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치렁치렁한 긴 머리가 거슬려서 어깨 정도까지 오는 길이로 댕강 잘라버렸다.

머리를 자르면서 미용사 아저씨랑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마침 내가 마지막 손님이라 둘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의 발단은 이거였다.

"우리나라 돈의 7~80%가 어디 모였다가 나가는지 아세요?"

?? 글쎄... 그게 뭘까? 어리둥절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유통이에요. 유통업에서 돈이 모였다가 나가거든요. 그래서 유통을 알면 경제를 알 수 있고, 미래를 위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요."

아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일종의 미래 경제를 예측해서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하는 문제였던 거였다. 요즘 하도 트렌드 관련, 처세술 관련 책을 안 읽었더니 잠시 감이 안 왔던 것. 이렇게 말이 트자 아저씨와 나는 신나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런 책을 읽지 않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에서 아저씨와 나의 견해는 달라졌다.

대학 들어가서 1년 동안 나는 그런 책을 죽어라 읽었다. 상대에 가서 경제 경영 무역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내가 그곳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학적 마인드가 필요했는데, 그걸 배우기 위해 그런 책을 읽었던 것. 1년 읽고 나니 주위에서 사람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나는 무서웠다. 나는 그 이유를 철학의 부재로 돌렸고, 아저씨는 경험의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몇 년 지나 지금 돌아보면 아직은 내 대답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사회에 나가 경험을 쌓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 뒤 다른 분야의 책을 열심히 읽은 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학문에 철학과 역사가 필수로 깔려야 하는 게 맞다면 경험은 그 바탕 위에 세워지는 대들보 같은 거겠지.

그냥 저냥 아저씨랑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말 오랜만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내 주위에는 상대에 왜 왔나 싶을 정도로 적성에 안 맞는 친구들이 좀 있다. 그래서인지 그런 이야기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고 나니 정말 가뿐했다. 내 마음의 짐도 조금은 덜어진 듯 하다. 공부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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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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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8-1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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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8-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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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8-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사진 보러 왔는데 이게 뭐예요. 사진을 유통시켜 주세요

꼬마요정 2005-08-19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물만두님... 따우님... 서림님... 플레져님... 켈리님... 마태우스님...
제대로 된 사진이 없어서요.. 이상한 사진이라도 올리고 싶어지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