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를 찾아서
하나 미쉘 지음, 이윤정 옮김 / 정은문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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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를 찾아서 》_하나 미쉘(지은이), 이윤정(옮긴이) / 정은문고(2026-07-30)

              원제 : Excav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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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통해 작성한 리뷰 〉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에는 언제든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자연적 재해는 어쩔 수가 없었다는 변명이 나온다. 그러나 그 내면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인재(人災)인 경우가 많다. 하물며 인재로 시작해서 인재로 끝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서울시내 강남요지에 자리 잡은 ‘대망타워’라는 고층 건물이 붕괴되었다. 당연히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사회적 시선은 타워를 건축한 태한그룹에 쏠린다. 태한그룹은 해외 각지에서도 건설수주를 맡고 있는 대형그룹이다. 모든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나리오는 정해져있다. 아직 정확한 책임 소재가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사과하고 나서면, 회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늘 그랬듯이 책임 떠넘기기와 꼬리 자르기가 시작된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재’는 사람이름이다. 그의 아내 이름은 ‘새’다. 두 사람은 캠퍼스커플이다. 새는 시위에 나갔다가 재를 만났다. 시위는 전두환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소규모 집회로 시작됐지만 순식간에 전국 대학 캠퍼스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시위 현장에는 헬기까지 투입되었다, 최루탄 연기를 피해 도망치던 새는 한 남학생이 책상 위로 몸을 숙이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바깥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존재감에 잠시 당혹스러웠지만, 그 남학생에게 다가가서 얼른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경찰이 들이닥쳤어요” 그러자 그 학생이 답하길 “시험공부 해야 해요” 그가 재였다(그런 재가 나중에 열심 운동권 학생이 된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부부가 된다.



새는 두 아이와 함께 집에서 재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보채지만, 재가 오면 같이 먹으려고 아이들을 달랜다. 1992년이다. 삐삐만 들여다보고 있다. 새는 대망타워가 붕괴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파트 두 층 위에 사는 여인이 찾아와서 알려주는 바람에 알았다. 엔지니어인 재는 최근 몇 주째 대망타워 공사 현장에 매여 있었다. 그 시간 이후부터 새는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정신줄을 놓지 않고 남편 재를 찾는 일에 몰두한다. ‘재를 찾아서’ 집을 나선다.



타워가 무너지고 태한그룹은 재가 근무했던 L&S 라는 회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다. 재가 다니던 회사는 실적도 별로 없는 하청업체일 뿐이다. 책임 떠넘기기다. 소설의 도입부분은 이 정도지만, 새가 재를 찾아나서는 과정 중에 드러나는 사실들에 씨줄과 날줄이 엮어진 것처럼 감춰져있던 그림들이 드러난다. 붕괴된 타워의 실체는 물론 그 주변 인물들이 묘하게 얽혀있다. 재벌과 정치권의 공생관계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현대적’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탐욕과 그 그늘에서 희생당하는 민중에 대한 고발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 하나 미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작가는 영국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전공했다. 현재 남편, 자녀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거주한다. 작가는 한국에서 생활했을 때,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과 최루탄 연기를 기억한다. 그리고 이 소설의 모티브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다. 작가는 한국이나 외국에서도 온전히 인정을 못 받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다. 그 애정은 때로 분노로 바뀐다. 한국을 떠나 압축 성장 뒤에 숨겨진 보통사람들의 막대한 희생에 가슴을 아파한다. 가까운 곳에서 본다고 모든 것을 잘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새가 재와 부부의 연으로 여러 해를 함께 살았지만, 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오히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선에서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 작가의 차기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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