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석의 진짜인생>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태석의 진짜인생 - 세계 최고의 '위폐감별 전문가'
서태석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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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99% 비슷해도 비슷한 것은 가짜라고 한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가짜 이야기 중 압권은 ‘국새의혹’이다.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그 일에 연루된 사람들 중에서 진짜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국새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고 제 발로 찾아온 사람. 그래서 이를 심사하던 여성 한 분은 아무래도 못 믿을 사람 같아 보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다른 사람 눈에는 진짜로 보였던 모양이다. 현재까지 밝혀진바로는 국새 제조에 관한 원천기술은 없고, 미아리 뒷산에서 굴을 파놓고 주물연습을 했다고 밝혀진 이 분. 진짜 가짜?

달러 이야기를 해본다. 아무리 국제 정세나 미국의 경제 사정이 예전 같지 않아 달러의 인기가 좀 시들해졌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달러는 여전히 매혹적인 존재이다.
가치가 없는 것은 가짜도 없다. 가짜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다.
즉, 가짜를 만들어서 유통시켰을 때 그만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달러 한 장을 만들 때 액면가의 약 30%의 제작비가 들어간다고 한다. 위조지폐는 그보다 적은 투자로 진짜행세를 하려니 노련한 전문가의 눈에는 걸릴 수밖에 없다.

위폐감별 전문가 서태석 님의 걸어온 길, 살아온 나날들을 접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다.

- 뚜렷한 목표의식
저자는 이력서에 채울 내용이 중학교 중퇴와 카투사 경리경력이  전부였지만, 목표는 은행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60년대 중반 당시 은행은 대학 졸업장을 가진 이들과 명문상고 출신이나 들어 갈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접지 않고 계속 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결국 집요한 노력 덕분에 일용직으로 입사하고 난 이후 그의 성실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세계최고의 위폐감별사라는 호칭을 받게 된다.

“무엇이 진짜 인생이고 무엇이 가짜 인생인지 정답을 찾기가 곤란하다. 그러나 어차피 완벽하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이것은 평범한 진리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이다. 완벽한 인생은 없지만 ‘온전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책은 진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짜 인생에 대해 숙고하고 몸소 모범이 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좀 더 근사해지지 않을까?

저자는 직장 (외환은행)에서 40년 동안 재직하면서 단 한 차례도 실수한 적이 없다고 한다. 가짜를 진짜라고 하거나, 진짜를 가짜라고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전문가 소리를 들어야하지 않겠는가?

저자가 은행에 입사하게 된 계기를 스스로 이렇게 표현한다.

혹시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도끼를 가지고 있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가 가진 도끼는 화려한 금도끼도 날카로운 은도끼도 아닌 투박하고 오래된 도끼입니다.”

저자가 현직에 있으면서 이뤄낸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지만, 1981년에 발생한 위조미화 200만 불 사건을 밝혀낸 것이 저자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청백 봉사상 수상, 금융 분야의 신지식인상을 받음으로 공식적으로도 인정받기도 했다. 또한 세계각지를 다니면서 위폐감별에 대한 교육, 특강, 세미나 등을 주관할 수 있는 것은 저자가 그의 일을 사랑하고, 투자하고, 인내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입사 초기에 넉넉하지 않은 급여에서 자비를 털어 화폐사진을 찍어 앨범과 슬라이드에 정리를 해놓고 계속 공부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한 사람의 장인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TV에서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이다. 처음에는 재미로 보기 시작했으나, 이젠 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이 더욱 겸손해진다. 한 분야에 30년 경력이면 ‘달인’소리를 듣고도 남아야 할 텐데, 나는 과연 ‘달인’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까? 자문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저자를 TV, 신문, 잡지 등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잘 선정해서 외길 한 평생 큰 족적을 남기고 후배에게 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는 모습 앞에 더욱 고개가 숙여진다.

- 스트레스도 힘이 된다.
부족한 학력으로 은행에 입사해서 받은 스트레스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입사초기에 저자의 능력은 독특하면서도 뛰어났지만, 다른 직원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마치 있어도 없는 듯 한 존재.  투명인간 같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전에서 모욕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일을 너무나 사랑했고, 그의 일 속에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저자는 스트레스도 힘이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신체와 정신에 활력을 준다. 또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그 사람을 단련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티베트의 승려들은 화(禍)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힘이 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불순물이 함유되지 않은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하듯이, 완전 이완된 근육은 근무력증 상태가 되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어진다. 따라서 근육의 적당한 긴장상태가 평소 우리 몸의 건강한 자세를 잡아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럴 경우에 적당한 긴장이라는 말은 곧, 적당한 스트레스로 환언된다.

저자는 특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무척이나 괴롭고 힘들었다고 한다. 어디 이 문제가 저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인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는 이 스트레스를 잘 다루고 있다. 저자가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근무를 계속하면서 후임자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단다.
‘현직에 있을 때는 그토록 겸손하던 사람들이 내가 인사고과를 하지 않으니 저렇게 변하는구나.’ 불쾌하다 못해 맥이 빠졌지만 곧 마음을 다잡으면서 자신을 다독인다. 자기 자신이  아닌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혹은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스트레스가 어디에서 오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는 오히려 당신을 성숙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40년간 직장 생활 중 인간관계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누가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닌 서로 손을 맞잡고 화합하며 나아가는 상황을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다.

- 두 손을 모두 담가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커다란 업적을 이룬 사람이나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일찌감치 목표를 정했다.
둘째, 대충이란 없다.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살짝 담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손, 두 발 다 담가 매진했다.
저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속에 나타나셔서 해 주신 말씀을 가슴에 담고 살았고, 실천했다. 

어머니께서 영천 장에서 사왔다며 황금색 붕어를 기분 좋게 들어 보이는 꿈을 꾸었다.
“이렇게 예쁜 걸 어디서 사셨어요?”
나는 금붕어가 너무 예뻐서 가만히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았다. 아얏! 그 순간 금붕어가 내 뺨을 탁, 소리 나게 쏘았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희미하게 웃으셨다.
“아가, 두 손을 다 담가라.
그래서 어디 붕어가 잡히겠니?”   
뺨은 쓰라렸고 귓가에는 어머니의 음성이 맴돌았다. 나는 울상을 짓다가 자리에서 퍼뜩 일어났다. 꿈이었다. 그러나 꿈속의 물결과 황금색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아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0만 불 사건이 밝혀졌고 나는 오랜 시간 방황하며 마음고생을 한 끝에 꿈에 그리던 정식행원이 되었다.


지금도 그리하시지만, 참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다.
나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과연 이 분처럼 나의 후손, 후배들에게 내가 걸어온 길을 자신 있게 밝히고, 확신을 갖고 해 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니 다시 한 번 부끄럽다. 그러나 내게 아직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남아있다고 믿고 나 역시 두 손, 두 발 다 담그고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다짐해본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로 끝내기엔 인생이 너무 아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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