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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 그리고 소설가 조해진의 수요일 ㅣ 다소 시리즈 1
조해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평점 :
철썩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마찰로 일어나는 하얀 거품을 바라보면 여기가 왠지 한적한 바닷가라고 상상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듯 하다. 무인 세탁소는 한적한 시간에 가면 때론 바닷가가, 때론 멋진 카페가, 때론 조용한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묻어난 빨랫감들을 세탁기에 돌리면서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지도 모른다.
50대의 김은희는 암이 재발하여 병원에 가야했고, 무무 씨가 키우던 오모리와 양평이를 보살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회계사무실 취업이 무산된 수연은 동준의 소개로 은희의 럭키타운 402호를 알게 되고 입주하게 된다. 은희와 수연은 각자 서로가 어떤 인물일지 상상하게 되는데, 어쩌면 서로가 원하던 삶을 사는 인물로 그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상무라는 이름이 회사의 직급으로 오해받는 게 싫었던 그는 무무 씨로 불리길 바랐다. 은희는 그와 평범하지만 따뜻한 일상을 보냈고, 그에게서 삶의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그와 그가 돌보던 고양이들의 보금자리였던 럭키타운 402호를 인수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 채 연락을 주고 받았고, 수연은 은희에게 양평이와 오모리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수연은 은희의 집에서 양평이와 오모리를 돌보며 우연히 메모장과 사진을 보게 되고, 무무 씨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책에서는 계속 세무소라고 하는데 회계사무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수연은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었고, 회계사무실을 다닌 경력이 있었다. 그 경험으로 동준과의 인연이 계속되었고, 은희와도 인연이 있던 동준은 그렇게 두 여자를 연결시켰다.
삶의 끝을 생각하는 여자와 여전히 살아갈 날이 많은 여자는 서로를 보며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은희와 수연은 서로를 강렬하게 느꼈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두 사람의 연대는 아름다웠고 삶이 묻어있었다. 부디 그들이 갓 빨래와 건조가 끝난 뽀송뽀송한 이불처럼 포근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