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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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가면 20년 후의 미래가, 서쪽으로 가면 20년 전의 과거가 공존하는 계곡이 있는 마을. 그러면 동쪽 계곡을 넘으면 그곳은 동쪽의 서쪽일테니 중간에 있는 마을의 서쪽이 되고, 서쪽 계곡을 넘으면 중간 마을의 동쪽이 되는 건가. 공간 개념에 한없이 약한 나는 철책과 장소를 설명할 때 조금 헤맸다. 재밌고 특이한 설정이라 생각했다. 시간의 계곡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되지만 특별한 경우에만 넘을 수 있고 '개입'을 막기 위해 철저히 관리됐다.


책 광고 문구 중에 '충분히 애도한 사람만이 안다. 과거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현재라는 것을.' 이란 게 있었다. 하지만 오딜이 충분히 애도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오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 오딜은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과거든 미래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이 책에서는 '애도'하는 사람만이 시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애도하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엄선된 사람들이 짧은 시간 그리워하던 대상을 보고 오는 일이 정말로 남은 이에게 도움이 될까. 그 시간대에 '개입'해선 안 되기에 철저히 얼굴을 가리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일이 도움이 될까. 만약 그 대상을 구할 수 있다면 개입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오딜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했기에 그런 결과를 가져온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결말이었다면 더 여운이 남았을까.


덧붙여 오딜을 어떻게 해보려 했던 헌병들 다 벌 받았으면. 개인적인 감정을 공적으로 바꾸어 그녀를 이용하거나 괴롭혔던 놈들 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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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28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무해 전이라는 게... 지금이 있고 앞날과 지난날로 가는군요 바꾸지 못해도 지난날은 자신이 잘못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앞날은 지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슬픔을 가진 사람이 시간을 넘어갈 수 있는가 봅니다 제대로 애도한 사람...


희선

꼬마요정 2025-04-29 15:24   좋아요 1 | URL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일단 자격이 됩니다. 그렇다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갈 수는 없구요. 저런 세상 자체를 생각한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사람의 상상력이란 정말 멋져요! 재밌게 읽었지만 결말이 좀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coolcat329 2025-05-16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저도 이 책 어제 다 읽었는데 좀 실망했어요. 오딜의 모든 선택은 거의 모두가 자신을 위한 선택 아니었는지...책 뒷표지 문구에 동의가 안 되더군요...

꼬마요정 2025-05-18 19:26   좋아요 0 | URL
그쵸? 읽으면서 오딜이 뭔가 중요한 감정을 깨닫나 싶었거든요. 타인의 삶에 들이대던 규칙을 자신의 삶에는 적용하지 않는데 왜 책광고는 그렇게 했을까요? 자신의 삶을 애도한 걸까요?