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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패러다임, 법 - 규칙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로레인 대스턴 지음, 홍성욱.황정하 옮김 / 까치 / 2025년 1월
평점 :
〈 Book Review 〉
《 알고리즘, 패러다임, 법 》- 규칙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_로레인 대스턴 / 까치
1556년 영국 실용수학자 레너드 디기스는 토지 측량자들에게 직각기(直角器)사용법을 가르치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몸과 목을 바로 세우고, 발을 모으고, 양손은 크게 움직이지 말고, 한쪽 눈은 감고, 항상 양발 중간에 몸을 위치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1687년 런던의 찰스 코튼이 경주 전에 말을 어떻게 채비시켜야 할지를 설명하는 내용도 있다. “온화하게 말을 이끌고 경기장으로 가서 다른 말들의 배설물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하여, 말이 길을 가면서 자신의 몸을 비우고 싶어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인간의 역사만큼 규칙의 역사도 함께 해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칙이 문서화가 되기 전엔 묵계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규칙은 양면성이 있다. 규칙 덕분에 인간의 삶이 사회구조 속에서 안녕을 누릴 수 있지만, 규칙을 지키기 위해선 내가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또한 규칙은 매너가 되고 문화가 된다. 현시대에 들어서 고약한 단어 중에 ‘관례’가 있다. 좋은 의미의 관례도 있지만, 불의한 방법도 관례로 퉁치고 지나가려는 마음은 용납하기 힘들다.
이 책의 지은이 로레인 대스턴은 미국의 과학사학자이다. 토머스 쿤 이후 과학사학계를 이끌어온 세계적인 학자로 소개된다. “이 책은 규칙이라는 방대한 주제에 관한 짧은 책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그러나 이 책이 결코 짧은 책은 아니다. 지은이가 이 책에 담고 싶은 내용이 더 많았지만, 추리고 추려서 핵심만 담았다고 이해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규칙에는 세 가지 주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측정 및 계산의 도구, 모델 혹은 패러다임, 그리고 법(法)이 그 세 가지이다. 책은 서론이 포함된 8개의 챕터와 에필로그로 편집되었다. 서론은 ‘규칙의 숨겨진 역사’로 시작된다. 2~3장은 고대부터 18세기까지 규칙이 어떻게 유연한 모델로 기능했는지를 재구성한다. 제4~5장은 고대부터 알고리즘과 기계적 계산이 부상한 19~20세기까지 계산 알고리즘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조명한다. 제6~7장에선 13~18세기의 핵심적인 규제로 존재하던 가장 세부적인 규정들과, 위엄 있는 자연법이나 자연법칙 같은 가장 일반적인 규칙을 대조한다. 제8장은 완고한 예외에 직면한 도덕적, 법적, 정치적 규칙이 16~20세기에 걸쳐 어떻게 곡해되고 파괴되었는지를 설명한다.
COVID-19로 야기된 팬데믹 시기엔 많은 새로운 규칙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식과 상황이 바이러스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상태를 맞이하면서 규칙들이 그 변화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규칙이 위배(違背)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규칙의 적은 규칙이 부과하는 제한 때문에 종종 고난에 처한다. 분별은 모든 면에서 부정되고, 새롭고 더 나은 업무방식은 관료주의로 인해 묵살되며, 실제 기계가 시행하는 기계적 규칙은 인간과 상황의 자연스러운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알고리즘, 패러다임, 법을 타이틀로 했지만, 인류행위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역사덕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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