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뒤뜰에 주렁주렁 늘어진 감나무 몇 그루
점심 먹고 산책하며 몇 개 손에 넣어봤습니다.
물렁물렁하게 숙성시켜 먹어도봤습니다.
맛있습니다.
저 많은 걸 따지도 않고 그냥 두나 걱정했더니
지난 월요일 아침 출근해보니 몽땅 모조리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숙직영감님이 제게 감 열 개가 담긴 봉지를 제 자리까지 가져다주셨습니다.
감 얘기조차 나누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이것도 김영란법에 걸리려나
저도 남몰래 영감님께 드린 게 있습니다.
처치곤란한 감자 몇 알, 옥수수 몇 개
동료한테 구입한 고구마가 무거워 무게를 덜기위한 고구마 몇 알
인생이란 기브 앤 테이크라고
뭐 있나요. 있는 것 나누어 먹고 없는 것 얻어 먹는 것이지요.
지난 일요일
교장샘의 지시로 그 많던 감을 다 땄답니다.
그리고 그 많은 감은 모조리 몽땅 싹 교장샘의 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교사들, 말 많은 족속입니다.
감 내놔라, 드러내지는 않지만 카톡방이 시끄럽습니다.
감을 열 개나 몰래 얻어 먹은 저는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얼버무립니다.
"아마 교장샘이 감을 숙성시킨 후 전교직원에게 돌리는 깜짝쇼를 하지 않으실까요?"
작년에도 말없이 꿀꺽하신 교장샘이 하루아침에 새사람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 눈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교장샘은 그래도 바지 교장은 아니랍니다.
바지 교장이라고 해도, 학교라는 게 그래봐야 나라는 아니지 않습니까.
학교것을 자기것처럼 챙기는 모습이 좀 가련할 뿐입니다.
감 하나에 체면을 구기는 관리자, 욕마저 아깝지만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감을 열 개나 챙겼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