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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ㅣ 바일라 27
이병승 지음 / 서유재 / 2026년 5월
평점 :
《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 | 바일라 27
_이병승(지은이) / 서유재(2026-05-27)
당연히 책의 역사보다는 짧겠지만, 금서(禁書)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금서로 묶이는가? 어떤 인물들이 정권의 자리에 앉아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금서로 묶는 동기와 기준, 방식도 시대와 국가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가장 엄격하게(또는 가혹하게)적용되는 경우는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념과 이익에 대해 도전하는 내용이 담겨있을 때다. 따라서 금서는 독재의 역사와 같이 진행된다.
이 책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금서(禁書)’이다. 소설의 무대는 한국이지만, 그 시기는 지난 한국현대사의 일부분의 분위기도 갖고 있으면서, 다분히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분열을 막는 것이 평화롭고 번영된 국가라는 독재적 사상을 가진 자가 대통령이다. 그래서 정부에선, 국가의 안정과 사회 통합을 위협하는 불온한 사상 및 표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인공지능 심의 시스템〈아르고스〉를 개발했다.〈아르고스〉는 종교, 사상, 학문, 예술, 방송, 언론, 출판 등 사회 모든 분야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정부에서 지정한 금서 목록을 보면, 이미 인류문화사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던 작가나 작품들도 눈에 띈다. 조지 오웰의 『1984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리블』등등이 있다. 영화도 두 편 포함된다. 〈매트릭스〉 와 〈트루먼 쇼〉가 시청금지가 된 이유는 우리가 사는 시스템이 가짜 혹은 조작된 것이라는 서사가 정부가 구축한 안정적인 질서를 부정하게 한다나 어쩐다나. 소설의 사회적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불온으로 묶어 놓은 작품들을 옮겨봤다.
“사람은 때때로 그릇된 신념을 갖기도 해. 그 신념을 가진 자가 권력도 함께 가졌을 때 이런 세상이 만들어지는 거지.”
억압하는 쪽이 있으면 당연히 반대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리스크가 많다. 이미 AI 검열법을 위반했다는 죄로 18년 형을 선고받고 구금되어있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금서클럽’이 지하 조직되어 활동한다. 그들은 모여서 금서를 읽고 토론한다. 금서에 진실이 담겨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모였다. 목숨 걸고 모이는 금서클럽 모임 멤버들의 면모가 다채롭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빠가 살아서 감옥에 갇혀있다(18년 형)는 사실을 알게 된 초월(한 번 본 것은 마치 스캐닝하듯이 기억하는 천부적 재능이 있다)과 검열법에 반대하다 해직기자가 된 황해, 대통령의 숨겨진 딸 지영(뒤늦게 알았지만), 막강권력 사이버 수사대 김현진 국장의 아들 준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섞여있다. 은밀한 모임인지라 서로를 향한 긴장감을 늦출 수도 없다. 그러던 차에 ‘금서클럽’ 모임에 대한 정보가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정부에선 강력한 와해, 체포 작전이 벌어진다. 그들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정부는 검열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소설의 가독성이 좋다. 템포가 빠르다. 긴장감이 있다.
“금서에는 진리와 지혜가 담겨있다.”
금서는 걸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위정자들이 보기에 (민중들이 의식화될 가능성이 많은) 위험한 사상이 담겨있다고 생각되면 모두 금서로 묶었다. 그러나 그 위험한 사상들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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