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뒤뜰에 주렁주렁 늘어진 감나무 몇 그루

점심 먹고 산책하며 몇 개 손에 넣어봤습니다.

물렁물렁하게 숙성시켜 먹어도봤습니다.

맛있습니다.

 

저 많은 걸 따지도 않고 그냥 두나 걱정했더니

지난 월요일 아침 출근해보니 몽땅 모조리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숙직영감님이 제게 감 열 개가 담긴 봉지를 제 자리까지 가져다주셨습니다.

감 얘기조차 나누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이것도 김영란법에 걸리려나

저도 남몰래 영감님께 드린 게 있습니다.

처치곤란한 감자 몇 알, 옥수수 몇 개

동료한테 구입한 고구마가 무거워 무게를 덜기위한 고구마 몇 알

인생이란 기브 앤 테이크라고

뭐 있나요. 있는 것 나누어 먹고 없는 것 얻어 먹는 것이지요.

 

지난 일요일

교장샘의 지시로 그 많던 감을 다 땄답니다.

그리고 그 많은 감은 모조리 몽땅 싹 교장샘의 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교사들, 말 많은 족속입니다.

감 내놔라, 드러내지는 않지만 카톡방이 시끄럽습니다.

 

감을 열 개나 몰래 얻어 먹은 저는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얼버무립니다.

"아마 교장샘이 감을 숙성시킨 후 전교직원에게 돌리는 깜짝쇼를 하지 않으실까요?"

작년에도 말없이 꿀꺽하신 교장샘이 하루아침에 새사람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 눈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교장샘은 그래도 바지 교장은 아니랍니다.

바지 교장이라고 해도, 학교라는 게 그래봐야 나라는 아니지 않습니까.

학교것을 자기것처럼 챙기는 모습이 좀 가련할 뿐입니다.

감 하나에 체면을 구기는 관리자, 욕마저 아깝지만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감을 열 개나 챙겼으니까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10-27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7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시민교육 연수에 다녀왔다. 유익했는데,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개념들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개념은 이렇다.

▶ 요구(need)의 개념, 특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필수적인 필요. 여기에 일차적인 우선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세대 내 윤리

▶ 기술과 사회조직의 상태가 현재와 미래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의 능력에 미치는 한계(limit)의 개념 - 세대 간 윤리

 

'지속가능발전'은 막연히 미래세대를 위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것보다 앞서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빈곤을 모든 지역에서 종식시킨다.'로 시작되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중에서 '모든 사람'으로 시작되는 항목을 열거하면,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복지를 증진시킨다.

모든 사람을 위한 식수와 위생시설 접근성 및 지속가능한 관리를 확립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현대적인 에너지에의 접근을 확립한다.

 

요약하면 '더불어 잘 살기'쯤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의도 들었는데, 지금 당연하듯 누리고 있는 이 문명의 편리함이 조만간 종식되리라는 위기감이 들었고 이 위기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더 이상 미루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컵 사용 자제하기, 잔반 남기지 않기....연수를 들으면서도 이런 습관들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많은 연수생들을 바라보는 것도 좀 실망스러웠다. 물론 나도 종이컵 몇 개를 사용하긴 했다. 준비해간 컵도 있었건만. 인간이란 여간해서 행동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7월 말에 납부할 관리비, 그중 전기사용량은 그래도 마음에 든다.

전기요금을 말하면 사람들이 묻는다. 밥은 먹고 사느냐고. tv는 있냐고. 컴퓨터는?....

다만 정수기와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커피포트가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물건이란다. 나도 사용하는데 아침에 딱 한 번만 30cc정도 물을 끓이는 용도로만 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공동전기료가 만만찮다.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양양에서 딸내미 스마트폰으로 잡아봤다. 이번 기회에 낡은 2g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해봄.

 

집 밖으로 나와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게임... 발상이 신선하다. 게임에 빠져 집구석에 박혀 있는 것보다 사방천지로 돌아다니는 게 훨씬 낫지. 교통사고 같은 사고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길이 있었나? 처음엔 분명 길이 있어서 자동차로 진입했었다. 길이라고 해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 높낮이가 제멋대로인 자갈투성이였지만 그래도 그런 길이나마 있어 작은 오두막도 지을 수 있었다. 이 시원찮은 길을 몇 번 쯤(몇십 번이 아님.) 이용하고 그럭저럭 오두막도 정리가 될 무렵, 태풍이 불어닥쳐 계곡 옆에 간신히 붙어있던 진입로를 갉아먹어버렸다. 길이 날아가버린 것이다.

 

오두막에 닿으려면 원래의 길이 있던 오두막쪽으로 가던가, 개울 건너에 있는 길로 들어와서 개울을 건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갈래 길이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오두막쪽으로 가려면 옆집을 통과해야 하는데 옆집분이 사유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분이라 함부로 그 땅을 밟을 수가 없다. 처음엔 그래도 옆집분의 넓은 아량으로 옆집 앞마당에 차량을 대고 물건을 내릴 수 있었다. 물건이란, 며칠 분의 식량, 책장에 들여놓을 열댓 권의 책, 세면도구 등인데 많을 땐 남편이 지게로 실어나르곤 했다.

 

몇년 후, 인심이 바뀌었다. 옆집 앞마당에 차량을 대는 일은 이제 상상속의 일이 돼버렸다. 이제는 멀리 떨어진 공터에 차를 대고 물건을 들고 타바타박 걸어들어와야 했다. 길은 계곡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자갈제방길이라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넘어지기 일쑤였다. 캄캄한 밤중에 이 길을 걸으려면 길도 길이지만 칠흙같은 어둠에 지지 않으려고 심장이 부풀대로 부풀어올랐다. 혼자라면 무서웠겠지만 여럿이 걸으면 마음이 하나로 모여 서로를 아끼고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애틋한 결속감도 생겼다.

 

몇년 후, 옆집의 주인이 바뀌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이 새로운 주인은 아예 집을 철옹성으로 만들어버렸다. 도시에나 어울릴 듯한 철대문으로 진입로를 완선 페쇄해버렸다. 전에는 그래도 걸어서 옆집 앞마당을 가로질러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들어갈 수조차 없다. 견고한 대문을 보는 순간 가슴이 턱 막혀버리고 맥이 풀린다.

 

방법이 그래도 하나는 남아 있다. 개울 맞은 편 길로 들어와서 개울을 건너면 된다. 돈을 좀 들이면 포크레인을 불러 개울에 커다란 바위를 굴려 임시 징검다리를 놓으면 된다. 그곳에 사는 지인분의 노력으로 겨우 징검다리를 놓아서 불편하고 아쉬우나마 개울을 건너 오두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지난 번 일이다.

 

지난 토요일. 여름 장마로 불어난 계곡의 수량때문에 애써 돈을 들여 놓은 징검다리가 이제는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길이 없어진 것이다. 한여름이니 놀이삼아 개울을 건너면 될 것 아니냐, 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물에 닿으면 망가지는 카메라, 목숨과도 같은 딸아이 스마트폰이 있고, 망가진 데크를 손 볼 목재와 학교에서 빌린 무거운 절단기 등이 있었다. 지게를 지고 두세 번 개울을 건너는 남편이 듬직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남편 허벅지까지 닿는 빠른 물살의 개울물을 겨우 건너고나니 이제는 오두막에서 나올 일이 걱정이다.

 

이제는 퇴각이다. 밤에는 비까지 내려 개울물 소리가 우렁차 잠을 설쳤다. 수량도 불고 유속도 빨라졌을 텐데 저걸 어찌 건너가나. 속으로 빌었다. '비야 더 내려라.'라고. 차라리 고립되면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19를 부를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 실망이었지만 그렇다고 개울물을 건널 엄두는 나지 않았다. 방법은 하나, 옆집을 통과해야 한다. 다시 대문 앞에 서니 개인주의에 화가 나고 서러움에 목이 멘다. 철올성 같은 철대문에 감시카메라까지 달려있고 저 위쪽 사방댐(하천에 흙이나 모래가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만든 댐)까지 넘을 수 없는 담이 빼곡히 둘러처져있다.

 

그때 길이 보였다. 두 갈래 길이었다. 하나는  대문옆 나무 울타리를 넘는 방법이고 하나는 철재대문밑 공간을 개처럼 드나드는 방법이었다. 나무 울타리라고 하니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건 개울옆 낭떠러지 위라서 자칫 실수하면 십여 미터 아래 개울로 곤두박질할 수도 있으니 몸이 둔하거나 심장 약한 사람은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길은 두 갈래였으나 나에게는 선책의 여지가 없다. 개가 되는 길이다. 감시카메라가 있건 어쩌건 일단 대문밑에 누워 시도해보니 단박에 통과다. 드디어 집에 돌아올 수 있다. 머뭇거리던 딸아이, 나보다 겁이 많고 몸도 나보다 더 둔하니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모처럼 입은 새하얀 원피스자락을 바닥에 깔며 기어나오는데 표정은 더없이 해맑다. 역시 내 딸이구나. 자존심 센 남편은 이 짓은 도저히 못하겠다며 나무 울타리쪽을 향한다. 먼저 각종 물건을 하나씩 건네받고 제일 무거운 절단기는 합동 작전으로 겨우 담을 넘긴다. 민첩한 남편이 나무 울타리를 넘는데...아차 발이 공중에 뜬다. 순간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쇠몽둥이 지팡이를 나무틈에 대주었더니 그걸 발판삼아 무사히 담을 넘어온다.

 

무사통과를 기뻐하며 자축이라도 해야할 성 싶은데 어젯밤 먹다 남은 독일산 밀맥주 6캔을 동네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주었다. 우리의 탈출기를 듣던 지인이 그런다. 인터넷으로 군청에다 글을 좀 써보라고. 사유재산 보호차원에서 대문은 그렇다쳐도 사방댐까지 울타리를 치는 건 불법이니 그에 대한 것을 민원 넣으라는 얘기다. 울타리로 인해 유사시에 산을 드나들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또한 가을이 되어 송이버섯철이 되면 주민들이 불편해할 것은 분명할 일이다.

 

민원을 넣겠다고 말은 했으나...했으나...철대문집은 우리 이웃집이 아니던가. 남편이 말린다. 그러지 뭐. 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빠에게

                                                            에쿠니 가오리 

 

병원이란

네모나고 하얀 두부 같은 장소에서

당신의 목숨이 조금씩 갂여가는 동안

나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어요

 

지금 당신의 찻잔은 여기 있는데

당신은 어디에도 없군요

 

먼 옛날

엄마가 어쩌다 찻잔을 깨뜨리면

당신은 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죠

슬퍼해서는 안 돼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부서지니까

슬퍼하면 엄마를 책망하는 셈이라고

당신의 갑작스런

-그리고 영원한-

부재를

슬퍼하면 당신을 책망하는 셈이 될까요

 

그날

병원 침대에서

이제는 지쳤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사실은

그만 길을 떠나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러지 못했지만.

그 조금 전에

담배를 피우고 싶다던 당신에게도

사실은

그냥 피우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곧 먼 길을 떠날 테니까

라고.

그러지는 못했지만.

 

미안해요.

 

안녕,

저도 곧 갈게요.

지금은 아니지만.

 

 

무제

                                                     에쿠니 가오리 

 

어차피

백 년이 지나면

아무도 없어

너도 나도

그사람도

 

 

 

아파트에서는 '謹弔(근조)'燈(등)을 볼 수 없다.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걸치는 '금줄' 역시 볼 수 없다. 누구네에 아기가 태어났는지, 누구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는지 겉으로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주기적으로 소독해주는 아파트는 태어남도 죽음도 소독해주는 것같다.

 

에쿠니 가오리의 이 시집은 마치 이런 아파트 풍경처럼 읽힌다. 말끔히 소독처리된 것같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