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달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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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_달다 (지은이) | 21세기북스 | 2018-07-06


 

 

어제의 내일을 버리고, 내일의 어제를 잡아라.” 책을 읽다가 적어 놓은 구절이다. 같은 오늘이지만, 그 오늘을 어떻게 나의 삶이라는 그릇 속에 담아두느냐가 문제다. 이 문장을 좀 더 레알하게 표현하면 이 책의 제목처럼 될 것이다.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 맞았지만..” 쓰디쓰고 지랄 맞은 어제는 어제대로 흘러가게 둘 일이다. 오늘만은 달달하게 보내자.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갈증 나는 순간에만 절실해지기 때문//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랑 노래들이/ 호기심으로 설레는 사랑의 시작과/ 이별 후의 그리움, 가슴 시린 짝사랑 같은/ 목 타는 감정만을 읊조리나 보다// 늘 충분해서 지극히 당연한 사랑은/ 퇴색한 보석처럼 빛을 잃어 보인다// 그 빛이 완전히 사라져야/ 비로소 어둠이 아파진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하여, 어리석은 우리는 또다시 사랑에 실패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외롭다// 주섬주섬 생각을 정리하며/ 당장에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녹이 슨 것을 꺼내 입김을 불어다가/ 소매 끝으로 문지르고 닦아본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니 반짝하는 빛이 돈다/ 맞다. 틀림없이 맞다// 지루하게 곁에 있는 당신은/ 여전히 귀한 나의 보석이 맞다.”

_‘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전문.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다. 사랑에 갈증이 많이 난 상태에서 누군가를 찾고, 만나는 일이 끝까지 잘 가는 경우를 별로 못 봤다. 갈증이 난다는 것은 내 안에 심히 부족한 무엇인가 있다는 이야기다. 채워지지 못하는 만큼 짜증과 불만으로 표현된다. 못된 성질 다 나온다. 반면에 그저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채워주고, 있어주는 절친이나 가족은 소외당할 때가 많다. 그들의 고마움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다.

 

 

나는 줄곧 휑한 무대에 덩그러니 나를 세웠다. 관중들의 반응을 살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영악한 머리로는 적절한 타이밍을 살펴, 멋들어지게 폭죽을 터뜨려 박수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런 중 나의 무대는 위기를 맞았다. 환호 없는 무대는 초조했고 흩어지는 연기처럼 무의미했다. 그리고 나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전부였던 회사부터 어설픈 자기계발까지 끊임없이 휘두르던 채찍을 내려놓았다. 돌아서 본다. 무정하게 멀리도 왔다. 질주해온 길 끝에 아스라이 점처럼 작은 내가 보인다. 지금의 나는 두 팔을 벌리고 섰다. 저만치 따라오는 내 영혼을 힘껏 안아주려고. 끌어안은 그의 귀에다 속삭이듯 부탁도 해볼 참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도 나의 곁을 지켜달라고. 나의 진짜 관객이 되어달라고.”  _‘영혼을 기다리는 시간전문.

......인디언들은 광야를 달리다 멈추어 서서 달려온 길을 되돌아본다. 미처 따라오지 못한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지금 우리 서로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가? 뒤는커녕, 앞이나 잘 봤으면..앞이나 잘 보였으면..달려갈 길이라도 있었으면....

 

 

책을 펼치면, 장난 같은 글과 그림(카툰)이 손짓한다. 그러나 가벼운 줄 알고 들다가, 어쿠~하는 것처럼 글에 담긴 상념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이, 직업, 성별을 떠나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눈에 띄리라 생각한다. 좌충우돌 살아오며 생긴 작가의 상처가 곱다. 너와 나의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단지 표현을 안 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깊숙하게/ 뜨겁고 묵직한/ 무언가가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나는 행복해질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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