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아래로 아가씨들이 여러 명 보이기에 재빨리 다시 눈을 떴다. 그 바람에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앞쪽에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녀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흰색 양털 신발을 신고 있는 예쁜 다리와 광택 없는 가죽 외투, 외투와 잘 어울리는 챙 없는 모자가 눈에 띄었다. 모자 밑으로 보이는 적갈색 머리칼. 어깨를 한층 더 넓어보이게 만드는 외투가 처녀 주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저 여자를 앞지르고 싶어..... 저 여자 얼굴을 보고 싶어.`
그는 그 여자를 앞질러 갔다가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적어도 쉰아홉살은 되어 보였다. 그는 인도변에 앉아 더 울었다.(pp.4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