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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악어 ㅣ 청소년을 위한 철학우화 1
삼형제 지음, 이효인 그림 / 코끼리아저씨 / 2018년 10월
평점 :
요즘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 속엔 어떤 것이 자라고 있을까? 희망 또는 두려움 중에 무엇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까? 꿈은 잘 자라고 있을까? 그 가슴엔 어떤 꿈이 키워지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청소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볼 시간이 없었다. 물어본들 대답이 제대로 나올까? 공연히 분위기만 어색해져서 아이가 피하고 싶은 사람이나 자리가 되지 않을까?
이 책엔 숲속 늪에 살고 있는 악어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소개된다. 어느 날 잠에서 깬 악어가 크게 하품을 하고 나서 길을 나섰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만난 것은 닭이다. 느닷없이 나타난 악어에게 스스로 '총명한 닭'이라고 소개한다. 낮은 자존감에 젖어 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낮은 자존감이 심각한 우월감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닭은 자신이 달걀을 낳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닭이 악어에게 묻는다. "넌 무엇을 할 수 있니?" 실질적이면서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악어는 갑자기 혼란스럽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이어서 힘센 당나귀, 염소, 양을 만났다. 그들은 그들이 살아서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에 대해 자랑한다. (하긴 죽어서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들 역시 악어에게 묻는다. "넌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니?" 그들과 헤어져서 악어는 혼자 중얼거린다. "난 그냥 악어란 말이야." 이 말 속에는 꼭 무엇을 잘 해야만 되는것은 아니잖아라는 항변도 담겨있다.
머리가 아플 땐 ...한 숨 자고나는 것도 괜찮다. 잠은 때로 보약이다.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듯..다시 힘을 준다. 악어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돌뿌리에 넘어진채로 하늘을 보고 한 숨 길게 자고 일어났다. 다시 길을 떠났다. 다시 닭을 만났다. 이젠 악어의 역습이다. "사람에게 알을 낳아주는 넌 행복하니?" 행복이란 단어에 닭은 움츠러들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단어이기 때문이다. 악어는 앞서 만났던 동물들을 다시 만나면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넌 행복하니?" 질문을 받은 동물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악어 곁을 떠나 버린다.
이 책에서 키워드를 뽑는다면, '잘 하는 일', '행복'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깊이 던져볼만한 질문이다. 잘하는 일을 찾아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뭐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어도, 너 자신이 소중하고 귀하고 유일하다는 생각만 심어줘도 좋지 않을까? 아이들의 행복은 어디에 매달려 있을까? 아이돌? 유튜브 스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일찌감치 돈과 명예를 행복의 최대목표로 삼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 씁쓸하다. 기성세대와 이 사회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초등 상급반에서 중학생까지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