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컨의 청혼
린다 하워드 지음, 김선영 옮김 / 신영미디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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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하워드를 좋아하는 나는 (아무래도 피학적인 성향이 있는 것인가..) 요 책만 못 봤다. 그래서 한참을 헤매이다 마침내 읽게 되었는데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아니면 이제 린다 하워드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인가.

던컨과 매들린의 애정은 불 같고, 멋지다. 어느 한 쪽이 강한 것이 아닌, 주도권 싸움이 제법 볼 만했다. 남주의 어리석은 생각을 조금씩 깨트려주는 여주의 강인함과 도도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뭔가 모자랐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허전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던컨의 첫째 부인인 에이프릴 때문이 아닐까. 그토록 여자를 증오하게끔 만든 여인이 사실은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김 새게 만들었다. 차라리 못된 여자이거나, 차라리 구차하게 던컨에게 매달리거나 했더라면... 아니면 그녀의 상황을 좀 더 애절하게 만들던가.. 그랬다면 에이프릴의 가치는 좀 더 남달랐을텐데.. 그저 목장을 질투하여 목장을 파괴시키려 하다가 결국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고마는 그녀의 운명이 던컨과 매들린 사이에 만남과 역경을 심어줬다고 하기에는 너무 서글프다.

중반부까지는 정말 흡입력 있게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졌다. 갈등 해소가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고나 할까. 어쩌면 내 기대가 너무 컸기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신작은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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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연민에 빠진 사람들의 눈물이 위장된 건

동정심을 이용해 실패를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접한 이 글귀에 정신이 멍해졌다..

내 모습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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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5명이다. 다들 잘 넘어지고, 어디 잘 부딪히고 한다. 특히 엄마와 나, 여동생 세 명은 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분명 구덩이가 있는 것도,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턱턱 걸려 넘어진다. 이젠 아무도 걱정해주지 않는다. 단지 체념의 미소만 던질 뿐.

시작은 엄마였다. 엄마는 단지 파란불 신호가 들어 온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셨을 뿐이었다. 어디선가 쿠당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저만치 가시던 엄마가 사라졌다. 거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어느새 넘어진 엄마가 눈 깜짝할 새 일어나시더니 내 손을 꽉 잡으셨다. 난 내 생애 그렇게 빨리 걸어본 적은 없었다. 아니 나는 뛰고 있었다. 엄마는 사람의 속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집이 보이는 골목길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늦추시다가 겸연쩍은 웃음을 날리셨다. 엄마 청바지 오른쪽 무릎이 찢어져 괴물 아가리마냥 쩍 벌어져 있는 거다. 엄마와 나 둘이서 정말 신나게 웃었다. 청바지가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넘어졌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와 그곳을 벗어났을까. 소위 쪽팔림은 육체의 고통을 초월하는 법이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한참을 두고두고 얘깃거리로 웃을 수 있었는데, 얼마 뒤 여동생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린 비로 거리는 젖어있었다. 동생은 친구와 함께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우산 하나에 키가 큰 친구는 동생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둘은 재잘거리며 기분 좋게 오고 있었다. 그저 짧은 순간이었다고 했다. 친구의 손이 허공에 떴다. 분명 동생의 어깨에 얹고 있었는데 동생이 사라진 거였다. 놀란 친구는 얼어붙었고, 동생은 길 한가운데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그 때 역시 둘은 미친 듯한 속도로 집에 도착했다. 동생이 입고 있던 청바지의 엉덩이 부분은 만화에 나온 것 마냥 너덜너덜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그날 역시 우리 가족은 정말 화기애애했다. 동생은 아플 텐데도 뭐가 신나는 지 계속 웃었다. 엄마의 일화는 어느새 저만치 사라지고 없었다.

나 역시 만만찮게 바지를 찢어먹었다. 하필 학교에서 마치 아무 돌이나 가져다 박아놓은 듯한 험한 돌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게 뭐람. 머리 찧어 죽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위험했지만, 아무 상처 없이 살아남았다. 다만 바지가 걸려 쭉 찢어진 게 안타깝다고나 할까. 보통은 여자애가 넘어지거나 떨어지면 기사도 정신을 발휘한 남자가 두 손으로 안전하게 받아주는데, 나는 굴러 떨어질 때 웬 남정네의 발을 느꼈다. 너무 급해 발로 나를 받아줬다는 게 아닌가. 친구들은 내가 다치지나 않았는지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깔깔거리며 웃기 바빴다. 어찌나 어이가 없는지 나 역시 웃음만 나왔다. 굴러서 어지럽고 바지는 찢어졌고 웬 남자의 발에 걸리고... 다행히 밑단이 뜯어지고 무릎 부분이 찢어져서 급하게 옷을 사야하는 일은 없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들은 이야기한다. 너네 가족 너무 웃기다고, 찢어진 청바지 전시회라도 하라고, 그 사연들을 시처럼 적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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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8-06-0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팔림은 고통보다 강하다... 크크
저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꽤 되지요.
애써 안 아픈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러나 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흐흐.

꼬마요정 2008-06-0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우리 가족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그 걸음의 빠르기란.. 음.. 정말 놀라울 따름이죠~

pjy 2009-04-1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웃었습니다ㅋㅋ; 전 올라가는 에스칼레이터에서 걸려서! 장군님포즈로 무릎을 꿇었지만 본인의 안위에 더 신경쓰는 철면으로 무릎만 아팠답니다^^; 무딘 감성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자리에서 매우 애석하게 무릎을 애통해 했는데..회사동료가 보면서 웃었다고 나중에 얘기해줄땐 민망하긴했지요~~

꼬마요정 2009-04-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은 괜찮으세요??^^;; 중앙일보에서 소재를 주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짧은 글을 모으더라구요.. 언제나 선택되지는 못했지만, 알라딘에 올리면 그래도 즐겁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기쁘답니다.^^

참, 제 이니셜도 pjy랍니다.^^
 
4. 4. 4 - 아웃케이스 있음
롤랑 조페 감독, 엘리샤 쿠스버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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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포스터와 영화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말하고 싶다. 그럴싸한 포스터 뒤에 얼마나 어이없는 내용이 펼쳐지는지, 이 영화를 고른 내 손가락에 철퇴를 가하고 싶을 정도다.

엘리샤 쿠스버트.. 예쁘다. 여자인 내가 봐도 이 영화에서 제법 매력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게 다다. 볼 거라곤 정말 예쁜 여배우 하나 뿐인거다. 그것도 초반에만. 짜증나는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예쁜 여배우 얼굴은 온데 간데 없다.

영화 설명에는 '쏘우'를 능가하는 어쩌고 저쩌고.. 진정한 공포를 체험하는 어쩌고 저쩌고..

쏘우를 들먹일 때 알았어야 했는데...

사실 쏘우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잔혹한 살인 영화일 뿐이다. 그런 영화와 비교를 했으니 이 영화 정말...

초반에 뭔가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는데, 그 위협이 지나치다. 나는 커피 마시다가 다 뱉어버릴 뻔 했다. 잔인함에서 더러움까지.. 우웩

거기다 후반부 들어서면서 똑 끊어져버리는 전개.. 지나친 어설픔..  정말 이건 아니잖아~~

반전이라고 넣어놓은 게 이거였던가..

영화 다 본 뒤 알았다. 444의 의미..

그냥 아무 정보 없이 보면 절대 알아채지 못할거다. 괜히 숫자에 의미 부여해서 사람 홀리려는 수작인거다. 영화 속에서 4란 숫자가 무슨 공포감을 조성하는 건지 모르겠다.

영화가 짧으니 망정이지 길었으면 슬프기까지 할 뻔한, 전혀 무섭지 않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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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8-02-1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새해엔 뜻한 바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드립니다.

항상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꼬마요정님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꼬마요정 2008-05-2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은 댓글 죄송하네요^^;;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셨나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제목을 영어로 coffee time 내지는 i love coffee로 하려다가 뭐하러.. 싶어 한글로 커피타임~^^

집에 있는 원두 유통기한이 이번 주 토요일까지다.. 1/3 정도 남았는데.. 나중에 집에 가서 가득 타 먹어야지~



학교에서는 얼마 전에 산 테이스터스초이스 수프리모 인스턴트 커피를 한 가득 마신다. 이젠 믹스는 못 먹겠다. 설탕이 넘 달고, 크림은 끈끈하다.. 그저 우유 부어 마시는 게 속 편하고 최고!

그냥 블랙으로 즐기자니 속이 쓰려 안 되겠다..

덕분에 큰 우유 한 통 사서 마실 때마다 조금씩 부어 마신다. 훌륭한 라떼다^^

속도 안 쓰리고 커피도 부드럽고..

맥심에서 나온 아라비카도 맛이 좋다. 향도 좋고..

둘 다 구비해 놓으니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달라고 조른다^^

지금도 막 커피 타서 옆에 놓았다.

5잔째다..^^;;

이렇게 먹고도.. 잘 자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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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트리오스 2008-01-1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남들처럼 커피를 마셨으면 좋겠는데.. 저는 좋은데 제 몸이 싫다고 하네요^^;;

그래도 감미로운 커피향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꼬마요정 2008-01-21 18:38   좋아요 0 | URL
커피에 있는 카페인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요즘 디카페인 커피도 잘 나오니까 도전해 보심이..^^;;

저는 정말 커피 중독인가봐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거 참^^

비로그인 2008-01-1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여러잔 마시고도 잘 자는 사람은 낙천적인 분입니다.. 하하


꼬마요정 2008-01-21 18:41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거 좋은거죠?
사실 색맹이 젤 좋다지만, 그래도 살아가면서 즐겁게 생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빨간 불만 보는 사람은 비관적인 사람, 초록불만 보는 사람은 낙천적인 사람, 음.. 다음 말이 생각이 안 납니다만.. 젤 좋은 게 색맹이라는..^^;;
쇼펜하우어가 그랬던가...?? 기억 안나니까 답답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