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아저씨네 작은 커피집
레슬리 여키스·찰스 데커 지음, 임희근 옮김 / 김영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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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경영, 자기계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상대에 진학한 나는 경제, 경영, 무역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겨우 아는 거라고는 아담 스미스 정도.. 그것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시험에 나올 문구만 딱 외운 수준. 그래서 난 서점엘 다녔다. 

그 때는 알라딘을 알지 못했다. 인터넷 서점은 잘 이용하지 않았다. 한 번씩 대량으로 구매할 때나 인터넷 서점을 이용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제일 처음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 건 2001년, 삼국지 전권을 샀다. 삼국지는 이미 여러 번 읽었기에 서점 가서 들춰보지 않아도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사도 괜찮았다. 

하지만 다른 책들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알라딘에서 결제하고 책을 받아보지만 그 때는 아니었다. 내가 즐겨 가던 동보서적에서 살 책들을 고르고 몇 권 사서 낑낑대며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건... 즐거움이었다. 서면에서 우리 집까지 가는 지하철 구간만 생각하면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산 책 중 제일 땡기는 거 한 권 골라서 읽는다. 그 때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서면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갔다. 책 사러. 그냥 습관이었다. 읽고 맘에 드는 건 보관하고 맘에 안 드는 책은 지하철에 놔 두고 오거나 남 줬다. 읽다가 누군가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은 그 사람에게 줬다. 지금 생각하니.. 난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 

사실, 많이 준 것 같지만 서점에서 고르고 또 고른 책인데 남 줄 책이 과연 몇 권이었나 싶다. 어쨌든 대학 다니면서 이런 책들 열심히 읽었다. 그러면서 경영, 경제를 보는 눈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니었지만.. 

이 책은 내가 읽은 책들 중 그래도 인간다워서 좋아한다.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4P - 요즘은 6P니, 뭐니 하지만 - 를 사람 중심으로 설명해 줘서 고마웠다고나 할까. 자기계발서나 경영처세술 같은 책은 자신이 경영주이고 사람을 도구로 대하는 듯 해서 불쾌한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커피집에서 종업원, 고객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당연한 것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 (대학 다닐 때 착각 중 하나가 경영을 배우기 때문에 경영주, 자본가가 될 거라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이 노동자이다. 대기업 다닌다고 그가 노동자가 아닌 건 아니니까.)

잭과 다이앤은 맛있는 커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게 좋았고, 그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여러가지 고객을 위한, 자신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던 거다. 종업원 역시 열정을 갖고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줬는데, 그런 것들을 의도해서 한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계산 없이 인간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어려운 것도 같다. 그래서 나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곳이 있다면 나도 단골할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곳이.. 제법 있다. 내 발길은 그래서 여러 커피집을 지나 나를 알아주는 그 곳으로 향한다. 가끔 새로운 곳으로 가지만, 그래도 언제나 돌아가는 곳은 나에게 아는 체를 해 주는 그 곳. 따스한 커피 향기와 아늑한 공간이 매력적인 '그' 커피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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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2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요즘 경제학원론을 펼치고 낑낑대는 저로서는 꼬마요정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요 공급 이론을 이해를 못해서 책상 앞에 책을 피고 침을 흘리며 잠들다가 흠칫 놀라며 일어나는 생활의 연속입니다.
저도 그랬어요. 알라딘에서 책을 사기는 올 해부터 인데 전 원래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 의심병이 많아서 그렇게 하지를 못 했거든요. 전철을 타고 책을 사러 가서 직접 구입을 하고 그 한 권을 읽고 오는 그 재미 ^^ 꽤 쏠쏠하죠. 그치만 꼬마요정님처럼 지하철에 책을 선물하는 그런 이타적 행동은 전혀 하지를 못 했어요. ㅋ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 직접 마주 대하고 대화하는 것 보다 인터넷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람 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가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 ^^ 노동자로서 열심히 공부해서 노동자들에게 득이 되는 사림이 되고 싶어요. 헤헤

꼬마요정 2011-06-23 00:1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처음 경제학 공부할 때 코피 터지는 줄 알았어요ㅜㅜ 근데 더 무서운 건요.. 그게 가장 기본이고 더 많은 개념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는 거죠.. 혹시 수요공급의 탄력성은.. 나오나요??^^;; 거기서도 한 번 좌절하거든요~흐흐흐

루쉰P 2011-06-27 22:17   좋아요 0 | URL
넵 예리한 꼬마요정님 지금 수요공급의 탄력성 공부하고 있는데 뭔소리인지 전혀 모르고 있어요. 흠...좌절하는 대목은 누구나 비슷하군요.
도대체가 뭔 소리인지! 밤은 깊고 시름도 깊어가네요. 푸하하하! 진짜 꽃 꼽고 다니겠어요. 푸하하하하!

꼬마요정 2011-06-27 23:34   좋아요 0 | URL
의외로 탄력성 쉽게 구할 수 있어요. 그래프로 구하는 건 정말 쉽구요.. 탄력성은 어려운 개념이지만 제대로 해 놓으면 미시 경제학 편하게 가져가요~ 말은 쉽지만.. 으.. 비법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 아악... 댓글에 한계가..ㅠㅠ
 

서재 들어왔다가 우연히 프로덕트 태그라는 것을 봤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경향신문연재, 김제동 뭐 이런 문구가 있는거다. 

이게 뭘까..싶어서 봤더니 설정할 수 있는 거던데, 태그 클릭하면 마치 마이리스트 작성한 것처럼 목록이 뜨는 거라고 한다.  

신기해서 구매리스트 들어가서 열심히 태그 작성했다. 하다가 옆을 보니 내가 작성한 태그가 옆에 다 뜨는거다. 앗.. 갯수가 한정이 되어 있는지 안 뜨는 것도 있고, 큰 글씨체도 있고.. 더 신기해져서 태그 막 만들다가.. 세부적으로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뭉뚱그려서 할랬더니.. 

수정이 안 된다. 

아.. 잘 모르면 덤비질 말지.. 난 새로운 것에 약하다구..ㅠㅠ 

갑자기 태그들이 막 생기고, 뒤에 설정한 태그는 보이지도 않고, 리스트에서 열심히 태그 작성하고 다시 들어가보니 태그 없고.. 뭥미? 

태그의 세계는 놀랍고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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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2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태그는 건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알라딘을 쓰고 있지만 모르는 기능이 많아요. 모르면 건드리지 않는다가 저의 생존 전략입니다. 푸하하하!

꼬마요정 2011-06-23 00:07   좋아요 0 | URL
역시 현명하십니다. 근데 건드리고 나니까 조금씩 기능을 알게 되네요~^^ 서재 태그도 조금씩 만들어 봤어요~ 것두 제법 재밌더라구요~

루쉰P 2011-06-27 22:15   좋아요 0 | URL
아 저는 TTB 광고를 서재에 하고 있습니다. 뭐랄까 꼬마요정님께 자극을 받아 저도 한 번 해 봤죠. 서재에 보면 책장에 같은 것이 나와 책이 진열이 돼 있잖아요. 그게 TTB 광고라고 하더군요. 흠..신기해, 완전 신기해.

꼬마요정 2011-06-27 23:35   좋아요 0 | URL
압.. 그건 뭐죠? 저도 해 보고 싶으네요~ㅋㅋㅋ
 

난 바보다.  

친구가 하와이에 놀러갔다가 내가 부탁한 하와이안 코나 커피를 사다줬다. 

그럼.. 뜯기 전에,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어야지..ㅠㅠ 

 

 먹다가 생각나서 이제 찍었다. ㅠㅠ 

하와이안 코나는 비싼 커피 중 하나인데, 하와이에서만 생산되고, 진짜 코나는 생산량이 얼마 안 돼서 하와이에서조차 사기 힘들다고 들었다. 언제부턴가는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건 다 코나 커피라고도 한다는데, 이건 진짜 코나일까?? 

향이 죽인다... 맛있다.. 크흑 

한국에서 몇 년전에 이 정도 양 사려고 하니까 7만원 달라고 하던데, 친구는 2만원 조금 넘게 줬다고 한다. 

 

  

 

 

 모카포트를 이용해서 커피를 추출하기.. 

보골보골 커피가 나온다.. 향이 스사삭 퍼지면서 끌끌끌 하는 끓는 소리가 곧 들리겠지. 

 

 

 

 

 

  

 

 

오.. 다 됐다.. 이제 가스렌지 불을 끄고.. 잠시 기다렸다가 위에 동골동골 팬 같은 걸 살짝 돌려준 뒤 컵에 붓자~ 

 

 

 

 

 

 

  

 

 

얼마 전에 지나가다가 별다방에 진열된 컵 보고 한순간에 꽂혀서 사 버린 케냐컵. 

후애님 서재에서 필요없는 물건이 갑자기 사고 싶어지면 귀신이 부르는 거라는 글을 읽은 뒤였건만, 컵은 필요한 거니까..라고 위로하면서 샀다. 

이쁘다.. 

모카포트가 1인용이라서 추출된 커피를 부으면 얼마 안 된다. 그래서 뜨거운 물을 끓여서 적당히 부어주면 훌륭한 원두커피~^^  

향 좋고~~ 맛 좋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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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6-1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많이 좋아하시나 봅니다.^^
향기가 이곳까지 나네요~ 전 커피향기가 참 좋아요>_<

꼬마요정 2011-06-16 17:40   좋아요 0 | URL
근사한 커피 향기로 오늘 남은 시간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커피 맛나요~ㅋㅋ

루쉰P 2011-06-2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정한 매니아시군요. 완전 부럽네요. ^^ 전 꼬마요정님에 비하면 새발의 피...아 부끄러워라. 완전 세트로 갖추셨어요. ㅋ

꼬마요정 2011-06-23 00:06   좋아요 0 | URL
모카포트 2인용도 갖고 있어요~^^;; 얼마 전에 산 원두는 인도네시아 자바구요~^^
 

매일 밤, 학교 몇 곳에 냥이 밥을 준다. 길냥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지나칠 수가 없어서 눈에 띄는 몇 마리만이라도 배불리 먹이고 싶어서 밥을 주는데... 

어제 밤, 11시 좀 넘어서 -나는 일이 있어서 못 갔지만- 남자친구가 고양이 밥을 주고 윗쪽에 더 주고 다시 내려왔더니 누군가가 밥 먹고 있던 냥이에게 돌을 던지고 있더란다. 

놀란 남친이 달려가면서 하지 말라고 격하게 말했더니 그 남자.. 그냥 가던 길 가랜다. 

남친이 밥 잘 먹고 있는 냥이한테 무슨 짓이냐고 완전 성냈더니 옆에 있던 여자친구.. 돌 던지던 남자친구보고 가자고 잡아 끌다가 왜 돌 던졌냐는 물음에 "제가 고양이를 무서워해서요."  

거리가 5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것도 가만히 밥 먹고 있는데, 무서우면 돌 던져도 되나? 

남자친구 많이 무섭게 생겨서 인상쓰고 고함 지르면 다들 도망가는데, 그 남자는 체격도 크고 말도 다 받아치고 했다는데.. 그런 사람이 약한 고양이한테 돌 던지고..ㅠㅠ 

고양이 놀래서 도망갔다가 한참 있다가 다리 절면서 와서 울다가 도망가서 상태도 모르겠고, 넘 걱정된다. 

그동안 학교 안 인데다가 다들 고양이 좋아해주고 사랑해줘서 안일하게 생각했나보다. 사람 보는 곳에 밥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미안타 냥이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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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이 글을 읽으며 역시나 리뷰 속에 숨겨진 꼬마요정님의 성품이 남다르다 많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짝이 되시는 남자친구 분 역시 맘이 너무나 곱군요.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지만 제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뭉클하고 드네요. -.-
진짜 복 받으실 거에요. 정말 정말 좋은 분들이세요. 아! 이 불타는 여름, 꼬마요정님 커플 복 받을지어다!!

그리고 혹시나 저 동정하지 마세요. 길 잃은 한 마리의 외로운 고양이처럼 전 고독을 밥 삼아 이 여름의 달궈진 아파트를 홀로 내다릴 거에요. T.T 아! 완전 부러워라...고양이 커플 밥!!

꼬마요정 2011-06-16 16:24   좋아요 0 | URL
남자친구 무섭게 생겨서 도망가지는 마세요~^^;;

루쉰P 2011-06-16 17:40   좋아요 0 | URL
아...무섭게 생기셨다면 전 좀 생각을 해 봐야 할 듯합니다. 겁이 좀 많아서..

꼬마요정 2011-06-17 12:59   좋아요 0 | URL
그래도 냥이들이 부르면 달려오는 걸 봐서는 냥이들은 안 무서워하는 듯~^^ 잘 생겨도 돌 던지는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죠.. 아.. 원 댓글을 다시 보니 아파트를 버리신다는 거였군요. ㅋㅋㅋ 역쉬~^^ (첨엔 아파트에서 버려진다..뭐 이렇게 읽었다는..ㅠㅠ)

후애(厚愛) 2011-06-1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무서워하면 피해서 가지 돌은 왜 던져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에요.
아 증말 화 나네...

꼬마요정 2011-06-16 17:40   좋아요 0 | URL
그쵸?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옆에 건달이었으면 무섭다고 돌 던졌겠냐구요.. 자신보다 약하니까 함부로 한 거 아니냐고 말이에요. 정말이에요. 생명인데.. 때릴 데가 어딨다고..ㅜㅜ

노이에자이트 2011-06-1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양이와 염소를 함께 기르고 싶어요.돌던지는 남자는 염소가 받아버릴 거에요.

꼬마요정 2011-06-16 20:38   좋아요 0 | URL
오오.. 약한 줄 알고 괴롭히던 그 남자는 염소한테 혼쭐이 나서 도망가겠죠?

노이에자이트 2011-06-16 22:48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염소가 개를 들이받는 것을 봤거든요.그 남자는 놀라서 도망갈 확률 백퍼센트입니다.

꼬마요정 2011-06-17 12:49   좋아요 0 | URL
저도 염소를 기르고 싶어졌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6-18 14:41   좋아요 0 | URL
그런데 냄새가 좀 나는 편이라서...

꼬마요정 2011-06-19 17:08   좋아요 0 | URL
^^;;
 
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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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찾아들었다. 어여쁜 소화꽃을 앞세우고 뽀얀 얼굴, 아리따운 자태를 살포시 내보이던 그 모습은 숨을 멎게 하고 심장을 떨어트렸다. 소화꽃이 아니라 상사꽃이라고 해야할까보다. 고이 갈무리한 그 꽃은... 붉은 색이었다. 

사신은 붉은 색을 좋아한다. 붉은 피와 같은 처연한 붉은 색. 팔목수라는 옥황상제의 정원지기라는 관을 쓴 사신이었다.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자 팔목수라는 비틀린 웃음을 흐느꼈다. 이대로 죽어버리리.. 만 년의 세월을 찾아다녔다. 하늘의 정원에서 소화꽃을 훔쳐 달아난 계집을. 이젠 도둑을 잡겠다는 의기도, 자신이 관리하던 정원이 흠집났다는 분노도 세월에 침식되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거라고는 허기진 배와 깡마른 몸,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 뿐. 

응태와 여의는 서로 사랑했다. 순탄치 못한 운명이었다. 응태는 명이 짧았고, 여의는 죽을 운명을 거스르고 살아났기에 세상과 인연을 맺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둘은 운명이었던 거다. 응태는 여의를 만나기 때문에 일찍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다는 운명이 나왔고, 여의는 응태를 만나야 했기 때문에 죽지 않고 살아났다. 그랬기에 양가 부모님의 가슴 아픈 고민과 조치들은 빛을 바랬다. 둘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다. 

단 하루를 살아도 그대와 함께이고픈, 몸은 죽어도 사랑은 죽지 않고 4백년을 넘게 피어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댓가는 혹독했다. 가슴 떨리게 고운 마음은 차게 식은 몸에 남았고, 홀로 남은 여인은 부서지는 심장을 부여잡고 떠나는 남편에게 깊은 연모의 정을 편지로 남겼다.  

윤회는 끝나지 않는다는 하운 스님의 말은 차라리 위로였다. 둘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졌을까. 다음 생에는 부디 팔목수라의 눈에 띄지 말기를.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팔목수라 역시 애처롭지만 이제 그 복수는 그만하길. 팔목수라 역시 죽어지면 다시 돌아갈 것이니.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언약은 그녀의 편지에, 무덤가에 피어있는 능소화에 남아 처연한 붉은 꽃을 가득 피웠다.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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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끝나지 않아야 합니다. 절대로!! 좀 고리타분 할 수 있지만 전 사랑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절대 네버!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나름 순결한 사상가의 소유자 입니다. (-.-)
운명 따위 저 여름이나 가지고 꺼져버려라! (아, 이 더운 여름 급한 노동 덕분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꼬마요정 2011-06-16 16:25   좋아요 0 | URL
더운데 시원한 물이라도 꼭 챙겨드세요~ 남자는 왜 양산을 못 쓰는지.. 모자 꼭 챙기시구요~^^ 더위 먹으면 정말 힘들어져요~~ㅜㅜ

후애(厚愛) 2011-06-1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 읽으셨군요.^^
리스트에 담아두기만 하고 아직 구매도 못 했어요.

꼬마요정 2011-06-16 17:39   좋아요 0 | URL
금방 다 읽었어요. 편지 내용이 너무 절절하게 다가와서 가슴이 먹먹했답니다. 당신,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제게 오셨나요..라고 하는데..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