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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이 냥극하옵니다 ㅣ 안전가옥 쇼-트 24
백승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평점 :
조선시대 숙종은 두 번의 사화와 인현왕후, 장희빈으로 유명하다. 경종과 영조의 아버지였고, 단종과 더불어 조선시대에서 가장 정통성 있는 왕이었다. 그리고 또 고양이를 사랑하기로 유명한 왕이기도 했다. '꿀묘'(치즈냥이, 노란고양이)를 냥줍하여 '금손'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애지중지했던, 명백한 냥집사였던 숙종. 이 책은 그런 숙종과 금손이의 이야기이자, 비정한 권력 속에서도 살아남은 고양이의 매력을 그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숙종이 선왕의 능에서 제례를 올리려 할 때, 세자에게 접근하는 독사를 노란 새끼 고양이가 잡으면서 시작한다. 숙종은 이 때 '냥줍'을 하게 되는데, 죽을 때까지 애지중지했던 금손이와 만난 순간이다. 그리고 경종이 세자로 책봉되고 장희빈이 사사된 이후, 세자를 옹호하는 소론과 세자를 폐하려고 하는 노론이 치열하게 정쟁을 일삼는 것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당시 세자에게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고 후사가 없었다. 소론은 이를 세자가 고양이와 상극인 탓으로 몰아서 고양이를 내쫓기를 원했고, 노론은 그런 소론의 꼬투리를 잡아 왕의 신임을 얻고자 했다.
변상벽은 변대감의 얼자이고, 좌포청의 포졸이다. 신분의 벽에 부딪치고, 형의 빼어남에 부딪쳐 그는 노름꾼들의 뒷배나 봐주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비루한 처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그는 노름꾼에게 왈왈 개소리로 포청의 급습을 알리고 거하게 술을 얻어 마신 뒤 술에 취해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볼일이 급해진 그는 담벼락에 대고 노상방뇨를 하던 중 광대탈을 쓴 사람들과 복면을 쓴 사람의 싸움에 끌려들어가게 되고, 대궐에서는 '금손'이 사라졌다.
당시 궐 안에서 노론이니 소론이니 권력 싸움이 한창일 때, 바깥에서는 백성들이 힘들게 살고 있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다 노름에까지 손을 댄 사람들은 세간살이도 팔아먹고, 자식도 팔아먹었다. 그렇게 팔려갔다 도망친 아이들이나, 부모가 돈이 없어 예닐 곱살 된 애를 나무에 묶어두고 도망가버려 버려진 아이들은 빈민촌에서 빌어먹거나 먹을거리를 훔치거나 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살펴주는 '묘마마'도 있었다.
변상벽과 변상벽의 시종인 쪼깐이와 묘마마가 함께 펼치는 금손 되찾기 기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풀어내는 사연들은 때론 가슴 아프기도 했고, 때론 웃기기도 했으며, 때론 씁쓸하기도 했고, 때론 뭉클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연들이 쌓여 또 다른 사연들을 부르고, 그렇게 감정을 뒤흔드는 과정에서 고양이의 매력이 폭발한다.
노란 고양이를 꿀묘라고 부르는 데, 얼마나 귀여운지. 꿀묘, 정말 달달한 이름이지 않은가. 우리집에도 꿀묘가 두 마리 있다. 모짜와 카프. 치즈냥이라고 했는데, 꿀묘 혹은 꿀냥이라고 불러야겠다. 숙종 때든 지금이든 위정자들이 품 안의 고양이를 돌보듯 백성을 돌보고 민생을 돌본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일 될까 생각한다. 그러면 선거 할 때마다 보람찰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