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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부산물이다 - 문명의 시원을 둘러싼 해묵은 관점을 변화시킬 경이로운 발상
정예푸 지음, 오한나 옮김 / 378 / 2018년 1월
평점 :
【 문명은
부산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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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시원을 둘러싼 해묵은 관점을 변화시킬 경이로운 발상
_정예푸
(지은이),
오한나
(옮긴이)
| 378 | 2018-01-12
우선 책제목인
‘문명은
부산물’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결론부터
짚고 넘어간다.
이
책의 지은이는 문명의 기원과 거점을 구성하는 농업이나 문자 등은 모두 ‘부산물’이라고
한다.
지은이의
생각은 간단하다.
목적적
행위의 결과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예측
가능한 성과의 창조성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명의 발인과 전환되기 되기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문명은 결코 위대한 업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과정도 아니었다.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했고,
그
와중에 그들이 선택했던 수많은 과정이 서로의 작용으로 후대에서 말하는 ‘문명(文明)’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얻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정예푸(鄭也夫)는
철학,
사회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이다.
현재
중국에서 깨어있는 진보지식인으로 영향력 높은 인문학자로 소개된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문명의 시원(始原)을
둘러싼 해묵은 관점을 변화시킬 새로운 발상을 제시한다.
결혼제도,
농경,
문자.
종이,
조판,
인쇄라는
여섯 가지 화두를 통해 우리가 자랑하는 인류의 문명은 만들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공연히
우쭐대지 말라는 암시도 담겨있는 듯하다.
인류는 어떻게 퇴화와 분열을 피할 수
있었나?
_족외혼제(族外婚制)
족외혼제,
근친상간
금지는 인류 최초의 제도적 장치이다.
근친상간은
그렇다 치고 족외혼제가 자리 잡은 동기가 궁금하긴 했었다.
열성,
우성유전자에
대한 상식이 없던 그 당시에 어떻게 족외혼제를 생각해냈을까?
족외혼제에
대한 몇 가지 해석 중에 약탈혼,
체질,
성적
취향,
내부질서보호
등을 주목한다.
지은이는
인류가 무기를 발명하면서 일부일처제로 발전했다고 한다.
격차의
균형을 맞추던 시기에 구성원들 간의 무력(武力)차이는
놀랍게도 그들이 타고난 육체적 힘의 차이보다 작았으며,
공교롭게도
무기가 발명되던 그 시기다.
육체적
힘이 부족한 빈구석을 무기가 막아주었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타 흉포한 지도자와 수많은 약한 남자들은 한 가지 타협에 이른다.
곧
일부일처제가 정착된다.”
인류는 왜 정착생활을
시작했나?
_농업(農業)
“인류의
대뇌 무게가 증가하고 언어가 태동했던 진화단계에서 교환,
언어,
대뇌,
이
삼자가 출현했다.
즉,
행위,
기능,
구조간의
상호작용이다.”
인류문명사에서
‘농업’은
획기적인 사건,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수렵과
농업을 비교하는 관점이 새롭다.
수렵,
채집은
위험하고 농업은 안전하기만 할까?
언뜻
드는 생각은 수렵,
채집
때는 타지로 이동력이 빠르다보니,
부족과
부족 간의 다툼에서도 비껴지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농업생활로 접어들자 그렇지 못해서 더 부딪힘이 많았을 것이다.
꼼짝
못하고 당하던가,
농업에
몰두하는 시간외엔 외부의 침입을 막을 방법에 몰두했을 것이다.
“농업은
종의 진화 차원이 아니라 문명의 기원 차원에서 인류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위대한 문명의 첫 출발에 역행하는 듯한 사실도 있다.
바로
개개인의 삶이 더욱 고생스러워졌다는 점이다.
미시적으로
볼 때 이는 분명하고 애통한 일이다.
채집-수렵민들의
비해 오늘날 농민의 평균 노동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말은 어떻게 글이
되었나?
_문자(文字)
“말은
마음속에서 일어난 바를 상징하는 기호이고,
문자는
말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_「명제론」
아리스토텔레스
언어는 인류의
말(言)과
문자를 모두 포함한다.
이
챕터에선 지은이가 중국인인 관계로 한자 이야기가 매우 많이 나온다.
시종일관
한자이야기만 늘어놓다 좀 미안했는지,
끝마무리는
그리스로 마감했다.
“문자가
없었다면 그리스 문명은 존재할 수 없었을 테지만,
마찬가지로
구어(口語)의
잠재력에 대한 심도 있는 개발이 없었다면 위대한 그리스 문명은 없었을 것이다.
미시적으로
말하자면 회화와 문자를 함께 중시했기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었고,
전자는
당연히 후자의 글쓰기에 도움을 받아야했다.
거시적으로
말하자면 회화와 문자를 함께 중시했기에 고대문명이 절정을 이룰 수 있었다.”
지은이는
인류의 지능 생활 중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막론하고 미시적이든 거시적이든 회화와 문자를 똑같이 중시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종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했는가?
_제지(製紙)
인류 최초의 종이 발명가는 중국의
채륜으로 알려져 있다.
채륜은
뽕나무 껍질과 어망,
해진
천,
낡은
마등 인피(靭皮)섬유를
이용해 종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채륜 이전에도 지(紙)가
있었다는 점이다.
문헌상으로,
실제로(무덤에서
출토)도
있었다.
단지
고대 종이의 제작 시기를 정확히 판단 못했을 뿐이다.
그
종이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직물?
필기를
위한 것?
종이
발굴지 아홉 곳 중 세 곳에서 글자가 쓰인 종이가 출토되었다.
“글자가
쓰인 종이 중에서 제작 시기가 비교적 이른 종이위에는 약 이름이 쓰여 있었다.
즉
그 종이의 주요 용도는 약 포장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종이의 주요 역할은 귀한 물건의 포장 혹은 물건의 가치 제고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최초의 기능인지 여부는 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지은이는
‘중용(中庸)’으로
마무리한다.
“현실과
미래의 균형을 이루는 중용의 길이 필요하다.
생산,
연구의
모든 영역과 단위 속에 명확한 목표와 합리적 수단의 방안 및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이단적인 사상을 포용하고,
사람
간,
세대
간,
민족
간,
학문
간,
업종
간,
국가
간의 교류를 위한 채널을 열고 플랫폼을 구축하여 문화의 새로운 인자,
미래
문명의 후보자가 표연히 나타나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
그것이
중용이다.”
이단,
눈에
거슬리는 단어다.
‘이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종교적 의미가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은이는 이 책에서 종교의 ‘종’자도
꺼내지 않았다.
지은이가
표현한 이단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새로운 관점,
삐딱한
시선을 의미한다.
받아들일
만한 이단이다.
문명이
부산물이라는 지은이의 사념은 차후 관련학자들을 통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은이와
함께 인류문명의 시원(始原)을
바라보며 생각해볼 거리를 마음에 담아놓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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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