 함께 책임질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될 수 있었다. 나는 약이나 수술 없이 단지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였다. 치유란 올바른 약과 수술방법을 찾아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자신의 생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복잡한 과정이다.” “의료는 과학적 근거나 상식이 아니라 맹목적인 신념에 너무나도 많이 의존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 ‘자기 조절을 통한 건강관리’는 건강과 의료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물론 의사들 중에서도 현대 의학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비판하면서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영양의학의 적절한 운용은 부작용이 없으면서 인체의 균형감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부와 권력을 쥔 자들은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민감하다. 제약회사와 상업적 의사그룹, 정부관료 들의 마피아적 결속감은 때로 희극적인 비극(?)을 연출한다.

“정부기구들은 영양의학을 범죄 비슷하게 취급한다. 1993년 5월, 워싱턴주 켄트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미국 식품의약청 소속 직원들이 총을 겨냥한 경찰의 엄호를 받으며 영양치료사 조나단 라이트 박사의 클리닉을 포위했다. 그들은 노크도 하지 않고 한 사람이 마치 코만도처럼 문을 발로 차며 들어가는 것을 신호로 사방의 출입구를 강제로 열며 무장경찰과 단속 직원들이 클리닉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라이트 박사의 죄명은 비타민 주사제 사용이었다.”


비타민과 식품은 예방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질병의 발생에도 식품이 어떤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유방암 전문의 마이클 바움 박사는 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래에는 암으로 진단받는 즉시 모든 암세포들을 대포를 쏴 몰아내어 해결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 신체의 자연방어기전을 조절하여 역학적 균형을 이루어 질병을 치유하는 좀 더 정교한 방식이 될 것이다.”

저자의 다음 말은 우리가 의사 앞에서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환자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의사에게 무언가를 질문하면 그의 권위를 해치는 행위며 매우 무례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의 이와 같은 특수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당신이 배관공이나 목수에게 집수리를 부탁하며 무례한 일인 것 같아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소극적인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의사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시술을 제안할 때 우리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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