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다시 가고 싶은 장소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장소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오두막은 소설의 주인공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안겨 준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처를 치유시켜 주는 회복의 장소로 바꿔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이가 오두막에서 하나님과 함께 주말을 보냈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의심을 품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기 바로 그 오두막이 있다.”


주인공 맥을 만나볼까요? 맥은 중서부의 농장지대에서 자랐습니다. 맥의 아버지는 대단히 엄격한 교회장로였지만, 아이러니하게 남몰래 술을 퍼마시는 알코올중독자이기도 했죠. 차라리 만취해서 기분 좋게 잠들었으면 가정의 평화라도 유지될 텐데, 아내를 폭행하고 나중에 하나님께 용서를 비는 술주정뱅이입니다. 그 폭력에선 맥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심하게 구타를 당한 13살 때 가출을 단행합니다.


심리치료 중 역점을 두는 것이 ‘어렸을 때 입은 마음의 상처’입니다. 그 상처는 성장과정 중 또는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괴롭히는 깊은 원인입니다. 맥 역시 젊었을 때 자신의 아픔을 감추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다소 거침없이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쏟아내는 경우도 잦았다고 하는군요.


맥의 아내 낸은 불치의 종양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로서 상당히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맥과 낸 사이엔 다섯 아이가 있었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맥이 혼자 집에 있던 어느 날. 때아니게 얼음 폭풍이 몰아치던 봄날. 문을 나선 후 빙판길에 넘어지고 머리를 다치면서 열어 본 우편함이 이 책의 프롤로그가 됩니다.

봉투 안엔 달랑 네모난 작은 쪽지 한 장 뿐이었습니다.



맥켄지(맥의 본명),

오래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갈 예정이니까

같이 있고 싶다면 찾아와요.

- 파파


발신인 파파는 누구인가? 파파는 맥이 그의 아내와 함께 부르는 하나님의 애칭이기도 합니다. 오두막이야기를 위해선 그들의 막내딸 멜리사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미시라고 부르는 멜리사. 미시는 어느 해 여름, 맥이 아이들을 데리고 야영 중이었을 때 실종이 되었습니다. 경찰은 물론 과학수사반까지 투입된 수색과정에서도 미시를 못 찾았죠. 결국 산 속 깊은 오두막에서 미시의 피 묻은 원피스를 발견함에 따라 그동안 수사관들이 뒤를 쫒던 어린이 유괴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나, 범인을 못 잡은 연유로 사건은 미결로 처리됩니다.


그 사건 이후로 맥은 물론 그의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청된 장소는 바로 그 오두막이었습니다. 사건 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었죠. 초청장을 받고 갈등하던 맥은 드디어 혼자서 그 오두막을 찾게 됩니다. 힘들게 오두막 문을 연후에 맥은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님만 계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과 성령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삼위일체. 아마도 삼위일체를 이렇게 쉽고도, 친근감 있게 그려 보인 책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맥은 이런 설명을 듣습니다.“세 신 이 아니라, 세 속성을 가진 하나의 신이죠.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노동자인 한 사람처럼 말 이예요. 나는 하나의 하나님이고 또한 세 인격이며, 이 셋은 전적으로 하나죠.”


“당신이 우리(삼위일체)중 하나와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 모두가 나누는 것.

우리가 이 땅에 머물기로 한 것은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그것을 존중하기 위한 선택.”


“관계란 결코 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제한하고 봉사하겠다고 선택하는 것도 권력으로 향하는 의지를 피하는 한 방법.”


정원에서 가지정리 하는 일을 돕던 맥은 하나님께 질문한다.

“도대체 독성이 있는 식물은 왜 만든 거죠?”

“당신의 질문은 독이 나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또 그런 창조에는 목적이 없다고 여기고 있죠. 소위 나쁜 식물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치유력이 뛰어나거나 다른 것과 혼합되어 특별한 효력을 발휘하지요. 인간들은 진실로 알지도 못하면서 선하거나 악하다고 단정 짓는 대단한 재주가 있어요.”


이 책의 장점은 여타 신앙서적과 달리 주인공이 성부, 성자, 성신과 대화의 형식을 빌려 크리스쳔의 신앙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하는 점입니다. 또한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는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책의 전편을 통해 특히 내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 부분은 ‘용서’입니다.


맥은 그의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살인범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삼위일체)과의 대화를 통해 치유법을 찾습니다.


예수님은 용서에 대해 맥에게 이렇게 이해시킵니다.

‘용서는 내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했던 사람, 아니 그 이상의 해악을 끼친 사람을 하나님께 놓아주고, 하나님이 그를 속죄하게 한다는 의미. 즉, 하나님이 간섭하시도록 하나님께 맡기는 것’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은 잊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용서는 잊는다는 것과 다르다고 합니다. 즉, 용서는 다른 사람의 목을 놓아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네가 용서하길 바란다. 용서란 너를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야. 또한 완전히 터놓고 사랑할 수 있는 너의 능력과 기쁨을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지. 지금껏 그 사람이 네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고통당했는지 신경이라도 썼을까? 오히려 고소해하면서 잘 살아갔겠지. 그걸 끊어버리고 싶지 않아? 너는 그 사람이 알게 모르게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내려놓게 할 수 있어. 어떤 사람은 용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한다는 의미야.”


윌리엄 폴 영은 누구인가?

캐나다 태생인 영은 부모가 선교사로 활동하던 뉴기니에서 자랐습니다. 그곳 원주민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영에게도 ‘오두막’은 모든 비밀, 아픔, 치욕적 기억들을 묻어주는 마음 속 깊은 곳을 상징합니다.


작가 영은 그의 여섯 자녀들에게 줄 선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005년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15권을 복사본으로 돌렸던 그는 그들의 강한 권유에 못 이겨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퇴짜를 맞았죠. 결국 영은 평소 친분이 있던 목사 두 사람과 함께 2007년 직접 책을 출간하게 됩니다.

단지 입소문과 웹사이트 광고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700만부 이상 팔렸습니다. 이 책은 내가 갖고 있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2008년 여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현재 49주 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국내 번역본 출판사인 ‘세계사’에선 2009년 3월 이후 초판 60쇄를 발행했습니다.

읽고 나서 내 주변 사람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땅에서도 매면 하늘에서도 매인다지요. 용서를 하지 못해, 용서를 받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무겁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랑하는 내 이웃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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