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들을 꺼낸다. 자꾸 꺼낸다. 어느 순간 행동을 멈춘다. 다시 꽂는다. 행동을 반복한다. 이것은 루틴이 아니라 습관이며 욕심이다. ㅋㅋㅋㅋ 


책꽂이에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하게 꽂혀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나는 아직 읽을 책이 많아! 그러니 눈도 아껴야 하고 체력도 비축해야 해! 목과 허리 완전 쇼듕하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안 읽은 책(음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하자, 엄밀히 말해 안 읽은 책은 늘 있기는 했으니까. 다만 그것이 내 관심사가 아니었을 뿐...)이 없어서 읽은 책 또 읽기를 반복했으니 지금은 얼마나 다행이냔 말이야. 아, 이 시점에서 그 반복 읽음이 철학서이거나 페미니즘이론서였으면 참으로 정말이지 좋았을 거란 짧은 생각을 해본다. 어쩔. 소설들이었지만 그 또한 열 번 이상을 읽었다면 그 안에서 뭘 찾아도 찾았을 텐데, 그렇다, 어떤 소설도 열 번까지는 못 읽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책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므로 잠깐 해보자면, 여러분의 눈은 안녕하십니까? 나는 좀 안녕하지 못한 것 같다. 요즘 눈동자의 각도에 따라 자주 어지러움을 느낀다. 안경을 써도 안경을 벗어도 그렇다. 뒷머리를 자른다고 눈알을 있는 대로 옆으로 돌렸더니 그만 확 어지러워졌고, 김밥을 만다고 아래를 계속 내려다봤더니 어지러웠고, 바깥에서도 갑자기 예고없이 어지러웠다. 작년에 비슷하게 어지러웠던 적이 있다. 그땐 그런 증상이 처음이어서 눈에 이상이? 뇌에 이상이? 혹시 귀에도 이상이? 막 이러면서 건강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아이고 내 눈 또 늙는구나, 한다. 참 다행히도 책을 읽을 때는 어지럽지 않... 다고 말하려 했더니 글쎄, 가끔 어지럽네? 독서대의 높이를 올려야 겠다. 눈이 아래로 가면 어지러워... 왜때문일까? 눈이 안녕한 생활이면 좋겠다. 뭐 눈 뿐이겠어. (노안과 관련해 어지러운 증상 겪으신 분들 체험담이 궁금합니...)


일단 읽고 싶은 책을 꺼내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읽을 책 아니고 읽고 '싶은' 책이다. 

이렇게 찍어놓고 다시 이 책 저 책 들쑤시다가 조용히 세 권을 뺐다. 나의 4월은 유한하고 할 일도 많은 달인 것이다. 뺀 책은 <여성의 수치심>과 <상상적 신체> 그리고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여성의 수치심>은 지금 읽고 있는 <정동 이론> 3장이 수치심 챕터여서 급 생각나 꺼냈고 <상상적 신체>는 이 전에 읽은 책(이 뭔지 지금 기억나지 않는데 ㅠㅠ)에도 나왔고 읽고 있는 책들에도 가끔 언급되는지라, 안 그래도 꺼냈다 넣었다 했던 책인데 이번에도 미뤄지게 생겼다. ㅋㅋ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는 음 나중에 가볍게 낭독으로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해서 일단 뺌. 


그래서 4월에 시작하(려)는 책은 <행복의 약속>(여성주의읽기 4월), <말과 사물>, <미디어의 이해>이다. 4월 완독이 목표가 아니라 4월 시작이 목표다. <행복의 약속>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문장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라서 읽을 수 있을 것인데, <말과 사물>은 솔직히 조금 자신없다. 얼마 전에 2장 앞부분까지 읽으면서 물음표를 마구 찍어댔던 흔적이(기억이 아니고 흔적이 ㅎ) 있더라. 흠. 어떻게 읽을 것인지 대책은 없지만 일단 시작해 보는 것으로. 

<미디어의 이해>는 이번에 구비한 사람이 많을 듯하다. (나도 그랬..) 이 책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토론도 하고. 

<말과 사물> <미디어의 이해> 두 권을 어떤 방법으로 언제부터 읽을 것인지 고민 좀 해보고 결정해야 겠다. 4월 안에 시작하면 다행일 듯. 



읽고 있는 책들(이 뭐 이것뿐이겠냐만은...)도 일단 이만큼. 



3월 안에 다 읽으려고 용(?)을 썼으나 결국 하지 못한 <마녀>, 조금 남았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무엇이든 가능하다>(이거 상품에서 찾으려고 제목 뭐라고 쳤냐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ㅋㅋㅋㅋㅋ)는 프랑스어판이기 땜시롱 언제 다 읽을지 기약이 없고, <정동 이론>은 머리 뽀개지게 읽고 있으니 아마도 (별 이변이 없다면) 4월 안에는 끝낼 것 같고.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마저 읽어야 하는데 참 펼치기 어렵다. <글 읽기와 삶 읽기 2>는 독서모임 책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천천히 읽고 있고. 아 다른 독서모임 책인 <불처벌>은 전자책으로 갖고 있어서 사진에 빠졌다. 


거진 머리 아픈(?) - 그러나 피가 되고 살이 된다 - 책들이라 중간중간 쉬어도 줘야 하고 놀기도 해야 한다. 4월인데!! 놀아야 하는데!!! 하늘은 푸르고! 꽃들은 피어나고! 오늘치 걷기를 돌풍과 비가 방해하고 있어 못 나가고 있다. 창밖에서 요동치는 나무가 무서워서(나무 그 자체가 아니라 나무의 움직임이 가져올 일어나지 않는(을) 미래가 불안하여 ㅋㅋ 이렇게 말하는 건 <정동 이론> 읽는 후유증(?)이다...ㅋㅋㅋㅋ) 덧문을 내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쨘 햇살이 나더니 이내 어두워지고 가볍게 우박도 뿌리고 또 말끔하게 개었지만 바람은 여전하다. 소리로 위세를 알린다. 팔뚝운동이나 해야겠다. 아, 4월이 되면 좋지 않은 점이 있다. 그거슨 꽃.가.루. 하. 어제 바람 센 동네 한바퀴 돌고 들어와 30분동안 재채기, 콧물, 눈물, 다 뺐다. 가려움은 덤이다. 바야흐로 꽃가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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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4-0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꽃가루 알레르기 있으시군요. 봄되면 고생이 많으시죠. 꽃보고 막 좋아서 흥분해야 하는데 알러지때문에 힘드니 참..... ㅠ.ㅠ
오늘 산에 가면서 제가 또 얘기한게 나이가 든다는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먹을 수 있는게 줄어드는 그런거라고 말햇거든요. 물론 제 말의 주 타켓은 등사과 술이었지만요. 눈도 그렇죠. 노안때문에 어지러운건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근시여서 노안이 오면 이 근시는 또 오히려 편해지는 지점도 있는지라....

저는 뭐 늘 그랬지만 4월에는 어려운 책은 행복의 약속만 읽고 좀 가볍게 가볍게 읽으려구요. 날이 가벼워지고 옷도 가벼워지니 제 정신도 가벼워지라구요. 말인지 뭔지 ㅎㅎ ㅠ.ㅠ

난티나무 2023-04-02 23:40   좋아요 1 | URL
꽃은 좋으나 꽃가루는 으...ㅎㅎㅎ 제 주변에는 송화와 겨자꽃이 최고봉인 듯합니다.^^
등산과 술!! 등산 후 술 한 잔!! 크...
저도 어쩌면 4월에는 책 많이 못 읽을 수도 있어요. 계획만 늘 거창하죠.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4-0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지러운게 노안이 원인일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어지러움은 귀쪽의 문제더라고요. 이명이나 이석증을 앓는 주변 지인들이 있어요~~
눈에 안 좋은게 책이 맞는데 워낙 오랫동안 책을 읽어와서 노안인데도 읽어야만 하니 이제 비문증상까지 있어 괴로워요 ㅠㅠ

프랑스는 지금이 비가 많이 오는 시기인가요? 딸아이가 계속 비 오고 바람분다고 하고, 파업이 심해 기차예약이 계속 취소된다고 그러네요^^

난티나무 2023-04-02 23:42   좋아요 1 | URL
이명은 뭐 잔잔하게 늘 친구하고 있고요.^^;;
이석증 어지러움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눈을 의심하고 있어요.
프랑스는 이 즈음이 우기 삘이거든요. 원래가 비오고 바람불고 우박 쏟아지고 하는 봄인데 최근에 이상기후가 늘어나면서 작년 봄 날씨는 아주 좋았었죠. 요즘 원래 날씨로 돌아가려는지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오고 바람 불어요.ㅎㅎㅎㅎ
여기는 시골이라 파업 분위기는 기차 취소 정도인데 대도시는 시위하고 하느라 난리예요...

책읽는나무 2023-04-0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개를 숙이면 어지러운 증상이 좀 있긴 합니다. 몇 년 된 것 같기도 하구요?
생리하기 직전이라 그런가? 늘 그리 생각하기도 했어요. 빈혈인 것도 같아서요.
빈혈수치는 그리 나쁘진 않은데, 철분 저장소? 뭐 그런 곳이 수치가 안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지럽다고 여겼었는데... 작년부터 눈이 넘 침침하고 눈이 시려 시력저하인가? 싶어 안경점에 가서 안경 렌즈를 다시 손봤거든요. 그 때, 사선 각도라고 해야 하나요? 암튼 각도에 따라 시력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노안은 더 심해진 단계라고 하고...암튼 렌즈 다시 교체하니까 고개를 숙여 책을 읽으니 어지러운 증상이 좀 덜해진 것도 같구요?! 정확한 건 잘 모르겠네요. 그러다 몇 달 지났다고, 다시 눈이 침침해진 것 같고, 또 어지러운 것도 같고? 심리적인 건지? 노안이 심해져 시력이 안맞는 건지? 좀체 알 수가 없네요^^;;;
그리고 <무엇이든 가능하다> 저도 난티님과 비슷한 제목으로 <모든 것은 가능하다>로 항상 그렇게 튀어나오더라구요ㅋㅋㅋ
제목이 왜 자꾸 헷갈릴까? 그런 생각 했었어요ㅋㅋㅋ

<정동 이론> 그 유명한 <정동 이론> ㅋㅋㅋ
피가 살이 된다는 말씀 명심하고 갑니다^^

난티나무 2023-04-03 19:28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책읽는나무님, 각도에 따라 시력이 달라진다는 거, 실감하는 요즘입니다.ㅠㅠ 노화의 한 단계인 듯해요... 퓨퓨
안경 다시 하면 또 적응하느라 어지러울 텐데 ㅎㅎㅎㅎ 어쨌거나 안과 검사 약속은 잡아놨으니 안경을 다시 하든지 무슨 수를 내야지 못 살겠어요...^^;;

책 제목 진짜 어떻게 해도 안 외워지는 거 있잖아요.ㅋㅋㅋㅋ 물론 스트라우트 책은 가끔 헷갈리는 쪽에 속하지만 ㅎㅎ 예를 들면 지난 달 책 <남성 특권>도 그렇고요. 크크
<정동 이론>이 유명한가요? ㅎㅎㅎ
 

지난번에 3월 책소포 올리면서 3월 구입 책들도 올렸었다. 그 이후로 나는 책을 사지 않았다!!! 오예! 그러므로 3월 산 책은 5권이다. (그런데 지난달도 5권이었잖아... 줄지를 않네... 쿄쿄... 4월에는 4월이니깐 4권을 넘기지 않기로 한다. 과연???) 

































그러나! 이것만 샀어야 하는데! 아주 오랜만에 중고가게 갔다가 그만...@@ 



이렇게 몇 권을 더 사고 말았다... 그래도 이 책들은 배송비는 안 내잖아. 헌책이라 가격도 매우 저렴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대프니 듀 모리에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잖아, 괜찮아, 완전 괜찮아. 마리 다리외세크 책은 소설인데 번역본이 없다. 그 위 페미니즘 책도 없다. 그림책은 그림이 좋아서 샀다. 알라딘에는 독일어판밖에 없다. 


















+++ 


4월에 읽을(읽고 싶은/시작하고 싶은) 책들을 꺼낸다. 갈팡질팡 중구난방(정희진샘이 중구난방은 좋은 뜻이라고 그랬쒀!) 어질어질 책들이 쌓이고 있다. 흠 좀 정리해서 올려야 겠다. 자꾸 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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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3-31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써놓고 이북 적립금 쌓인 거 쓰려고 보관함 뒤지다가 급정지. 오늘 아직 3월 31일인데, 사면 안 되는데. 에잇. 적립금 날리지 뭐. 그래서 안 사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 셀프 칭찬함.
 

3장 사드 후작


사디즘과 사드 후작,이라고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그 ‘사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완전 도그또라이미친셰키... (미쳤다는 말은 그냥 욕으로 쓴다. 이런 놈을 미쳤다고 해버리면 안 된다. 또라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 아, 뭐라고 욕을 해야 할까. 여성혐오자, 이건 너무 진실이고 올바른 말이야. 욕을 만들어야 게쒀...)


*** 생트 뵈브. 보들레르, 플로베르, 스윈번, 로트레아몽, 도스토예프스키, 콕토, 아폴리네르, 폴 틸리히, 시몬 드 보부아르, 카뮈, 조지(조르주) 바타유, 롤랑 바르트, 도널드 토머스, 리차드 시버/오스트린 웨인하우스, 노먼 기어, 장 폴랑, 호버트 라이런드, 제프리 고러, 로널드 헤이먼, 에리카 종, 모리스 하이네/길버트 렐리, 조지 스타이너, 존 T. 누난 Jr, 린다 버드 프랭크, 피터 와이스, 크리스토퍼 라시... ***


책에 의하면, 위에 나열한 이름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드를 옹호하는 글을 쓴 사람들의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에리카 종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뜨악하다.(에리카 종은 모나 숄레의 책 <마녀>에도 등장하는데 거기서도 별로 좋은 소리는 못 듣는...) 여성 혐오자인 남성 작가가 쓴 글들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 것인지 가끔 아리송할 때가 있는데, 그러니까 문학적 가치와 의의 / 이론적 가치와 의의 운운하면서 여성 혐오의 면들을 빼고 읽어야 하는지, 뺀다고 빼지는 것인지, 아니 도대체 그런 사람이 쓴 글을 왜때문에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면서 읽어야 하는지? 토 나온단 말이야... 저기 저 사람들이 사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야‘만’ 깔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

도나티엔 알폰소 프랑수아 드 사드 - 일반에게는 사드 후작으로 알려져 있고, 일대 군단을 이루는 그의 열렬한 숭배자들에게는 <신성한 후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 는 세계 최대의 포르노그래피 작가이다. 포르노그래피 작가로서 그는 남자의 성적 가치를 자기가 구현하고, 그 가치를 정의내린다. 그 사람 안에서 강간자와 작가가 꼬아지고 합해져 하나의 비열한 형태로 결합한다. 그의 인생과 작품이 일체가 되어, 공상 안의 여자와 현실의 여자의 피로 물들어 있다. 생애를 통해서, 그는 여자들을 고문하고 강간하였다. 그는 여자를 때리고, 강간하고, 유괴하고, 아동을 학대했다. 작품 안에서, 그는 집요하게 잔인성을 에로티시즘의 본질로써 찬양하였다. 다시 말해, 성교와 고문과 살인을 일체화하고, 폭력을 섹스와 동의어로 만들었다. 문학자·예술가·지식인들이 그를 숭배하고, 좌익 정치사상가들이 그를 자유의 화신으로 주장함으로써, 그의 작품과 그에 관한 전설이 오늘날까지 거의 두 세기 동안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 P131

어느 여자의 인생도 그처럼 숭배받은 적은 없다. 어느 여자의 고통도 그처럼 탄식을 불러일으킨 적은 없다. 남자들이 동일한 자유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어느 여자의 윤리·행동 또는 강박관념이 그처럼 영광스럽게 표현된 적은 없다.°

° <[그리고] 어느 여자의 범죄도, 그 문제에 관한 한, 한번도 정당화되고, 변명되고, 양해를 받고, 낭만시되고, 매력이 넘치게 의미를 부여받은 적은 (절대로) 없다>고 1979년 7월 20일의, 나에게 보낸 편지에서 로빈 모건이 적고 있다. - P156

사드의 윤리를 강간자의 윤리로 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사드에게 강간은 몹시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웬만한 정도의 침해의 양식이다. 사드의 작품에서, 강간은 전희이고, 나중에 오게 될 수족을 절단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메인이벤트의 준비단계일 뿐이다. 물론, 사드의 성적 행동관념에서는 힘이 대단히 중요하므로 강간이 본질적 중요성을 지니기는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반복함으로써, 강간의 색조가 퇴색되고 지루해져서 에너지의 절대 소모를 피하기 위해서는 희생자에게 고문을 가하든지 흔히는 살인을 동반해야 한다. 사드는 문학 방면에서 경지에 오른 살인 장면의 묘사가이다. 즉, 오르가슴은 궁극적으로 살인을 부른다. 희생자들이 죽을 때까지 그들의 몸을 저며서, 막대기에 찔러 꿰어서, 산 채로 태우고, 천천히 기름을 튀기면서 굽고, 먹고, 머리를 자르고, 희생자들의 껍질을 벗긴다. 여자의 질과 직장을 봉합했다가 나중에 찢어발긴다. 여자들의 몸이 테이블이 되어 그 위로 구운 음식이 서브되고, 양초가 탄다. 사드가 묘사한 잔학행위의 목록을 적으려면 수천 페이지에 달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일단의 주제가 나타난다. - P159

여자의 비열함과 여성 성기에 대한 극심한 증오가, 사드의 전 작품에 나타나는 중심 주제이다. - P164

사드가 격찬한 것은 살인의 성적 가치이며, 그는 낙태를 살인의 한 형태로 보았다. 사드에게는 낙태는 성적 행위이고, 육욕의 행위이다. 그의 가치체계에서는 임신은 필히 살인을 불러일으키고, 보통 임신부, 특히 임신의 단계가 진전된 임신부의 살해는 훨씬 더 자극적이다. 위법한 낙태로 피를 흘리면서 공포에 가득 찬 죽음을 맞는 임신부보다 더 사드를 황홀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낙태는 사드의 성욕 충족의 수단인 것이다. - P165

사드의 중요성은 결국 반체제자나 사회의 일탈자로서가 아니라, 보통사람으로서의 중요성이다. 권력광인 귀족의 남자라면 보통사람이라는 호칭을 혐오하겠지만, 상세히 검토한 여자들은 그 같은 호칭이 사드에게 합당하다는 것을 안다. 사드에게 있어서, 다음의 등식이 확실한 토대 위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즉, 포르노그래피의 권력 = 강간자 겸 구타자의 권력 = 남자의 권력.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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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0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끔 현타 올 때가 있다. 흔히 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때로 여기가 어디며 나는 누구인지 대충 아는 상태로 현타를 맞을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타격감이 제법 크다. (자, 이럴 때 '현타' 즉 '현실 자각 타임'이라는 말이 적절한가, 는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만 잠시 해보자. 현실이란 무엇인가. 내 현실은 어떤 것인가. 내 현실이 어떻기에 자각하는 타임이 오는가. 그 또한 이랬다면 저랬다면 하는 상상에서 벗어나 여기 이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 아닌가.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도, 그렇다고 복잡하게 설명할 수도 없는 내 현실.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닌가. 그게 현실이야, 이게 현실이야, 라는 말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 혹은 포기의 다른 모습 아닌가. 더하여 지금 내 현실이 뭐가 어때서? 라는 말. 부질없지, 소용없지,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런 생각을 주워섬기게 만드는 말들. 생각들. 합리화라고 할 수도 있는.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겠는데 합리화와 죄의식은 아직 나를 떠날 줄을 모른다.) 다음과 같은 구절들.


" "아이들이 없다면 책을 써서 번 돈으로 지금쯤 세계 일주를 하고 있을 텐데. 대신 집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주중에는 매일같이 아침 7시에 일어나 어리석은 훈계를 읊어대고 세탁기를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나를 하녀로 여기는 아이들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한다. 어떨 땐 후회를 한다. 그렇다, 감히 말하건대 나는 후회한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없고, 장보기와 식사 준비, 아이 돌보기에 덜 매였다면 내가 무엇이 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고백컨대 나(코린 마이에르)는 오로지 한 가지만 기다린다. 아이들이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고 드디어 내가 더 많은 시간을 창작 활동에 집중하는 것. 그 쯤이면 내 나이 쉰 살이겠지.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그때의 인생이 내겐 이제 막 시작한 것이겠지." " (204)


눈물이 맺혔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나 도나스의 <엄마됨을 후회함>을 읽을 때에도 이런 순간은 없었는데, '그쯤이면 내 나이 쉰 살이겠지'에서 해보지 않은 생각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이미 쉰 살을 넘겼는데 내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아니아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는 알고나 있는 거야? 뭘 시작하려는지 알기나 해? 작은넘이 바칼로레아 시험을 칠 때까지 일 년여가 남았다. 그럼 나는 더 '자유'로와지는 건가? 아이를 낳으면서 사라진 내(나'만'의) 25년은 그 '자유'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여행을 많이 하는, 아이가 셋인 한 남성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그녀(나타샤 아파나)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물었다. 그는 자신은 "매우 운이 좋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이 말을 "'매우 운이 좋다'라는 말은 '나는 엄청난 아내가 있어요'라는 말의 현대적 표현인 듯하다"라고 해석했다. 그 후 그녀는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플래너리 오코너, 버지니아 울프, 캐서린 맨스필드,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는 자녀가 없었다. 토니 모리슨은 자녀가 둘, 첫 소설을 서른아홉에 출간했다. 페넬로페 피츠제럴드는 자녀가 셋, 첫 소설을 예순에 출간했다. 솔 벨로, 여러 명의 자녀, 여러 권의 소설 출간. 존 업다이크, 여러 명의 자녀, 여러 권의 소설 출간." (139)


나에 대한 생각과 다른 여성들에 대한 생각이 겹쳐져 가슴이 아파왔다. 현타는 종종 이런 것이다. 뒤늦게 무언가를 뼈아프게 깨닫는 것, 돌이킬 수 없음에 가슴 아파 하는 것, 앞으로도 그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가슴아파 하게 될 거라는 예감. 즐거움이나 기쁨 같은 것들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엔 아무것도 모른 채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회고록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한국어판은 민음사, 2017)를 쓴 미국 작가(1969~)]는 여성은 세 범주로 나뉜다고 말한다. 즉 "어머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여성들, 이모가 되기 위해 태어난 여성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최소 3미터 이내로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는 걸 허용해서는 안 되는 여성들. 자신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아는 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속한 범주를 혼동하는 바람에 그 모든 슬픔과 비극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은 '이모 부대'에 속한다. " (185)


혼동까지 가지도 못한다. 그런 범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니까. 모두가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하니까. 길버트의 저 세 범주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특히 어머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이 부분) 여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여성은 알아야만 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미 알고 선택한 여성들에게 박수를, 아직 몰라 휩쓸려다니는 여성들에게 각성을.)

나는 열렬히 '이모 부대'이기를 바란다. 이미 세상에 내어놓은 내 아이들에게도 물론 그러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바람일 뿐, 어쩌면 나는 아이들과 친할 수 없는 여성들의 범주에 속하는 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을 대하는 것을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 떨어뜨려 생각하는 사회적 경향 때문에 더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같은 일인데. 그렇게 보면 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냥 대인 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되나. 가끔 조카와 어린 아이들에게 멋지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부러움은 원인을 찾게 만든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감당할 수 없는 몫을 아무 생각 없이(글자 그대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짊어지게 되었을까? 얼마 전만 해도 모르고(외면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아이들은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내 아이들로 있을 거라는, 나는 언제까지고 아이들의 '엄마'일 거라는, 그 '당연한' 사실을 퍼뜩 깨닫고는 모골이 송연해졌었다. 쉰이 넘은 내게도 엄마가 엄마로, 아빠가 아빠로 있다. 내가 그걸 원하든 아니든 상관 없이. 인간을 세상에 내어놓는 일은 무섭다. 무서운 일이다.




" 미국에서 출판된 그녀의 저서는 최근에 작고한 할머니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된다. 자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이 기뻤던 할머니 노가 도나스와 손녀 오나 도나스는 서로에게 관심과 호의를 보이며 상대방 말을 경청했고,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고 그 성취를 자기 것인 양 기뻐하며 긴 담화를 이어갔다.

에이드리언 리치 또한 이렇게 말했다.

"'자녀가 없는 여성'과 '어머니'를 대조하는 것은 잘못된 설정이다. 이 둘을 견주는 식의 대조가 출산 제도와 이성애 제도에 기여했다. 보통 이 둘을 단순한 범주로 간주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211)


할머니, 어머니, 더 나아가 적대적인 관계가 되기 쉬운 기혼여성의 시가쪽 여성들. 그들에게 한없는 인류애가 솟아올라 가슴이 아리다가도 이내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경험을 반복한다. 관계가 과연 내 언행에 달려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 주고받지 않음에 대한 열망. 거부하고 싶은 마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얽매인 듯한 느낌이 들 때 홀로 다짐하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내게는 아이가 있지만, 아이 없는 여성처럼 살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 그럴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 믿음은, 내가 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 아이가 있다면 "20년을 예상해야"(205) 한다. 물론 나도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자기 일에 몰두하(려)는 여성들을 안다.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박 육아'를 해야 하는 시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혹독하게 자기 몸을 던져 돌보고 일하고 나가떨어진다. 조력자가 없다. 독하다는 말이 돌아올 뿐이다.("당신은 나쁜 엄마, 복수의 여신 메가이라 취급을 받을 것이다."(131)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당연한 세상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제도가 뒷받침하는 사회여야 한다. 그 제도에는, 마치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여성의 부모(이하 일가친척 및 동반자 포함)에 대한 돌봄'의무'를 없애는 방편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것은 망상이 아니다. 이것은 헛된 질문이 아니다. 이것은 후회한다/후회하지 않는다,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다. 점점 밝아지기는커녕 암울해 보이는 미래를 눈앞에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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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는 오전, 책장 문 열고 책 꺼내다가 문득 찍어보았습니다. 알라딘 여성주의책읽기 책들 모음,이랄까.ㅎㅎ 





2년치 넘네요?@@ 몇 권 빠졌는데 그건 전자책으로 읽어놔서 없음... 마지막 세 권은 다음달부터 읽을 미래의 책들. 길죽한 한 칸을 다 채우고 이제 꽂을 공간이 없어서 윗칸으로 올라가야 할 모양새. 띠지는 책 사자마자 버리는 편이지만 저기 저 행복의 약속, 같은 책의 띠지는 버리기가 영 껄끄럽다 합니다. 자매품 진리의 발견, 여성성의 신화,도 그러하다고 합니다.ㅋㅋㅋ 유일 아니 유삼하게 안 버린 띠지들 셋.ㅋㅋㅋㅋㅋㅋㅋ 

+ 책들 앞이 암것도 없이 깔끔하네 하고 생각하셨다면 사진 찍기 전에 앞에 놓인 잡동사니들을 모조리 치운 제 행동을 모른 척 넘어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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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ㅑ ~ 자랑스럽고 뿌듯한 칸이네요. 저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은 칸은 따로 있답니다. 훗 :)

난티나무 2023-03-28 19: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락방님!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ㅎㅎㅎ
계속 읽어요~~~~~~ 헤헷

책읽는나무 2023-03-2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만큼 책이 있는 게 아닌데도 칸이 다 차서 엉망이에요. 책장 칸이 넘 작아서!ㅜㅜ
책장칸 깔끔~ 치웠어도 그래도 깔끔해서 부럽네요^^
근데 저기 위에 모시로 만든 티코스터? 제 거랑 똑같아요@.@

난티나무 2023-03-28 22:07   좋아요 1 | URL
작은 책장 칸은 또 그 나름 유용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가득 채우면 더 이쁨 ㅎㅎㅎ
앞에 놓였던 거 제자리 놓으니 푸핫 윗칸처럼 됩니다. 클클.
모시 컵받침(티코스터) 어딘가에 짱박혀 있다가 어라 여기 있었네 하고 꺼내서 저기 세워뒀어요. 저런 거 실사용 못하는 사람, 저요...ㅋㅋㅋㅋ 방가방가!!!!

공쟝쟝 2023-03-2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하려고 책장을 사버린 사람입니다!! 지금은 그 책장이 다 찼어요…. (중간은 없다 후퇴도 없다…)

난티나무 2023-03-28 22:08   좋아요 1 | URL
모름지기 책과 책장은 세뚜세뚜 아니겠슴니꽈.ㅠㅠ 말하면서도 ㅋㅋㅋㅋㅋㅋ
책장 하나 더 마련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저는 이제 꽂을 데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