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차고 몸살에 기침까지 콜록 아니 쿨럭쿨럭 거리며
열심히 일을 하는 도중에
개인 메일을 열었다.
놀랐다.
<유럽 사상의 최고봉 지그문트 바우만 별세>라는 제목의 메일이 들어와 있는거다.
내가 아는 그 바우만?
진짜다. 그 바우만이었다.
비록 내가 읽은 책은 몇 권 안되지만, 제목부터 딱 내 맘에 들게 자아내는 그 분을 흠모하던 차라
너무 놀랐다.
정말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 모양이다.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겠지만,
소소하게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다 써버리는 것부터
내가 키우던 고양이, 물고기,
가까운 이, 나를 모르더라도 내가 알던 이, 내가 좋아하던 이 등..
그리고 나까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하다는 느낌보다는 비어버린 느낌이랄까...
한창 바쁜 이 시간에, 나는, 혼자, 공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빛깔이 있지만 없는 듯 사물들이 멈춰버렸다.
삶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살아있는 삶을 치열하게 연구하던 사회학자의 죽음이
어째서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