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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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책은 자신이 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감성에는 지적인 자극이 반드시 필요하다. 삶이라는 감각을 질료로 하여 지적인 자극 끝에 감성이 만들어진다.”

원초적인 질문을 해본다. 책은 왜 읽는가?
저자의 말을 옮겨본다. “책은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책은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그것은 고착되는 법이 없이 살아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서 호흡하며 몸을 뒤척이고 있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책이 주는 균형 감각이다. 한 두 권의 책을 읽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책을 섭렵하고 얻은 지식은 지혜가 되어 삶을 보는 균형감각을 준다. 여기에서 말 그대로 건전한 비판의식이 싹튼다. 또한 고전이나 문학작품은 조악한 이론이 보여주지 못하는 삶의 진경들을 펼쳐 보인다. 이것은 사이비 이론, 남이 불러준 이론, 한두 권의 책에 치우친 이론을 ‘물리치는 독서’를 가능케 해준다.”
이 말엔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는 다른 북 리뷰에서 독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좀 덜 잘못하고, 덜 후회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삶을 책에서 배우고 있다.”

저자 정은숙은 대단한 책 마니아이다.
26년차에 이른 편집자이자 〈마음산책〉대표.  전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1985년 편집자로 출판계에 입문했으며, 2000년〈마음산책〉을 창업하여 오늘까지 책에 대한 고민과 사랑을 껴안고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책이 지닌 아우라를 극대화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정보전달의 효능은 최대화하면서도 그 모양새와 품위를 다시 보게 되는 책을 펴내려고 애쓰고 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책을 읽는 작업의 연장이다. 원고를 읽으며 완성될 책의 형태를 꿈꾸듯, 세상의 책들을 읽으며 새로운 삶을 꿈꾸었다. 책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운명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이렇듯 책 모서리를 접고 포스트잇을 끊임없이 붙인결과, 『책 사용법』 을 쓰기에 이르렀다.

1992년〈작가세계〉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후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1994), 『나만의 것』(1999)과 편집자 세계를 그린 『편집자 분투기』(2004)를 펴냈다.  

우린 보통 ~사용법, 매뉴얼에 무관심한 편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신기한 제품이 아닌 이상 잘 읽지도 않거니와, 정작 필요해서 찾으려면 그땐 어디다 두었나? 찾느라고 법석이다. 이 책의 제목은 책 사용법이다. 책을 사용하기 위해선 책이 곁에 있어야한다. 책도 없고, 안 읽어도 사는데 별 지장 없으니 책 사용법도 필요 없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우선 책 사용법을 한 번 읽어보자. 그리고 책과 친구해보자.
“이 책에서 나는 책의 사용에 대한 많은 길들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를 많이 삽입하여 독자가 직접 그 책들을 찾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 과정에서 어슴푸레 우리 책읽기의 외연을 넓힐 수 있기를 감히 꿈꿔본다. 나는 이 책읽기를 통해, 또 책을 사용하면서 얻은 많은 진실을 전해보려고 행간에 꿈을 싣는다.”

책의 기능이라는 타이틀 글들 중 ‘치유로서의 책’에선 저자가 무엇이라고 하나 들어본다.
“책이 병을 낫게 한다. 나는 주위에서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을 몇 보았다. 어느 직장인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대도시를 떠나 지방에 정착하고 긴 시간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노자’를 읽기 시작했는데, 신통하게도 그 많은 병들이 말끔히 나았다고 한다. 맑은 공기와 성큼 가까워진 대자연도 분명 큰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나는 그가 절박한 심정으로 읽은 ‘노자’가 마음에서 싹튼 병을 낫게 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 자신 또한 이렇게 믿고 있다.”

“현실의 두꺼운 벽을 느낄 때마다 나는 책을 펴든다. 현실 도피? 아마 그런 점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고 많은 현실 도피 방법보다 더 쉽고 또 현실 복귀도 빠르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책을 잘 읽기 위한 계명’ 중 하나를 옮겨본다.
“책읽기의 멘토로서 고전만 한 책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고전을 읽지 않고 독서의 기초를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건조한 현실을 위한 책들을 의무적으로 봐야 했을 때 나는 그 책읽기가 끝나자마자 고전을 펴들어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즉 책으로 책을 해독하는 행위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런 고전 읽기를 통해 나는 책읽기의 상위한 층위들을 파악하면서 또 다른 책읽기의 차원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 책에 대한『로쟈의 인문학 서재』이현우의 짧은 글이 책 뒤표지에 실려 있다.
“인생은 짧고 책은 너무 많다. 거의 무한이다. 책에 대한 사랑은 덩달아 무한한 사랑이고 무한에 이르는 사랑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랜 세월동안 ‘꼬깃꼬깃’ 품어온 책 사랑이 다림질을 해놓은 것처럼 단정하게 펼쳐져 있다. 알맞게 재단해놓지 않았다면 무한히 펼쳐졌을 사랑이다. 아마도 기침만큼이나 숨길 수 없는 사랑이었으리라.
하여 『책 사용법』을 『책 사랑법』으로 고쳐 읽는다. 연애에도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이 바로 그런 가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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