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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평점 :
어느 날, 사람들이 고양이가 되었다.
12/31 자정, 새해로 넘어가는 그 때 거대한 고양이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살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가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사람으로 남았다. '나'는 아니오를 체크하여 사람으로 남았지만 '나'의 동거인은 고양이가 되었다.
고양이가 되겠다는 사람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다보니 고양이의 삶을 좀 아는데, 진짜 주인 잘 만난 고양이는 편하게 살겠지만 길에 사는 고양이들 중 대부분은 추위와 배고픔, 위협에 늘 노출되어 있다. 인간으로 살면서 끊임없는 노동과 그에 비해 적은 대가, 늘어나는 대출과 과도한 이자비용 등으로 고통받아 고양이가 되었다면 그건 그저 또다른 고통으로 회피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결국 인간이든 고양이든 운이 좋아야 좋은 집, 맛있는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일테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양이가 되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과 고양이가 된 사람들이 남긴 것들을 이어받고 정리하는 사람들을 삶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고양이가 된 사람의 마음 역시 살짝 나온다.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대로 왜 나를 두고 고양이가 되었을까 생각하고 고양이가 된 사람은 나름 이유를 생각한다.
나는 반대로 고양이가 사람이 되면 어떨까 싶었다. 우리집 고양이들이 사람이 되면 나랑 대화도 하고 어디가 아픈지 말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뭘 먹고 싶은지 왜 자꾸 이불에 오줌 싸는지 물어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얘네들이 사람이 되면... 어휴 집이 너무 좁겠다. 그냥 사람말하는 고양이면 좋겠다. 지 밥은 지가 좀 잘 챙겨먹고 화장실 처리도 혼자 할 줄 아는, 사람말 하는 고양이.
이 책에선 사람이 고양이가 되어 이제 더 이상 사람과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고양이가 된 사람을 추억하며 오히려 그들을 아는 사람들끼리 교류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들이 남긴 가게나 물건 등을 운영하고 정리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솔직히 사람이 사라지면 행정문제가 너무나 많이 복잡해져서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일단 주민등록 문제부터 세금, 재산상 권리, 고용, 채무 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 문제도 심각할 터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문제는 단순히 정부가 해결하려고 하고 아직 혼란스럽다는 문장들로 넘어가버린다. 고양이로 변한 이들이 같이 살면 어떻게든 이 고양이가 그 사람이다라고 하기도 할텐데 집을 나가버리거나 홀로 살아가는 이들이 고양이가 되어버린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는 마치 사람이 고양이가 아니라 좀비가 되어버린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게 있다면 고양이는 사람을 먹으려고 덤벼들지 않는다는 점이랄까.
오늘도 옆에 앉아 나를 물어뜯는 카프에게 물어본다. 혹시 너는 사람이었는데 고양이가 된거야? 라고. 카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뭔 말이여? 이런 눈빛을 보내며 계속 물어뜯는다. 하긴 니가 사람일리가 없겠다. 완전 아기 때 구조되었으니 말이다. 니 얼굴만 할 때가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