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맞선 2 - 개정판
해화 지음 / 연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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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갈등은 1권에서 마무리 된 듯. 결혼식까지 뭔가 농간에 놀아난 듯 해치우게 된 하리지만 강단있게 사랑을 쟁취했다. 외전이 더 재밌었다. 하민과 유주, 강회장과 윤여사가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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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담화 - 실록과 야사의 틈에 기록된 비밀스러운 역사
김경민 지음 / 책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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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와 야사 사이에서 줄타는 기분이다. 물론 정사라는 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삼국사기>와 <고려사> 뿐이라지만, 나름 <고려사절요>까지 포함한다 해도 몇 개 없고 조선사는 아예 없으니 그런 구분이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조선을 기록한 정사가 없다해도(일제강점기 때문이겠지) 조선은 기록의 나라답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많은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조선은 뒷담 ‘깔 게’ 너무 많긴 하다. 일단 건국 자체부터 ‘명분’이 별로인데다, 장자세습이라는 원칙에 맞는 -장자의 장자-는 단종과 숙종 둘 뿐이고, 1년상이니 3년상이니 이런 걸로 난리가 나고, 사대를 못해서 안달나는 등 한심한 게 한 둘이 아니다. 그나마 몇 몇 훌륭한 왕들이 있어서 낯이 선다고나 할까. 아니, 그런데 왜 세종은 ‘조’를 안 붙이냐고. 조카 죽이고 왕이 된 세조는 뭘 잘했다고 ‘조’를 붙이고, 백성을 위해 문자까지 창제한 세종대왕은 ‘종’이냐고. 그나마 정조는 ‘조’를 붙여줘서 좋다. 하지만 세조, 인조, 선조, 순조 이런 왕들은 좀 아니지 않나….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태종이 신덕왕후 강씨 때문에 강씨의 능인 ‘정릉’을 없애버린 일이라든지 서얼들은 관직에도 못 오르게 한다든지 자신의 비인 원경왕후 민씨의 집안을 도륙한 일들이 그러하다. 태종 개인의 원한이 무수히 많은 억울함과 피를 부른 것이다. 그것이 왕권을 강화한다는 둥 조선을 굳건히 한다는 둥의 이야기는 다 ‘뻥’이다. 태종 본인이 억울한 면도 분명 있겠으나, 결국 명분 없이 왕이 된 자가 왕권을 강화하는 꼴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덕분에 세종이 그 많은 치적을 이룬 것일지도 모른다.

태종은 그렇다쳐도 세조는 정말 명분이라고는 없었다. 심지어 단종은 세종의 장자인 문종의 장자다. 이걸 계유정난으로 엎었으니 이 때문에 공신들이 득세하고 훈구파니 사람파니 정치가 어지러워졌다.

반정하면 중종이 먼저다. 힘이 없는 유약한 사람이 왕이 된 탓에 옥사와 피바람이 그치지 않았다. 게다가 부인인 문정왕후 윤씨는 자기 가문, 자기 권력만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남동생인 윤원형과 정난정 이야기는 모두가 다 잘 알테다. 문정왕후의 아들인 인종은 모후를 어쩌지 못했다. 그리고 인조. 조선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파렴치한 같은 왕이었다. 귀인 조씨에게 휘둘리며 비열하기 그지 없던 왕. 조선이 망한 건 비약해서 인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밖에도 숙종의 어머니인 명성왕후 김씨나 정승 황희, 신숙주, 율곡 이이 등의 이야기나 이숙번, 홍윤성의 이야기는 마음이 안 좋았다. 권세를 믿고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나 본인은 어질어도 권력 투쟁에 휘말려 안타까운 사연(이이)들이라 그런가보다.

부록으로 실린 ‘재미로 읽는 야사 속 뒷담화’가 왠지 삼국유사를 읽는 느낌이라 재밌었다. 부인을 팔아 벼슬을 얻으려는 이조낭관과 어느 선비의 이야기는 씁쓸했다. 지조를 지키라 해서 지켰더니 욕 먹고 아니, 부인은 그냥 죽으란 말인가. 임진왜란으로 형수님의 시신을 잃어버린 선조의 이야기 역시 씁쓸했다. 그 때 나라가 바뀌었더라면…

제일 속이 시원한 이야기는 설매 이야기였다. 여자가 지조를 지켜야하네 어쩌네 할 때, 고려를 버리고 조선에서 벼슬하는 이들의 지조란 것을 읊어내리는 그녀가 참으로 멋졌다.

역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계속 현재랑 대화해서 과거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걸까. 아니면 대화만 하면서 과거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현재를 살아가는걸까. 어쩌면 이젠 역사란 단순한 오락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놈들이 꼭 벌을 받지 않고, 착한 사람들이 목이 베여 죽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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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5-07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2-05-08 10:4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고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강나루 2022-05-08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2-05-08 20:09   좋아요 1 | URL
강나루님 고맙습니다!!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하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사내 맞선 1 - 개정판
해화 지음 / 연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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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원하는 것을, 자신의 감정을 잘 아는 주인공들은 참으로 보기 좋다.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제는 부모가 헤어지라 해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을만큼 당당한 이들이 주인공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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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신화 마로 시리즈 (Maro Series) 6
김보영 지음, 김홍림 그림 / 에디토리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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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나온 기이한 생명체를 만났다는 내용 몇 줄이 이렇게 환상적인 소설로 태어났다. 고구려 6대왕 태조왕은 오래 살기도 했지만 욕심 많은 동생 ‘수성’에게 왕위를 물려 준 왕이기도 하다. 부자세습이 아직 확고하지 않은 때 태조왕의 선택은 많은 피를 불렀다. 당연히 태조왕의 아들이자 태자였던 막근은 살해 당했고, 부덕을 논하던 사무(천기와 일기를 잠차며 왕을 수행하던 사람)는 목이 베였다.

어딘가 분위기가 <바람의 나라>를 떠올리게 한다. 왠지 차대왕은 <바람의 나라> 속 유리왕을 닮았고, 한 생에서 인류 전체가 겪었던 진화를 몽땅 다 겪고도 계속 진화하는 막근은 아직 왕이 되기 전 무휼을 닮았다. 작가가 <바람의 나라>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데 정말 천재인 듯. 누군가에게 그 영향력은 천재성을 발휘하게 하는 훌륭한 작품인가보다. (나도 <바람의 나라> 좋아하는데ㅠㅠ)

진화의 마지막은 결국 탈인간인걸까. 돈과 권력이 덕지덕지 묻은 탐욕스런 왕은 다시 동생이라고도 하고 조카라고도 하는 신대왕(혹은 명림답부)에게 살해 당한다.

비를 뿌리며 하늘로 오른 그는 어디까지 갔을까.

"뭐가 그리 가여우냐."
"네가 인간의 말을 하는 것은 본디 인간의 지각이 있다는 의미요, 인간의 지각이 있다는 것은 네가 지금은 축생의 모습이지만 한때는 인간이었음을 뜻하리라. 무슨 연유가 있어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이 물려주신 본연의몸을 잃고 말았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느냐."
"본연의 모습이란 것이 무엇이냐."
호랑이가 되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모든 생물은 일평생 갓난아기의 형상으로 살아야 하겠구나. 너는 자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말하지만 네 선조는 한때 곰이었고 호랑이였고, 뱀이었고 물고기였고, 새였으며 식물이었다. 네가 지금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하나 의미 없는 일임을 알게 되리라.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죽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 일이냐. 내가 축생의 모습을 택했다지만 내 의지가 섞이지 않은 일은 아니다. 나는 내 손으로 내 배를 채울 것을 구하며 살기를 원했고 이런 모습을 갖게 되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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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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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처음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 때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이게 왜 고전이지?’ 였다. 모르는 게 없다는 학자가 젊어지자 하는 일이라고는 그레트헨을 꼬셔서 임신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질 않나, 저승에 가서 제일 예쁘다는 헬레네를 꼬셔서 놀아나질 않나, 사기꾼처럼 속여서 한 나라의 부를 갈취하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구원을 받는거지? 난봉꾼에게 관대한 신이라… 세상 참 불공평하다 느꼈다.

그리고 한참 힘들 때, 서른이 넘어 다시 읽었다. 너무 새로웠고, 놀라웠다. 여전히 이해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파우스트조차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하다 여긴다는 것이, 그리고 그가 하는 선택들이 어리석기까지 하다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방황하는 존재이고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는 존재지. ‘완벽’은 환상일 뿐이다. 의인화 된 ‘메피스토펠레스’나 ‘신’은 다름아닌 자신의 모습들일 것이다.

<파우스트>하면 그 불굴의 의지를 빼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난 또 한 명의 파우스트인 ‘하우케’가 떠오른다. 슈토름의 <백마의 기사> 속 그 ‘하우케’ 말이다. 죽어서까지 이루고자 하는 무엇에 대한 열망, 집착… 그런 것을 ‘의지’라고 한다면 괴테의 파우스트와 슈토름의 하우케는 정말 의지가 대단한 인물들이다. 내 눈엔 오만함과 통제하려는 욕망으로 보이지만.

그리고 이 책, <파우스터>. 굉장히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소설, 영화, 드라마보다 더 뻔뻔하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니까.

인생은 야구와 비슷하다고 하던데, 야구와 파우스트를 절묘하게 엮어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후원을 넘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설계하고 좌지우지 하는 프로그램이라니... 인간이 얼마나 오만하면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을까.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라면 너무 끔찍하지 않을까. 내 부모님이 나의 진로나 배우자를 결정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아무 상관 없는 남이 돈이 많다는 이유로 내 삶을 결정한다는 건 정말 비인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가 꿈인 야구 선수 박준석은 어느 날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의 머리속에 작은 기계가 있고 그 기계를 통해 돈 많은 늙은이가 자신의 삶을 해킹한다는 이야기. 자신이 노력해서 일구었다고 생각한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가 조종한 것이라는 이야기. 그 늙고 돈 많은 누군가는 파우스트라 불리고, 삶을 빨아먹히는 자신 같은 존재는 파우스터라고 불린다는 이야기.

도대체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으며 준석은 최경과 함께 이 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최경은 준석이 사랑했던 지수를 파우스터로 둔 파우스트 최회장의 딸이며, 지수와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조사하던 중 이 조직을 알게 된 것이었다. 최경은 아버지와 지수의 복수를 위해, 준석은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돈과 권력으로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통제하고 시간을 거슬러 젊음을 탐하는 파우스트들을 보며 그들의 비인간성에, 오만함에, 잔인함에 치가 떨렸고, 결코 가지지 못할 것을 탐하는 모습은 가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야기는 놀라울만큼 흡입력 있었다. 준석은 메이저리그를 갈까? 메피스토를 벗어날 수 있을까? 

여담이지만 경이가 임실장에게 주짓수를 배우는 장면은 반가웠다. 초크는 걸리기만 한다면 체구가 작아도, 힘이 약해도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다. 걸기까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요즘 읽는 책들에서 주짓수 이야기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결국 유한한 인간의 몸은 온갖 부와 명예와 권력을 둘러도 서서히 시들어간다. 흐르는 시간을 부여잡고 영원을 탐한다 한들, 어딘가 망가진 채로 살아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일까. 오히려 <구운몽>처럼 모든 것이 한낱 꿈인 것을 깨닫고 영혼을 갈고 닦는 게 훨씬 이로울 것 같다. 욕망은 채운다 한들 채워지지 않는 것이니 밑빠진 독에 백날 천날 물을 부어봤자 콩쥐의 두꺼비가 누구나 도와주는 것은 아니니까.


"잊지 마세요. 놈들은 강합니다. 주짓수야말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기술이에요."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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