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 영화 한 컷과 맥주 한 모금의 만남
김효정 지음 / 싱긋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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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 - 영화 한 컷과 맥주 한 모금의 만남

_김효정 / 싱긋



“맥주는 늘 운명처럼 예기치 않은 공간을, 영화를 소환한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는 촉망받는 은행 부지점장이었지만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종신형으로 쇼생크교도소에 수감된다. 침울해하던 앤디는 교도소 내에서도 바깥세상의 모든 물건을 구해주는 레드(모건 프리먼)와 친해지면서 교도소 생활에 점차 적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앤디의 전 직업을 알게 된 간수장은 본인이 모아놓은 검은돈의 탈세를 맡기고, 마침내는 그의 전용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앤디는 큰 건을 해결할 때마다 대가를 요구했는데, 그중 하나는 감옥 동료들에게 맥주 한 박스를 공수해주는 것이었다. 드디어 뙤약볕이 피부를 뚫을 것처럼 더운 날의 오후, 야외 노동을 마친 죄수들에게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차가운 맥주가 배달된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앤디에게 박수를 보내고, 앤디의 단짝인 레드 역시 큰 미소를 지으며 맥주 한 병을 집어든다. 이때 등장하는 ‘스트로스 보헤미안 맥주(Stroh's Bohemian Beer)’는 필스너(Pilsner)다. ‘보헤미안 맥주’라는 이름은 사실 미국에서 필스너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필스너’라는 용어는 체코의 옛 명칭인 보헤미아의 한 도시, 플젠에서 만들어진 맥주라는 뜻을 지닌다. 영화에서 수인들이 맥주를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들이 수감자라는 사실을 잊은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맥주를 마시던 장면이 떠오른다.



맥주와 영화. 물론 영화관에선 맥주는 못 마시고 팝콘만 먹을 수 있지만, 집에서 영화나 스포츠를 볼 때는 맥주가 땡길 것이다. 나는 체질적으로 술이 안 받기도 하고, 술을 즐기는 편도 아니지만, 가끔 캔맥주를 마실 때가 있다. 맛은 모르겠고, 그저 맥주가 목에 넘어갈 때 시원한 맛에 먹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니 맥주의 종류도 많고, 맥주마다 그 독특한 맛을 느껴가면서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책의 지은이 김효정은 커뮤니케이션/영화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영화평론가이다. 지은이의 표현을 빌리면, “짧지 않은 인생동안 나는 정말 많이 싸돌아다녔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맥주를 쫓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방랑벽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맛있는 맥주가 있어서, 노포라서, 아는 영화인이 하는 곳이라서, 안주가 맛있어서, 음악을 잘 틀어서 등 갖가지 이유를 붙여서 수많은 맥줏집을 순회했다(거의 순례 수준). 맥주 애호가들은 익히 알고 있는 용어겠지만 ‘브루어리(brewery)’도 처음 알았다. 직역하면 맥주공장(또는 회사)을 의미하지만, 지은이가 소개하는 브루어리는 맥줏집을 겸하는 곳이 많다. 책 말미에 ‘엔딩 크레디트’라고 이름 붙인 페이지엔 지은이가 직접 방문하고 맥주를 흠향했던 국내의 브루어리와 맥줏집 목록이 정리되어있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외국에서 맛 본 맥주와 그 분위기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맥주 이야기 반, 영화 이야기 반이다. 국내외 영화 속 맥주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아직 못 본 영화는 보고 싶어지고, 소개하는 맥주도 마시고 싶어진다. 편의점 맥주(딱 내 스타일)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편의점 맥주 버드와이저에 대한 이야기를 반갑게 읽었다. 지은이가 고2때, 추석 명절 당일, 상을 차리고, 먹고, 치우고에 질려서 혼자 극장가로 탈출했다고 한다. 그 때 본 영화가 〈박봉곤 가출 사건〉이고 극장 근처 카페에서 ‘버드와이저’를 마신 스토리는 지은이의 단기 가출사건이자 두 번의 비행(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 + 음주)이었다고 고백한다. 맥주, 맥줏집 사진은 물론 영화의 스틸컷이 다수 실려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함이 없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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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1-13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싸돌아다닌˝ 영화학 박사 저자 김효정..그렇게 또 저자 소개가 올라오니, 더더욱 읽고 싶어지네요^^

쎄인트saint 2023-01-13 09:33   좋아요 0 | URL
ㅎㅎ 진짜 많이 돌아다녔더군요~~
전국 각지는 물론..외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