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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8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6월
평점 :
《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 | 소담 클래식 8
_표도르 도스토옙스키(지은이), 이은연(옮긴이)
/ (주)태일소담출판사(2026-06-26)
도스토옙스키의 단편 세 편이 담겨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책형 외톨이라는 점이다. 8년 동안이나 페테르부르크에 살고 있지만 거의 한 사람과도 사귀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산책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당신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당신을 알고 있다”라는 말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만나는 한 노인과는 거의 친구가 될 뻔했다. 서로 인사를 나눌까 말까 망설이다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과 대화를 못 나누는 대신에 늘 그 자리에 잘 있는 건물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청년은 낮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밤이 더 좋다. 인적 없는 곳을 거닐면서 노래를 흥얼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운하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한다. 찬찬히 그 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자니 그 여인이 울고 있는 듯했다. 까닭모를 연민과 호기심이 마음을 뒤 흔든다. 순간 불쑥 일어난 어떤 상황에 의해 여인이 비명을 지르고, 청년의 몸이 먼저 반응해서 그 여인을 위기상황에서 구해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찌됐던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여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떠나간 후 소식이 없는 누군가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청년이 한껏 용기를 내서 사귀자고 고백한다. 그러나 여인의 대답은 단호하다. “친구라면 언제든 좋지만, 절대 사랑은 안 됩니다.” 그러나 몇 번 더 만나면서 그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진다. 청년의 틈새 공략이 성공하려던 찰나, 여인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 남자가 돌아왔다. 여인은 누굴 선택할 것인가? 젊은 남녀 간의 심리묘사가 아주 잘 그려져 있다. _「백야」
두 번째 단편은 블랙코미디 같다. 조금 각색해서 무대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얼떨결에 잘 못 들어간 남의 여인의 집에서 그 집 남편이 돌아오자 급히 숨다보니 침대 밑이다. 그러나 B라는 남자가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니, 웬걸 A라는 다른 남자가 있다. 서로 놀랜 두 사람은 그 상황에서 티격태격 싸운다.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침대 밑보다는 관객만 볼 수 있는 옷장으로 바꾸면 될 듯하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두 남자가 주인공이다. 질투심은 의처증으로 바뀌고 있다. 단편의 제목도 흥미롭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 ‘남의 아내’는 침대 밑 두 사람의 관점이고, 침대 밑 사나이는 그 집의 가족 또는 독자의 시선이다.
세 번째. “아직 마르지 않은 찬 이슬을 머금고 아침 첫 햇살에 막 봉오리를 터뜨린 붉고 향기로운 신선한 아침 장미 같은 그녀의 싱그러운 입가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11살 소년의 묘사치고는 조숙하다. 어찌어찌 모스크바 근교의 시골에 사는 T씨라는 친척 집에 머물게 된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세 작품 중에서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다. 파티가 열렸다. 50명 또는 그 이상의 손님들이 몰려와있다. 집주인은 가능한 한 빨리 막대한 재산을 탕진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은 사람처럼 재산을 낭비하고 있었다(얼마 안가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소년은 그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두 여인(두 사람 다 유부녀이다)에게 시선과 마음이 빼앗겼다. 약간의 관종기와 장난기가 있는 금발의 여인과 우수에 잠겨있는 시간이 많은 M부인. 도스토옙스키는 소년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잘 그려주고 있다. 욕망, 갈등, 자만심 등등 혼자 있을 때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을 인간 심성들이 무리 속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_「첫사랑」 그 사랑의 감정은 소년 혼자만 느끼는 것이었다. “나는 온 몸을 풀잎처럼 떨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고 나의 최초의 자각, 내면의 발견, 내 본성의 아직 분명치 않은 통찰에 자유롭게 몸을 맡겼다. 나의 첫 유년기는 이 순간과 더불어 종말을 고했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단편들은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세계로 들어가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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