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통통이를 잃어버렸다 되찾고 나니, 소리 상황이 좀 더 애틋해진다.
소리는 작년 10월 중순 쯤 나타난 고양이다.
우리집 문 앞에서 쪼꼬만 냥이가 냐옹 냐옹 울면서 따르길래 엄마가 홀딱 반하셨다.
워낙에 통통이가 도도한 녀석이라, 재롱 부리는 길냥이에게 빠지신 것.
때마침 날도 추워오고, 엄마는 아빠 몰래 소리를 집안에 들여버리셨다.
앗, 나도 없고 막내도 없는데!!!!!
뒤치닥거리는 내가 해야 하는데!!!!
들일거면 휴일에 들여서 씻기고, 화장실 교육도 시키고, 통이랑도 안면 트게 하고 해야 하는데..
하여튼... 일단 들이고 본 우리 엄마...
그리하여 소리는 아무데나 볼일을 보기 시작했고, 덩달아 통이도 곳곳에 스프레이 하기 시작했다.
내 방 이불, 막내방 이불, 동생 가방... 방바닥, 종이상자... 여튼 쌀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싸는 것 같았다. 그것도 둘이서 경쟁적으로.. 헐
그거 다 치운다고 진땀 뺐다. 엄마는 온가족한테 잔소리 듣고... ㅋㅋ
그래도 아빠 빼고는 소리를 키우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볼일이야 교육 시키면서 적응하면 되는 거니까.
잠깐 불편할 뿐이니까.
그런데 소리가 너무 똑똑해서 유리창문을 열고 마음대로 나다니기 시작한거다.
작아서 아직 어린 고양이라 생각하고 중성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나가버리니 엄마는 겁이 나셨던 모양이다. 배 안에 새끼 냥이들 한가득 안고 들어올까봐...
급기야 다시 내쫒으셨는데, 그 와중에 나하고 대판 싸우기까지 했다.
맘대로 들이고 맘대로 내보내고..ㅠㅠ
결국 막내랑 남자친구 시켜서 소리를 동물병원으로 보냈다.
중성화수술 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동물병원엘 가보니, 소리는 중성화가 된 어른 고양이었다!!!!
사람 잘 따르고, 애교 많고, 화장실 모래를 쓰고, 중성화가 되어 있다면...
틀림없이 누가 키우는 고양이!!!
소리는 주인이 잃어버렸거나, 버렸거나... 둘 중 하나란 말이다.
하지만 주변에 몇 달이 지나도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거나 하는 사람이나 전단지를 본 적이 없다.
소문도 못 들었고...
아마 이사 가는 와중에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완전히 멀리 와 버렸거나... 버림 받았거나...
만약 잃어버린 거라면 주인은 맘이 너무 너무 너무 아플텐데...
우리집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근데 찾아와서 소리를 달라고 하면 어쩌지? 그건 안 되는데...ㅠㅠ)
소리라는 이름은 검은다리소리를 줄인 거다.
앞다리가 까만털이고 발만 하얀털인게 귀여워서 검은다리소리라고 부르기로 했고, 줄여서 소리.
내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그냥 소리라고 하면 아무 생각 안 하는데 검은다리소리라고 하면 웃는다. 역시 너네집 작명실력은...꽝이야!!라며.
모뎀 넣어둔 비닐에 들어가다니!!
방심할 수 없어!!ㅋㅋㅋ
귀여운 소리~~^^
집이 너무 지저분하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